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간 통화스와프 계약이 10년 만에 체결됐다. 미국은 달러 유동성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우리를 포함한 9개 국가와 통화스와프라는 글로벌 공조체제를 구축했다. 한국은행은 19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600억달러 규모로 양자 간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간은 최소 6개월(2020년 9월19일)이며 추가 연장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통화스와프를 통해 조달한 미 달러화를 곧바로 공급할 계획”이라며 “최근 달러화 수급 불균형으로 환율 급상승을 보이고 있는 국내 외환시장 안정화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한미 통화스와프는 2010년 2월 종료된 후 10년 만이다. 우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속 달러 유동성 위기 우려가 고조되던 2008년 10월30일 300억달러 규모의 한미 통화스와프를 통해 빠른 속도로 시장 안정화를 이뤄냈다.
이번 통화스와프 계약은 상설계약으로 맺어진 미 연준과 5개국 중앙은행 통화스와프 계약에 더해 최근 급격히 악화된 글로벌 달러자금 시장의 경색 해소를 목적으로 추진됐다. 연준은 한국 이외에 덴마크·노르웨이·브라질·멕시코 등의 중앙은행 및 싱가포르 통화청과도 동시에 스와프계약을 맺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계속 노력해왔던 상황에서 다소 시간이 걸릴 줄 알았지만 글로벌 공조 측면에서 급박하게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금융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세계 경제침체 공포로 ‘믿을 건 달러뿐’이라는 심리가 급속도로 확산돼왔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주식·채권은 물론 안전자산으로 꼽히던 금, 미 국채, 엔화 등까지 닥치는 대로 팔고 현금(달러) 확보전에 나서면서 미국 달러가 전 세계 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된 모양새다. 국내에서도 달러 쟁탈전이 본격화하며 이날 금융시장은 극심한 패닉 장세를 연출했다. 달러매수가 몰리면서 원·달러 환율은 오전 한때 1,291원50전까지 치솟았다가 40.0원 폭등한 1,285원70전에 장을 마쳤다. 환율이 장중 1,290원을 넘은 것은 2009년 7월14일(1,303원) 이후 처음이다. 국내 증시 역시 달러 확보를 위한 외국인들의 매도공세가 이어지면서 코스피지수는 8.39% 급락하며 1,500포인트선마저 무너졌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통화스와프 규모가 아주 충분한 액수는 아니지만 추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심리적 안정조치로는 충분히 중요하고 좋은 사안”이라고 말했다.
/세종=황정원기자 백주연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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