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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기업發 부채 선제대책 없으면 위기 뇌관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국무회의에서 현 경제상황에 대해 ‘비상’이라는 말을 14차례나 꺼냈다. 문 대통령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심각하다”면서 미증유의 비상경제 시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들이 자금난으로 문을 닫지 않게 유동성 공급이 적기에 이뤄져야 한다”며 전례 없는 대책을 각별히 당부했다.

문 대통령의 말대로 모든 경제주체들이 코로나19에 따른 위기에 직면했지만 그중에서도 기업에 닥친 격랑은 쓰나미 이상이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0대 그룹 중 9개 그룹 계열사의 올 1·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지난해 말 예상보다 최대 40% 가까이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현장에서는 코로나 국면이 2·4분기로 이어지면 매출이 반토막을 기록하는 곳이 속출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기업들의 신용등급도 줄줄이 하락하면서 자금 조달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회사채 시장에서는 투자적격 등급도 가산금리가 치솟고 비우량 기업의 회사채는 아예 외면당하고 있다. 국채 다음으로 안전하다는 은행채까지 간신히 팔리는 실정이다. 일부 기업들은 달러 가뭄까지 겪고 있다.

더욱이 저금리로 수익성이 떨어진 금융사들이 신용도가 낮은 곳의 여신 상환에 나설 경우 기업 도산 사태를 배제할 수 없다. 국제금융협회(IIF) 조사를 보면 국내 기업의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101.6%로 가계부채(95.1%)보다 많다. 기업부채가 경제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는 어떤 일이 있어도 멀쩡한 기업이 자금난으로 문을 닫게 해서는 안 된다. 코로나19 위기 이후 글로벌 경기가 살아나면 그 몫은 생존한 기업이 독식할 것이 뻔하다. 연명에 급급한 좀비기업이 아니라면 긴급 경영자금을 쏟아부어서라도 흑자 도산하지 않게 해야 한다. 필요할 경우 과거 위기상황에서 시행했던 회사채 신속인수제 등 가용한 모든 대책을 꺼내 ‘돈맥경화’를 선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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