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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굳게 닫힌 窓

송주희 문화레저부 기자





최근까지 일본 도쿄 국립근대미술관에서 ‘창(窓)’을 주제로 한 기획전시가 열렸다. 그중 한중일 3국의 예술가 김홍석, 첸 샤오시옹, 오자와 쓰요시가 선보인 ‘세계의 창’ 시리즈의 ‘서경(西京) 입국관리국’은 흥미로운 콘셉트로 주목을 받았다. 가상 국가 ‘서경’에 입국하려면 입국 심사대에서 △기분 좋은 웃음 △노래 한 소절 △춤 중 하나를 선보이기만 하면 된다. 관람객들은 심사대를 재현한 공간에서 이 중 하나를 실행해야 다음 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다. 3인의 작가에게 입국관리국이란 각 나라가 다른 나라에 대해 열어둬야 할 창문이다. 사실상 국경이 없는 가상의 ‘서경’을 통해 ‘국경이라는 사고로부터 자유로워지자’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이 전시의 취지였다.

지난 5일 일본의 ‘한국발 입국 제한 강화’로 다시 불붙은 한일 갈등을 보며 새삼 이 가상 국가가 떠올랐다. 바이러스 차단을 위한 국가 간 창문 닫기가 전 지구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상대를 향해 유독 두꺼운 철문을 걸어 잠그고 있는 곳이 이 두 나라인 탓이다. 일본의 기습 발표와 한국의 맞불 조치를 둘러싸고는 양국 간, 그리고 각국 내 국민 간 평가가 엇갈린다. 일본의 결정에 대해서는 ‘방역조치’냐 ‘위기 돌파용 정치적 연출’이냐가, 한국의 맞대응을 놓고는 ‘외교 대응’이냐 ‘감정적 대응’이냐는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서로 때리고 할퀴는 사이 싸워 이겨야 할 대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아닌 상대국, 의견이 다른 상대방이 돼버렸다.



일본의 조치 이후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저마다의 다급한 사연이 쇄도한다. 일본 취업이 확정돼 비자를 기다리던 청년부터 대학 입학 예정자, 방학·휴가를 맞아 잠시 한국을 방문한 사람, 업무차 한국 출장에 가야 할 이들까지 사연은 다양하다. 누군가는 이렇게 심경을 토로했다. “나갈 수도, 들어올 수도 없는 섬에 갇힌 기분이다.”

질병 확산을 막기 위한 노력은 필요하다. 그러나 국경을 넘어 마음의 창문마저 닫고, 그 위에 대못질까지 하는 것이 오직 역병 때문만일까. 국제기구로부터 ‘정치 싸움보다 생명 구하는 데 집중하라’는 핀잔까지 들은 두 나라. 하필 한중일 3국의 예술가들이 함께 꿈꾼 ‘서경’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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