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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코로나19 이후 몽니

김우보 경제부 기자





“도대체 이걸 어떻게 입증하려나 싶다.” 일본이 지난 1월 보내온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장(양자협의 요청서)을 받아든 한 정부 인사는 혀를 끌끌 찼다. 제소장에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합병 과정의 국책은행 지원을 포함한 한국 정부의 조선업 지원 정책이 망라됐지만 ‘수준 이하’의 문제 제기였다. 그는 “여러 정책을 나열해놨을 뿐 구체적인 근거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자국 업체가 피해를 볼 것 같으니 일단 발목을 잡으려는 것 같다”고 했다.

헌데 유럽연합(EU)까지 나서 일본의 ‘몽니’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EU는 지난달 ‘제3자 참여’ 형태로 이 분쟁에 끼어들겠다며 손을 들었다. 선박 가격협상에서 덩치를 키운 한국 조선업체의 목소리가 커지면 역내 선사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견제를 받는 것은 조선업만이 아니다. 미국은 무역확장법 232조로 철강과 자동차 산업을 옭아매려 하고 인도 등 신흥국은 범용 화학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무차별적으로 매기고 있다. 주요국 간 제조업 경쟁력 차이가 옅어지자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서 무리한 조처도 서슴지 않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경제가 고꾸라지면 쪼그라든 파이를 차지하기 위한 통상 공세는 한층 기승을 부릴 것이다. ‘수준 이하’의 조치라도 일단 발동되면 기업의 타격은 즉각적이다. 바로잡기까지는 수년이 걸린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미국이 주도한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을 보면 국영기업과 국책은행의 지원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미국이 같은 내용을 한국에 들이밀 가능성도 적잖다. 정부 돈으로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전략을 더는 고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외부 지원마저 여의치 않은 만큼 산업의 내부 활력을 깨워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혁신 역량을 갉아 먹고 있던 각종 규제를 다시 살펴볼 때다.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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