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가 언제, 어느 약국에 들어오는지 몰라 아침마다 돌아다니고 있어요.”
“주변 약국 전부 마스크가 없어 하나로마트로 왔는데 2시부터 판다고 해서 기다리는 중입니다.”
5일 이른 오전부터 마스크를 사러 나온 농협 하나로마트 앞에서 만난 시민들의 하소연이다. 정부가 약국, 농협 하나로마트 등 공적 판매처를 통해 마스크를 공급하도록 한 지 일주일이 넘었지만 공급량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공급 시간이나 물량이 사전에 알려지지 않다 보니 매일 새벽이면 전국 판매처 앞은 무작정 마스크를 구매하려는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정부의 ‘깜깜이’ 판매가 마스크 난민을 양산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3일 정부는 공적 마스크 물량을 국내 총생산량의 8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지만 일선 판매처에 당도하는 물량은 여전히 ‘오락가락’이다. 일선 판매처도 혼란을 빚고 있다. 서울 종로구 A약국의 한 관계자는 3일 오전 지정 도매업체로부터 ‘오늘은 공적 마스크를 받지 못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하지만 업체는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다시 마스크 100장을 공급할 수 있다고 알려왔다. 그 짧은 사이 유통업체의 공급 사정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A약국의 경우 받는 수량도 50장에서 100장까지 매일 제각각이다.
또 다른 공적 판매처인 농협 하나로마트는 ‘판매 시기를 몰라 불편하다’는 불만이 거세지자 지난달 29일부터 전국 지점의 마스크 판매 시간을 오후 2시로 통일했다. 하지만 시민들의 원성이 쏟아지면서 매장별로 판매 시간이 고무줄인 상황이다. 서울의 한 하나로마트 관계자는 “사람들이 아침 일찍부터 줄을 서는데 어떻게 오후2시까지 세워두느냐”며 “우리 지점은 오전8시에도 마스크를 팔고 있다”고 밝혔다. 공영쇼핑은 줄을 서지 않아도 되지만 역시 구매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마스크 물량이 동난 뒤에야 품절 여부를 안내할 뿐 판매 시간을 사전에 고지하지 않기 때문이다. 공영쇼핑 측은 “확보되는 물량이 일정하지 않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발매 일정이 깜깜이인 것도 문제지만 물량 부족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줄 서기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하루 마스크 최대 생산량은 약 1,200만 장 수준인데 이중 약 500만~600만 장이 대구·경북 및 취약계층에 우선 분배되고 나머지 물량을 두고 일반 시민들이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하루 마스크 생산량을 1,300~1,400개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마저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정부는 최근 공적 판매처를 약국으로 사실상 일원화하겠다는 방침도 발표했다. 약국의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를 활용하면 개인별 마스크 구매 이력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구매 기회를 공평하게 하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이 역시 물량 확대가 뒤따르지 않으면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A약국의 한 약사는 “DUR을 통해 구매 개수를 제한하고 사재기를 방지하는 것이 당장 물량 부족 해결에 도움이 된다”면서도 “쉽지 않겠지만 물량을 확보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밝혔다.
/허진·심기문·김태영기자 hji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