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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는 다 계획이 있다]②단순한 공놀이를 넘어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스포츠

도시를 먹여 살리고 브랜드 가치 높이는 스포츠

텍사스 레인저스 새 구장 열면 1,025개 새 일자리 생겨

볼티모어 오리올스 홈구장은 도시재생의 기폭제 역할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한 한국 프로 스포츠의 현실

NC다이노스 새 구장 위치, 구장명 두고 지자체와 갈등

대구FC 성공으로 지역사회도 활기

#지난 2013년 초 미국 프로농구(NBA)의 새크라멘토 킹스는 시애틀로 연고지 이전을 추진했다. 현재 LA 클리퍼스 구단주인 스티브 발머 전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를 중심으로 한 시애틀 투자그룹이 구단 지분 65%를 인수해 최대주주가 되면서다. 시애틀 투자그룹은 새크라멘토 킹스의 연고지를 시애틀로 옮겨 시애틀 슈퍼소닉스를 부활시키려 했다. 하지만 2013년 6월 댈러스에서 열린 구단주 회의에서 새크라멘토 구단의 연고지 이전을 두고 투표를 한 결과 22대 8로 부결되었다. 새크라멘토 킹스가 잔류를 하게 된 데는 NBA 선수 출신인 케빈 존슨 전 새크라멘토 시장의 노력이 컸다. 존슨 전 시장은 시애틀 투자그룹에 맞서 폴 제이콥스 퀄컴 회장 등과 새크라멘토 투자그룹을 형성해 맞서는 등 연고지 이전을 적극적으로 제지했다. 존슨 전 시장의 노력은 결국 결실을 맺었다. 잔류 확정 후 존슨 전 시장은 “킹스의 잔류 소식은 새크라멘토 사회에 있어 정말 좋은 소식“이라며 감격스러워 했다.

존슨 전 시장이 새크라멘토 킹스의 연고지 이전을 저지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그가 NBA 선수 출신이어서만은 아닐 것이다. 도시와 시민들에게 프로 스포츠 구단이 주는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프로 스포츠 팀은 한 도시의 브랜드를 높이고 시민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에 애정과 자부심을 갖게 해줄 뿐만 아니라 막대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다.

리버풀FC가 지난해 챔피언스리그를 우승한 후 연고지인 영구 리버풀에서 카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리버풀은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했으며, 팬들도 2005년 ‘이스탄불의 기적’으로 불리는 챔피언스리그 우승 이후 오랜만에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사진=리버풀FC 홈페이지




◇도시를 먹여 살리고 브랜드 가치 높이는 스포츠=스포츠는 그저 단순한 공놀이가 아니다. 인기 있는 프로 스포츠 팀은 그 자체로 수조원대의 경제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작년 7월에 발표한 구단 가치 순위에 따르면 미국 NFL의 댈러스 카우보이스가 50억 달러를 기록해 1위에 올랐다. 2위는 46억 달러를 기록한 미국 메이저리그(MLB)의 뉴욕 양키스가 차지했으며,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의 레알 마드리드가 42억 4,000만 달러로 3위를 기록했다. 이들 외에도 전 세계적으로 2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닌 구단이 50개에 달했다. 프로 스포츠팀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도 크다. 추신수 선수의 소속팀인 텍사스 레인저스는 12억 5000만 달러를 들여 새 홈구장 ‘글로벌 라이프 필드’를 짓고 있다. MLB 구장 중에서도 비교적 오래되지 않은 1994년에 개장한 홈구장을 두고 말이다. 텍사스 레인저스가 새 홈구장을 짓는 것은 경제적 효과를 고려해서다. 텍사스 레인저스의 새 홈구장 옆에는 호텔과 컨벤션 센터, 시민들이 콘서트 등을 즐길 수 있는 야외공연장, 광장 등이 함께 들어서게 된다. 또한 구장이 위치한 알링턴시는 이 지역을 종합 상업 유흥지구로 만들어 1,025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프로 스포츠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이번 코로나 19 사태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코로나 19 확산으로 전 세계적으로 스포츠 경기가 전면 중단되면서 한순간에 일자리를 잃은 구단 직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프로 스포츠는 도시 브랜드 가치에도 큰 영향을 준다. 일본이 도쿄 올림픽에 공을 들이는 것도 올림픽을 통해 막대한 경제적 가치를 누리는 것은 물론 도시 브랜드 제고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대전시티즌(현 대전하나시티즌) 서포터스인 ‘대저니스타’의 의장을 지낸 바 있는 김준태 도시여행자 대표는 “FC바르셀로나의 경우 구장 박물관 연간 이용자가 40만명이 넘는다”며 “사람들이 특정 도시를 생각할 때 그 도시의 스포츠팀을 떠올릴 때가 많은데 이것만 보더라도 스포츠가 도시 브랜딩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텍사스 레인저스의 새 홈구장 ‘글로브 라이프 필드’. 텍사스 알링턴시는 새 구장 건립으로 1,025개의 새 일자리가 생겨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진제공=텍사스레인저스홈페이지


