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주체들이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 단행한 재정확대, 기준금리 인하 등 양적완화에 나설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우리 정부와 한국은행의 정책방향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한은이 다음달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크지만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 속도와 폭에 제한이 있는 만큼 정부가 재정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에 나서고 이는 결국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은, 다음달 금리 인하 유력, 효과는 제한적=글로벌 중앙은행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에 대응해 통화정책 완화로 공조체제를 구축하면서 한은도 머뭇거렸던 기준금리 인하를 다음달 단행해 사상 첫 1.00% 기준금리 시대를 열 것이 확실시된다. 한은 내부에서는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8일쯤 추가 금리 인하를 결정할 가능성과 맞물려 다음달 9일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은은 지난달 27일 금통위에서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경제 전반이 직격탄을 맞아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시장 일각의 기대를 깨고 금리를 1.25%로 동결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리 인하보다는 코로나19에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나 기업에 대한 선별적 지원책이 더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금리 인하는 거시경제 전반에 부양책 성격이 있지만 실질적 효과가 나타나려면 두세 달이 걸린다. 특히 외식과 여행 등 소비가 침체되고 생산·수출·투자가 줄줄이 감소한 주원인이 전염병인데 금리를 낮춰 대응하는 것은 부적절하고 효과도 별로 없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한은도 코로나19의 경제적 피해들에 정부가 추경을 통해 구체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먼저라고 상정해왔다. 한은은 오는 4월은 돼야 추경 효과가 가시화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재정확대+추가적 통화완화’ 조합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얼 SK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쇼크를 입은 경기를 살리려면 재정확대에 통화정책의 공조는 필수여서 4월에는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재정확대로 재무건전성 ‘빨간불’=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정부는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재정에 더 의존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채무비율 40%에 무슨 문제가 있느냐’는 입장을 취한 만큼 코로나19 극복과 저소득층 지원을 명문으로 현금복지를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나라 곳간 사정이다. 지난해의 경우 11월 말 기준 국가채무는 704조5,000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700조원을 넘어섰다. 이 기간 동안 실질적인 나라 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45조6,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관리재정수지는 적자 행진의 연속이다. 2015년 30조1,000억원, 2016년 14조7,000억원, 2017년 8조8,000억원, 2018년 2,000억원 등의 적자를 보였는데 지난해의 경우 적자폭이 확대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통합재정수지도 적자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정부의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차감한 통합재정수지는 2016년 21조원, 2017년 29조2,000억원, 2018년 37조4,000억원 등 흑자를 이어오다 지난해에는 7조9,000억원 적자를 나타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10조1,000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정부가 코로나19 사태 해결을 위해 세출 추경만 6조원 이상을 편성하는 등 재정확대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이는 만큼 통합재정수지와 관리재정수지 적자폭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재정확대는 국가부채 증가로 이어져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키게 된다. 실제 국가채무는 2016년 627조원, 2017년 660조원, 2018년 680조원에 이어 2019년에는 700조원을 넘어섰고 올해에는 800조원을 웃돌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대해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지난달 내놓은 한국 시장 보고서에서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통합재정수지와 관리재정수지는 각각 1.5%, 3.5% 적자가 예상된다”며 “정부 계획대로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지난해 38%에서 2023년 46%로 높아지면 국가신용등급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손철기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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