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세계 경제가 중병을 앓고 있다. 지난 1930년대 세계 대공황 이후 가장 큰 타격이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그야말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특히 우리나라 수출의 25%, 수입의 21%를 차지하며 우리와 가장 밀접한 중국 경제가 부동산과 금융 시장 거품이 사실상 한계치에 온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안유화(49·사진)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중국금융학과 교수는 지난 25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유럽의 코로나19가 어떻게 진행되는지가 관건”이라며 “조심스럽지만 자칫 중국 경제가 통제 불가능한 상황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중국 경제의 위기를 불러오는 것 아닌가.
△이미 지방정부 부채 부담과 재정수지 악화로 투자가 급격히 떨어지며 중국 경제 위기설이 확대됐다. 코로나19 확산은 불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됐다. 경제위기의 트리거(방아쇠)를 당긴 셈이다. 2002년 11월 시작된 사스 때는 경제 확장기여서 사태가 종식되자 억눌린 수요가 터져 곧바로 회복됐다. 반면 지금은 경제 하락기로 수요 부족이 심각해 그전처럼 복원되기 힘들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미국에서 오는 4월 말쯤, 유럽에서 5월쯤 진정되면 좋겠지만 더 길어진다면 경제 충격은 계산이 불가능할 정도가 될 것이다.
-중국 경제 상황이 엎친 데 덮친 격인데.
△코로나19 사태가 없었어도 중국 경제는 힘들었다. 위기 일보 직전 상황이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14억명이 1월 말 춘제 때부터 2개월 가까이 집에만 있었다. 공장 가동도 올스톱됐다가 이달 초부터 부분적으로 재개됐다. 중국 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인데 직격탄을 맞았다. 보유 현금으로 3개월만 생존이 가능하다는 중소기업이 85%나 된다는 칭화대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지금 공장 가동률은 어느 정도인가.
△외국 투자 기업이나 중앙정부·성·시 보유 기업들은 대체로 재가동에 들어갔으나 실질적인 가동률은 60% 정도로 추정된다. 중소기업은 타격이 더 커 공장 가동률이 30~60%에 그칠 것이다. 4월에 완전 정상이 되지 않으면 기업부채가 매우 많아 큰 문제가 된다.
-구조조정으로 일자리와 내수에 타격이 클 텐데.
△중국의 실업률은 그동안 4% 이하로 유지돼왔는데 지난해 12월 5.2%, 올 1월 5.3%, 지난달 6.2%로 올랐다. 1월과 2월 신규 취업자는 108만명선으로 전년 동기보다 66만명 줄었다. 중소기업들이 감원에 들어갔고 감원하지 않는 곳도 대부분 근무시간 단축으로 월급을 삭감한다. 내수에 큰 악영향을 준다. 7월에 대학을 졸업하는 학생들(874만명)을 겨냥한 공채가 보통 봄에 이뤄지는데 올해는 대부분 중단됐다. 올해 기업 감원으로 인해 2억명 이상 근로자 중 1,000만명 넘는 사람들의 일자리가 없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는 예년보다 200만~300만개 더 없어지는 것이다.
-그동안 누적된 부동산 버블은 어떻게 되는가.
△베이징·상하이·충칭·선전 등 1선 도시 부동산은 지난 10년 동안 10배도 넘게 올랐는데 이제는 베이징조차 하락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그나마 1선 도시는 글로벌 수요가 있어 미래가 있다. 문제는 2선·3선·4선 도시다. 성별로 성도 등을 중심으로 부동산을 엄청나게 지었는데 빈집이 너무 많다. 보통 농민공이 귀향하는 춘제가 있는 1~3월에 부동산이 많이 거래되는데 올해는 스톱됐다. 중국의 지인과 통화하니 ‘아파트 등 10채를 70%가량 빚을 내 샀는데 원리금을 갚지 못해 팔려고 내놓은 지 2년이 넘었는데도 안 팔린다’고 하더라.
-부동산 경착륙 가능성은.
△지방정부별로 대출을 완화하거나 무호적자도 집을 살 수 있게 하는 등 부동산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다. 재작년부터 부동산 투자 목적은 금지하고 실거주자에게만 50% 대출을 해주고 있는데 다시 완화책이 나온 것이다. 그전에는 부동산 가격의 70%까지 대출을 해줬다. 하지만 코로나19 때문에 부동산 연착륙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가계 자산 중 대부분인 부동산 시장이 경착륙한다면 파산자 증가와 소비침체라는 악순환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주식시장은 상대적으로 덜 떨어진 것 같다.
