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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론직설]“해외 선례만 따지면 경쟁사에 뒤처져..바이오 창업대국 만들어야”

<박한수 광주과학기술원 교수 겸 지놈앤컴퍼니 대표>

신약 가이드라인 부족..美·유럽 기준에 너무 의존

국내에 초기 임상시료 제조시설도 없어 해외 맡겨

美 의대 창업 활발.."한국 의사들도 창업 도전해야"

코로나19 유전체로 경로 추적·중증 위험 예측해야

박한수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 겸 지놈앤컴퍼니 대표가 17일 판교테크노밸리 연구소에서 피부 마이크로바이옴 균주 배양 실험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고광본선임기자




고령화 시대를 맞아 세계적으로 의대 선호 현상이 더 커지고 있는데 국내는 유독 심하다. 하지만 의대를 가면 거의 대부분 임상 의사를 하려고 하지 연구개발(R&D) 의사를 하려는 이는 극히 드물다. 하버드대 의대 등 미국 주요 의대와 병원의 기술이전 수입 비중이 전체 매출의 절반가량 되는 데 비해 국내 의대와 병원의 기술이전 수입이 미미한 것은 이 때문이다. 요즘 연구중심병원 등을 통해 많이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도 의사 창업이 드문 게 현실이다. 서울대 의대 출신인 박한수(47·사진)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 겸 지놈앤컴퍼니 대표는 17일 경기도 판교테크노밸리 연구소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창업을 낯설게 여기는 의사 등 바이오 연구자들이 과감히 창업에 도전하고 기술이전을 할 수 있는 혁신 창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며 “바이오 신소재 등록과 글로벌 임상시험을 원활히 하기 위한 국가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요즘 대학 내 강의가 어려운데, 어떻게 연구와 강의를 하고 있는가.

△GIST는 이번주부터 오는 4월 말까지 쌍방향 원격수업을 한다. 하지만 커뮤니케이션에 한계가 있다. 다른 대학들의 경우 원격접속이 갑자기 몰리는 바람에 서버가 다운되기도 하던데, 원격수업 플랫폼을 강화하고 교수들도 이에 적응해야 한다. 연구실은 코로나19 예방과 검진 매뉴얼을 만들어 대처하고 있다. 기업 R&D 과정에서 국내외 전문가들과의 논의가 많이 필요한데 출장 대신 화상회의로 해결하고 있다.

-의과학자로서 코로나19 사태를 어떻게 보나.

△코로나19는 돌연변이 발생이 쉬운 RNA 바이러스로 유례없는 감염력을 보여 문제다. 치료제나 백신이 나오지 않은 것도 불안감을 키운다. 정부가 확진자 동선을 추적해 방역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으나 어떻게 전염이 이뤄졌는지 완벽하게 알아내는 데 한계가 있다.

-방역을 위한 정책 아이디어를 낸다면.

△환자의 바이러스 유전체 지도를 만들어 다양한 돌연변이를 확인하고 감염경로를 추적해야 한다. 국제인플루엔자데이터공유이니셔티브(GISAID)에 566개(17일 오후 기준)의 코로나바이러스 유전체가 나라별로 표시돼 있다. 우리도 적극적으로 유전체를 분석해야 한다.

-중증 환자에 대한 맞춤형 대처도 중요한데.

△완치된 환자와 증상이 악화된 환자의 유전체 지도를 분석하고 면역 연구를 하면 중증 위험도 예측이 가능해진다. 같은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라도 치료가 우선 필요한 환자를 구분할 수 있다.

-의과학자로서 창업한 과정이 궁금하다. 현재 산학 양쪽에 몸담고 있는데 어떤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할 때 200명의 동기 중 대부분이 레지던트로 갔지만 저는 기초의학을 택했다. 솔직히 낯설고 두려웠다. 하지만 글로벌 바이오 회사를 창업하겠다는 꿈을 갖고 있었고 의대 졸업 후 17년 만에 창업에 도전했다. 산학을 같이 하다 보니 새로운 발견에 무게를 두는 학계와 제품 개발을 중시하는 산업계가 간극을 좁히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창업한 교수로서 애로점이 있다면.

△교수들이 창업할 때 다양한 서류작업, 특허 이전, 창업공간·실험장비 마련 측면에서 산학협력단에 많은 기대를 하지만 기대만큼 안 된다고 흔히 얘기한다. 저는 제가 개발한 기술특허를 GIST 산단에서 회사로 이전하면서 산단이 엄격하면서도 유연한 자세를 보여 상생할 수 있었다. 다만 산단이 산업화 가능성만 보지 말고 신규 R&D 분야도 적극 지원했으면 한다.

-미국에서 박사후연구원(포닥)을 했는데 한국과 미국 의대의 창업환경을 비교한다면.

△하버드대 의대의 경우 많은 박사들이 포닥으로 근무한 뒤 절반 이상은 글로벌 제약사나 바이오메디컬 헬스케어 시장에 진출한다. 하버드대 의대는 예비 창업자에게 자금은 물론 사무실, 다양한 설비, 인력 등을 지원한다. 저도 창업할 때 실험동물실과 고가 장비가 갖춰진 곳이 어디인지를 찾았다. 우리도 서울 홍릉이나 경기도 광교 등에 이런 창업환경이 조성되면 바이오산업 발전에 기폭제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 의대와 병원의 창업 또는 기술이전이 활발해지려면.

△하버드대 의대에 소속된 10여개 병원의 수익을 보면 일반 수입과 기술이전 수입이 거의 반반이다. 국내에서는 대학이나 병원의 로열티 수입이 극히 미미하다. 창업을 낯설게 여기는 의사나 과학자를 위해 산단이 초기에 지분을 받고 장소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실험실과 공동 실험장비 등 연구환경을 잘 조성해주는 게 중요하다.

