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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정책에 지붕 뚫은 사교육비

작년 1인당 月평균 32만1,000원

1년새 10%이상 늘어 '역대 최대'

대입 혼선·방과후학교 부진 영향

교총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홍민정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회의실에서 열린 ‘2019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분석하며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연합뉴스




우리나라 초·중·고교 학생 1명에게 들어가는 사교육 지출이 역대 최대 증가 폭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또 갈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오락가락 입시정책과 만족도 낮은 방과후교육에 불안감을 느낀 학생들이 대거 학원으로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대입제도 단순화 등 대책을 내놓겠다는 입장이지만 정시 비중이 또 다시 늘어나는 등 혼선이 가중되고 있어 사교육비 폭증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교육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작년 초중고생 사교육비 총액은 전년 대비 7.8% 증가한 20조9,970억원이었다. 2007년 공식 집계 이래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2009년(21조6,000억원)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액수로 2010년 이후로는 10년 만에 최대치다.

이번 통계는 전국 초중고 3,002개교 학부모 8만여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지난해 3~5월과 7~9월에 지출한 사교육비 및 관련 교육비를 조사한 결과다. 출산율 저하로 학생 수도 줄고 있지만 사교육비 총액은 되레 2016년부터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초중고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전년 대비 10.4%(3만원) 폭증해 역대 최대인 32만1,000원까지 치솟았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7년 연속 증가하며 지난해 처음으로 30만원을 돌파했다. 전년 대비 증가율과 증가액 모두 역대 최고다. 학교급별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초등생 29만원, 중학생 33만8,000원, 고교생 36만5,000원으로 각각 전년과 비교해 10.3%, 8.4%, 13.6% 올랐다. 실제 사교육을 받은 학생으로 한정하면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2만9,000원으로 전년보다 7.5% 상승했다.

지난해 사교육을 받은 학생의 비율을 의미하는 ‘사교육 참여율’도 74.8%를 기록하며 2018년보다 1.9%포인트 올랐다. 학교급별 참여율은 초등학생 83.5%(0.9%포인트 ↑), 중학생은 71.4%(1.7%포인트 ↑), 고등학생은 61.0%(2.4%포인트 ↑)였다.



소득이나 지역에 따른 사교육비 격차도 확인됐다. 월평균 소득이 800만원 이상인 고소득 가구의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53만9,000원으로 월평균 소득이 200만원 미만인 가구(10만4,000원)의 5.2배였다. 시·도 가운데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45만1,000원으로 제일 많은 서울과 18만1,000원으로 가장 적은 전남의 격차가 2.5배였다.

사교육비는 급증하는 반면 방과후학교 참여는 갈수록 저조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유·무상 방과후학교 참여율은 48.4%로 전년 대비 2.5%포인트 하락했다. 교과 방과후학교 참여율은 초·중·고 전체적으로 31.2%에 그치며 2년 연속 감소했다.

이처럼 사교육비 증가세가 멈추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로 정부의 오락가락 입시 정책이 꼽히고 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교육부가 문·이과 통합 및 학생부종합전형 비중을 확대하는 개정 교육과정을 내놨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이러한 정책이 대거 수정됐다. 문재인 정부는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며 대입 단순화와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절대평가를 내걸었지만 학부모 반발에 부딪혀 2018년 학생부 전형과 수능 전형 비율을 공론화에 부치며 교육 현장에 대혼란을 야기했다.

지난해에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자녀의 입시특혜 의혹까지 터지며 학생부 전형에 대한 불신이 고조됐고 교육부는 지난해 11월28일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에서 서울 16개 대학은 수능 전형 비중을 2023학년도까지 40% 이상으로 확대하도록 했다. 정시 비중을 줄이려던 대입 정책이 다시 정시 확대로 바뀐 셈이다. 게다가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폐지 정책이 나오고 고1~3학년이 모두 다른 대입제도를 적용받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정부는 소득 증가와 부모들의 교육열이 맞물리면서 사교육비가 늘고 있다고 보고 있지만 교육단체들은 정부 정책이 실효성을 잃었다면서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이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국제고 폐지와 대입 정시모집 확대를 골자로 한 대입개편 등 교육정책이 오락가락해 사교육비가 대폭 늘었다”면서 “교육부가 학생과 학부모, 교원 등 당사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정책을 추진하면 사교육비 감소는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도 정시를 확대하며 수시모집 준비 부담은 유지하는 대입제도와 ‘불수능’ 기조를 지적하면서 “정부는 사교육을 유발하는 요소를 정비하는 정책을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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