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했다고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했다. 주력 상품인 반도체·자동차가 간신히 수출을 떠받쳤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직격탄에 대(對)미국 수출이 12% 급감하는 등 불안 요인은 여전하다. 게다가 한미 무역 협상 타결 이후로도 대외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아 향후 수출 회복을 장담하기 어렵다. 반도체 산업은 미국이 최대 100% 품목관세를 예고한 데 이어 삼성전자·SK하이닉스 중국 공장을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명단에서 제외하고 미국산 장비 반입 규제를 부활시키는 등 악재에 직면해 있다. 자동차 관세는 대미 협상에서 15%로 낮추기로 합의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25%에 머물러 있다. 미국 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에 위법 판결을 내린 것도 마냥 반길 수 없다. 상호관세가 무효화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또 다른 관세장벽을 세워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발(發) 통상 혼란은 경제의 견인차가 돼야 할 기업들에 큰 부담이다. 기업들이 과감한 전략과 투자 결정을 내리지 못하면 경제성장도 불가능해진다. 한국은행은 이날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정책 불확실성이 올해와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을 각각 0.13%포인트, 0.16%포인트 낮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런데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가뜩이나 기업들이 극심한 통상 불확실성에 시달리는 와중에 잇단 ‘기업 옥죄기’ 행태로 경영 부담을 되레 가중시키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달 기업들이 반대하는 ‘노란봉투법’과 ‘2차 개정 상법’을 연이어 국회에서 통과시킨 데 이어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3차 상법 개정과 기관투자가 행동 지침인 ‘스튜어드십코드’ 적용 대상 범위 확대에도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주주권을 앞세운 정부의 경영 압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외적으로 ‘트럼프 변수’에 대응하기도 힘겨운 기업들을 대내적인 규제 리스크로까지 옭아맨다면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을 것이다. 지금은 당정이 기업들의 경영 리스크를 키울 수 있는 ‘옥죄기’ 규제를 자제하고 정교한 대미 후속 협상으로 대외 불확실성을 덜어주는 데 힘을 쏟아야 할 때다. 높은 관세 부담도 모자라 하루가 다르게 악화하는 경영 여건을 감내하면서까지 국내에 남을 기업이 얼마나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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