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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창만필] 필러, 코로나19 그리고 가짜뉴스

서구일 모델로피부과 원장

중국 입국금지 논란·마스크 사태 등

정부의 코로나19 대책 혼란 가져와

"한국 대응이 세계 표준" 자화자찬도

가짜 뉴스 되는 건 아닐지 걱정들어

서구일 모델로피부과 원장




시간이 지나면 없어질 뿐 아니라 유일하게 녹일 수 있다는 안전성 때문에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히알루론산(HA) 필러에 대해 근거 없는 공포감을 조성한 유튜브 동영상이 지난해 연말에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적이 있었다. 안면윤곽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성형외과 전문의가 HA 필러를 하면 뼈가 패일 수 있고 시간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으며 용해제를 주사해도 녹지 않는다는 주장을 한 것이다. 처음에는 대응할 가치도 없는 노이즈마케팅이라고 생각했으나 한 주 만에 조회수가 100만에 육박하면서 고객들로부터도 문의가 쇄도했다.



지난 20여년간 하루에 수십명씩 HA 필러를 시술하고 있는 필자의 경험상 HA 필러는 시간이 지나면 없어지기 때문에 대부분의 고객이 반복해서 재주입하러 병원을 찾는다. 또 필자가 시술한 HA 필러를 지금까지 한 건도 못 녹인 케이스는 없다. HA 필러 주사 후 앞턱뼈가 일부 패였다는 논문이 중국에서 발표됐지만 전 세계 수천만 건의 시술케이스 중 처음 보고된 일이다. 반면 이마나 앞턱에 보형물을 삽입하면 거의 다 뼈 패임 현상이 발생할 수 있고 설령 뼈 패임이 있다 해도 임상적으로 의미가 없다는 것은 성형외과 의사이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의 의사는 그 내용을 잘 알면서도 일반인들에게 필러에 대한 공포심리를 조장해서 필러보다는 보형물 수술 쪽으로 유도하고자 가짜뉴스를 만든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1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공식 선언을 했다. 뉴욕 증시는 곤두박질쳤고 마트에는 생필품이 동났으며 어이없는 마스크 재활용 방법이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쏟아져 나왔다. 가짜뉴스는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이처럼 공포감을 조장하는 가짜뉴스도 문제이지만 코로나19와 관련해서 근거 없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 정부의 태도는 더 큰 문제와 혼란을 가져왔다. 세 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1월26일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를 믿고 과도한 불안을 느끼지 말라”고 했고 2월13일에는 “곧 코로나19가 종식될 것”이라고도 했다. 대통령의 이런 판단 실수로 정부는 대규모 집회를 취소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으며 여당 원내대표는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가라고 촉구하기까지 했다. 잠깐의 안도감은 신천지 사태가 발생하면서 말짱 도루묵이 되고 말았다. 오죽했으면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에서도 ‘문 대통령의 큰 실수’ ‘문재인의 실패’라는 기사를 실었겠는가.

이미 지나간 일이지만 의사협회는 당초 중국으로부터의 입국금지를 7차례나 권고했고 감염학회도 중국으로부터 유입제한을 권고했다. 하지만 정부는 “중국의 어려움이 우리의 어려움”이라 말하며 전문가 집단의 권고를 듣지 않았다. 심지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중국인보다 중국에 다녀온 우리 국민이 감염원으로 작동한 경우가 더 많다”거나 “감염학회가 중국 입국금지를 추천 안 했다”며 가짜 뉴스를 만들기도 했다. 반면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정치·경제적으로 밀접한 홍콩·대만은 일찌감치 중국으로부터의 입국을 차단해 최근에는 본토 확진자를 제로로 만들었다.

마스크 문제도 그렇다. 대통령이 대구시장에게 “공급물량은 충분하다”고 했지만 국민들은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새벽부터 긴 줄을 서야 했다. 심지어 자가격리 중이던 확진자까지 마스크 구매 대열에 합류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벌어졌다. 감염 위험에 노출된 의료진이 3일간 같은 마스크를 쓰거나 자외선 소독을 해서 재사용하는 현상까지 일어났다. 그럼에도 복지부 장관은 “의료진이 재고를 쌓아두려는 심정이지 실제 마스크가 부족하진 않다”고 말해 의료진들의 공분을 샀다.

사태가 이런데도 정부는 “한국이 방역의 모범사례”라거나 “한국의 대응이 세계의 표준”이라며 자화자찬만 늘어놓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170여 개국으로부터 입국제한을 받고 있고 콜센터·학원·요양병원 등 다중밀집시설의 폭탄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 역시 ‘가짜뉴스’가 되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다. 전염병 방역에 방심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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