텍사스 레인저스의 새 홈구장 ‘글로브 라이프 필드’ /사진제공=텍사스레인저스홈페이지


◇도시재생에 전략적으로 스포츠를 활용하는 도시들=이 같은 프로 스포츠의 가치를 깨달은 전 세계 도시들은 낙후된 도시를 살리기 위해 스포츠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 메릴랜드주에 위치한 볼티모어 시가 대표적이다. 볼티모어는 조선·정유 등으로 유명한 공업 도시였지만 한 때 주력 산업이 쇠퇴하면서 도시도 활력을 잃어가고 있었으며, 마약과 범죄의 도시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기기도 했다. 볼티모어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민들이 도시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캠페인을 벌이는 한편 1960년대부터 이너하버(Inner Harbor) 항구와 해안가 개발, 그리고 인구 밀도를 높이기 위한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100년 전에 지어진 화력발전소를 리모델링하는 등 오래된 공장이나 발전소와 같은 과거 산업유산을 활용해 쇼핑몰이나 레스토랑을 만들고 숙박시설도 확충했다. 메이저리그 야구팀인 볼티모어 오리올스도 중요한 역학을 했다. 볼티모어는 볼티모어 오리올스 홈구장인 ‘오리올 파크’를 통해 도시 이미지를 쇄신하는 한편 집객 핵심시설로 활용했다. 볼티모어 오리올스 구단 홈페이지에도 이에 대한 자부심이 잘 나타나 있다. 볼티모어 오리올스 구단은 1992년 4월에 개장한 새 구장에 대해 “도시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위해 역사적으로 유서 깊은 지역에 야구장을 만들었다”며 “오리올 파크 개장으로 MLB의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었으며, 다른 야구장 건설에도 영감을 주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오리올 파크 오른쪽 외야에 위치한 ‘B&O Warehouse’는 1898년에서 1905년 사이에 지어진 건물로 이를 활용해 복고풍의 이미지를 잘 살려냈다. 박희윤 HDC현대산업개발 개발운영사업본부장은 “볼티모어 시는 야구장을 도시재생의 기폭제로 삼았다”며 “볼티모어 뿐만 아니라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일본의 프로야구팀 히로시마 도요 카프도 도시 개발사업 과정에서 야구장을 전략적으로 잘 활용했다”고 말했다.

미국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홈구장 ‘오리올 파크’. 우측 외야에 위치한 ‘B&O Warehouse’는 지어진 지 100년이 넘은 오래된 건물로 볼티모어를 이를 활용해 복고풍의 이미지를 잘 살려냈다. /사진제공=볼티모어 오리올스 홈페이지


미국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의 홈구장 ‘펫코 파크’. 샌디에이고는 야구장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다운타운 활성화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샌디에이고 파드레스 홈페이지


미국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의 홈구장 ‘쿠어스필드’ /사진제공=콜로라도 로키스 홈페이지


손흥민이 소속된 영국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핫스퍼의 새 홈구장 ‘토트넘핫스퍼스타디움’. 새 홈구장이 건설되면서 북런던 일대 풍경도 크게 바뀌게 됐다. /사진제공=토트넘 핫스퍼 홈페이지


미국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의 홈구장 ‘양키스타디움’에서 5회말이 끝난 뒤 구단 직원들이 그라운드를 정리하면서 팬들의 호응을 유도하기 위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경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벤트가 벌어지는 스포츠 경기장은 사람들을 /사진=고병기기자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한 한국 프로 스포츠의 현실=이처럼 프로 스포츠 경기장을 도시재생에 적극 활용하는 해외 사례와 비교하면 한국의 상황은 아쉬운 점이 많다. 특히 지역 정치인들의 이해관계가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NC다이노스의 경우 몇 해 전 신축 구장 건설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연고지인 창원 지역 정치인들의 지역 이기주의 때문에 애를 먹었다. 지난 2010년 통합 창원시가 출범한 이후부터 계속되고 있는 창원·마산·진해 간의 지역 갈등이 프로야구에도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NC다이노스의 새 홈구장 부지는 애초 진해 육군대학 부지로 정해졌다가 NC다이노스와 야구계의 반발로 마산종합운동장 부지로 변경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NC다이노스 새 홈구장을 둘러싼 갈등은 구장 이름으로까지 이어졌다. 애초 NC다이노스는 새 구장 이름으로 ‘창원NC파크’를 원했지만 창원시가 ‘창원NC파크 마산구장’으로 구장 이름을 정하면서 갈등이 생겼다. 창원N 파크 마산구장이라는 이름은 마산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지역구 의원들의 주장이 반영된 것이다. 대전시 역시 베이스볼 드림파크 건립 부지 선정 과정에서 지역 정치인들과 자치구의 이기주의로 극심한 갈등을 빚은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역사적 가치를 지닌 구장을 가치를 너무 가볍게 여긴다는 지적도 있다. 1925년 개장해 한국 근대 스포츠의 요람으로 불렸던 ‘동대문 운동장’이 대표적이다. 그 자체로 도시의 살아 있는 역사인 건축물을 한순간에 허물어버렸기 때문이다.

2019년 NC다이노스의 새 홈구장에서 열린 개막식 장면 /사진제공=NC다이노스 홈페이지




대구FC는 한국 프로 스포츠계에서 팬들과 가장 적극적으로 소통면서 지역사회에도 여러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 구단으로 꼽힌다. /사진제공=대구FC 홈페이지


이처럼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스포츠와 스포츠 경기장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는 도시가 많지 않다. 그렇지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바로 대구FC다. 대구FC는 작년 3월 과거 종합경기장이었던 대구시민운동장을 515억원을 들여 리모델링해 전용구장인 ‘DGB대구은행파크’을 개장했다. 팬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대구FC는 지난 시즌 9차례나 매진을 기록하는 등 한국 프로축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팬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지역 사회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DGB대구은행파크 위치한 대구 북구 고성동은 구도심으로 프로야구단 삼성 라이온즈가 홈구장을 옮긴 후 쇠락의 길을 걷고 있었다. 하지만 대구FC가 자리를 잡으면서 도시가 다시 활기를 띄기 시작했고 주변 상권도 살아나고 있다. 이 같은 성공에 고무된 대구 지역 언론이 도시재생에 스포츠를 적극 활용하고 이를 대구 전역으로 확산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일 정도다. 대구FC의 성공은 대구 지역사회뿐만 아니라 한국 프로 스포츠 업계에도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대구FC의 성공에 더 많은 사람들이 주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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