지난달 28일 중국에서 격리된 누적 한국인 수가 300명을 훌쩍 넘어섰다. 한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가 급증하자 산둥성 웨이하이시가 지난달 25일부터 한국발 항공 승객들을 강제 격리한 데 이어 장쑤성·랴오닝성·지린성 등도 같은 조치를 취한 결과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해진 중국으로서는 해외로부터 바이러스가 역유입하는 상황을 우려할 만하다. 문제는 외국인들의 입국을 봉쇄해버리는 엄격함을 지닌 중국 정부가 정작 자신들의 미흡한 대처에 대한 국내외 비판에는 여전히 눈을 감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확진자 통계 기준을 오락가락해 국제사회에서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다. 임상진단병례 기준을 확진 범위에 넣은 지난달 12일에는 하루에만 중국 전역에서 신규 확진자가 1만5,000명 가까이 급증했다. 그러다가 일주일 만에 다시 임상진단병례를 확진자 통계에서 제외하면서 신규 확진자 수는 1,000명 밑으로 떨어졌다. 중국은 신규 확진자가 세 자릿수로 떨어졌다는 점을 부각하려 하지만 일관성 없는 통계에 자국 국민들조차 의심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코로나19 발병 초기에 ‘사람 간 전염 가능성’을 부정하며 사안의 심각성을 축소했다. 중국 당국이 코로나19의 사람 간 전염 가능성을 인정한 건 이미 해외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한 뒤였다. 이에 일부 지식인들은 “정부가 은폐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많은 사망자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에 중국 당국은 지식인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연달아 폐쇄하는 방식으로 재갈을 물렸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보도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할 일은 지금처럼 다른 국가에 “더욱 단호하게 행동하라”며 훈수나 두는 것이 아니다. 코로나19의 발원지로서 책임감을 갖고 정확한 통계와 대응 상황을 있는 그대로 알리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실상을 감춘 채 다른 국가의 심각성만 부각하는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대처는 모두의 불신만 초래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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