△부동산과 주식 가격 하락은 경제위기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증권사·보험사·은행 등 기관투자가를 통해 증시 폭락을 막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국 상장사의 주요 주주는 70% 이상이 국영기업이다.
-세계가 슈퍼 경기부양책을 쓰고 있는데 .
△중국도 금융권에 많은 유동성을 공급하고 은행 지급준비율도 인하했다. 연초부터 지방채를 발행하며 돈을 엄청 풀고 있다. 하지만 기업과 개인 대출 규모가 매우 커 부실을 더 키울 수 있다. 세금 감면에 이어 중하위 소득자에 대한 긴급생활비 지원도 검토하고 있다. 지방정부와 기업들은 소비를 살리기 위해 할인권을 발행하고 보조금을 나눠주고 있다. 다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중국이 의외로 이번 달 금리를 내리지 않았는데.
△1년 대출우대금리(LPR)를 4.05%로 동결했다. 지난달에는 소폭 인하했었다. 금리 인하는 부동산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 같다. 또 주요2개국(G2) 국가로서 ‘우리는 괜찮다’는 정치적 제스처로 금리를 내리지 않은 것 같다. 일본이나 유럽이 마이너스 금리이고, 미국은 제로 금리이므로 각국 연기금이 중국에 투자하라는 뜻도 있다.
-중국의 기업부채가 너무 많은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펴면서 기업부채가 급증했다. 중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이 170%나 된다. 지방정부도 그동안 고속철도·도로·교량 등 인프라에 과하게 투자해 많은 부채를 안고 있다.
-첨단 인프라 투자 계획도 밝혔는데.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대책과 관련, ‘신형인프라’ 개념으로 40조위안(약 7,000조원) 이상을 스마트도시화, 5G,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첨단제조업 등 미래 산업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사업들은 단기 수요 창출에는 한계가 있고 장기적으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오히려 고속철도 등 전통 인프라 사업으로 지방정부들의 부채가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세계가 문을 닫아 활로를 찾기도 쉽지 않은데.
△수출 하락은 중국 GDP의 62%, 일자리의 80%, 세수의 5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에 가장 큰 타격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돼 답이 나오지 않는다. 중국국제금융공사는 최근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을 2.6%로 전망했다. 개인적으로는 2%대 아니면 더 떨어질지도 모른다고 본다. 치료제와 백신이 없어 사태가 길게 갈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 불안도 커질 텐데.
△많은 사람이 공산당 집단영도가 서방국가에 비해 우월해 코로나19 사태를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생존의 위협을 받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다른 양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전쟁 전망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부른다. 중국을 때릴수록 올해 11월 대선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해 정치적으로 활용하려 할 것이다. 양국의 패권전쟁은 트럼프의 재선 여부와 상관없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중국 경제가 기침을 하면 한국 경제는 감기에 걸린다는 것인데.
△코로나19 사태가 짧은 기간에 억제된다면 한국 경제는 올해 1%대 성장을 할 수 있으나 사태가 오래 지속 되면 성장률이 -1.6%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
-한국 경제 회복을 위해 조언한다면.
△일자리를 많이 갖고 있는 중소기업을 집중 지원해야 한다. 모든 국민 또는 취약계층에 재난기본소득 명목으로 돈을 나눠주는 것은 효과나 지속성을 잘 따져봐야 한다. 단기 처방은 부작용을 키울 수 있다. 어려울수록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커질 산업을 키우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
-수요(소비)와 공급(생산)을 촉진하는 마중물은 필요한데.
△마중물이 필요하지만 실효성을 잘 봐야 한다. 그동안 구조조정이 잘 안됐으므로 차제에 미래 성장엔진으로 바꿔 달아야 한다. 5G·원격의료·빅데이터·스마트도시·로봇·스마트물류·자율주행차 등을 키워야 한다. 중국은 땅이 워낙 넓어 원격의료가 비교적 잘되고 있는데 이달부터 코로나19와 관련해 해외 화교까지 이용한다. 한국도 원격의료를 허용했다면 이번에 더 잘 대처했을 것이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She is..
1971년 중국 지린성 옌지에서 태어나 지린화공대 화학공정학과를 졸업하고 옌볜대 대학원에서 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0여년 동안 옌볜대 교수로서 국제무역·경제학 등을 가르쳤다. 2003년 한국에 입국해 고려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자본시장연구원에서 7년간 근무하며 중국 경제·금융을 연구했고, 법무법인 율촌 중국시장 고문도 지냈다. 현재 대통령 직속 지식재산위원회 위원, 외교부 재외동포분과 자문위원, 중국증권행정연구원장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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