박한수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 겸 지놈앤컴퍼니 대표가 17일 판교테크노밸리 연구소에서 한 연구원이 진행하고 있는 마이크로바이옴 배양액을 이용한 면역실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고광본선임기자


-정부의 국가 R&D 혁신 노력이 현장에서 체감되는가.

△정부가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의 애로를 듣고 많은 국책과제도 내놓는 등 기업 혁신을 돕기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신약 개발 분야에서 초기 생산부터 임상까지 아직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다. 보통 미국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의 기준을 따르는데 거기에 명시되지 않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든다.



-물질 허가 과정이나 생산 측면에서 어려움은 없나.

△바이오사가 신소재 특허 등록과 함께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등록 신청을 하면 미국과 유럽의 선례를 따지느라 시간이 적지 않게 걸려 경쟁사에 뒤처질 수 있다. 국내 제약사의 우수제조관리기준시설에 후보 물질의 초기 임상 시료 제작을 위한 설비가 없어 해외 위탁개발생산(CDMO)을 해야 하므로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마이크로바이옴을 연구해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무엇인가.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은 인체에서 서식하는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를 합친 말로 ‘제2의 게놈’으로 불린다. 앞으로 뇌졸중·치매·건선·여드름·아토피 등의 치료에서 마이크로바이옴을 병행하는 게 필수가 될 것이다. 우선 아토피·여드름·피부노화 등을 개선하는 화장품 원료와 면역력에 도움이 되는 건강기능식품 등을 내놓겠다.

-마이크로바이옴이 바이러스 예방이나 치유에도 도움이 되나.

△저희가 개발한 균주는 선천면역과 적응면역을 촉진해 이론적으로 관련이 있다. 많은 국내외 연구그룹에서 실험용 쥐를 호흡기바이러스와 코로나바이러스 등에 감염시킨 뒤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제품인 프로바이오틱스를 복용시킨 결과 바이러스 감소와 면역 증가가 확인됐다.

-글로벌 제약사의 면역항암제와 병행 치료하는 임상은 어떻게 되고 있는가.

△조만간 FDA에 임상시험용신약(IND) 신청서를 제출할 방침이다. 상반기 중 임상1상에 착수하게 되는데 여러 암종 환자를 대상으로 독일의 머크와 미국의 화이자가 공동 개발한 면역항암제(바벤시오®)와 마이크로바이옴(GEN-001)을 병행 치료해 안전성과 효능을 평가하게 된다. 이후 국내에서도 위암·대장암 등의 임상시험을 시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선 동물실험 결과 ‘GEN-001’ 단독 투여와 ‘anti-PD-(L)1’ 면역항암제와의 병용 투여 두 가지 모두 장과 면역기관·혈액 등의 면역을 활성화했다.

-정부에 바라는 점은.

△우리나라는 항암제 등의 임상개발 분야에서 많은 투자와 경험을 했고 역량을 갖춘 연구자도 많은 편이다. 다만 세계적으로 마이크로바이옴의 임상연구가 활발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우리 바이오 기업들이 임상시험을 할 때 정부의 폭넓은 지원이 필요하다. 호주의 경우 소재생산과 임상시험 등 R&D를 할 때 투자금의 40%가량을 정부가 환급해주는데, 저희도 호주에서 소재생산을 하고 있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

He is..

1973년 충북 충주에서 태어나 서울 영동고와 서울대 의대를 졸업했다. 서울대 의대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당시 석박사 지도교수가 서정선 한국바이오협회 회장(마크로젠 회장)이다. 이어 하버드대 의대와 유전체 연구기관인 잭슨랩에서 포닥 과정을 거치면서 혁신 의약품에 대해 연구하고 마이크로바이옴을 접했다. 지난 2015년 지놈앤컴퍼니를 창업해 현재 연구담당 대표 겸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다. GIST 의생명공학과 교수로서 강의도 하고 있다.

<지놈앤컴퍼니>국내 마이크로바이옴 주도..항암제 분야 혁신 신약 개발 중

지놈앤컴퍼니 연구원이 마이크로바이옴 배양 실험을 하고 있다.


경기도 판교테크노밸리에 있는 지놈앤컴퍼니는 암 환자를 위한 마이크로바이옴, 신규 면역관문억제제 등 면역항암제 분야에서 혁신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아시아 마이크로바이옴 회사 가운데 처음으로 상반기 중 머크·화이자와 함께 미국에서 임상시험을 시작한다. 머크·화이자는 이 회사의 마이크로바이옴인 ‘GEN-001’의 효능을 높이 평가하며 ‘anti-PD-(L)1’의 병용 요법에 대해 큰 기대를 하고 있다.

기초연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박경미 R&D 총괄부사장을 비롯해 한미약품·셀트리온 등에서 글로벌 제약사와 임상 협업, 신약 개발에 나섰던 전문가들이 이 회사에 대거 포진해 있다. 박한수 각자대표의 서울대 의대 동기로 정신과 전문의인 배지수 각자대표는 미국 듀크대 MBA를 거쳐 베인앤컴퍼니 컨설턴트와 글로벌 제약사인 MSD 대외협력이사를 지낸 경험을 바탕으로 경영을 맡고 있다.

영국 시장조사기관인 인포마에 따르면 ‘anti-PD-(L)1’ 면역항암제 시장은 오는 2030년까지 연간 최대 790억달러(약 95조원) 규모로 지금보다 5배가량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표는 “면역항암제가 듣지 않는 암환자들에게 마이크로바이옴 병용 신약과 신규 면역관문억제제를 개발해 삶의 희망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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