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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론직설]“코로나19보다 더 큰 진짜 경제위기 1~2년 내 다시 온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경희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각국 1차 양적완화 이후 충격 줄이려면 추가 공급 불가피

풀린 유동성 회수 나서면 신흥국 자금 이탈...대책 준비해야

코로나 진정되면 중국이 주도하는 '디지털 르네상스' 올 것

5G·AI·빅데이터·클라우드·드론 등 新SOC에 투자확대 필요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3일 서울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글로벌 경제가 위기를 맞고 있지만 신흥국들은 앞으로 1~2년 내에 더 큰 위기를 맞을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성형주기자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3일 서울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글로벌 경제가 위기를 맞고 있지만 신흥국들은 앞으로 1~2년 내에 더 큰 위기를 맞을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성형주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면서 글로벌 경제에 큰 위기가 온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이번은 진짜 위기가 아닙니다. 적어도 신흥국에는 앞으로 1~2년 내에 더 큰 위기가 올 수 있습니다.”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인 전병서 경희대 경영대학원 중국경영학과 객원교수는 3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가 대대적인 양적 완화에 나섰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추가적 양적 완화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렇게 풀린 돈을 회수해야 할 때가 되면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서 신흥국에서 자금이 빠져나갈 것”이라며 이에 따른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을 거쳐 중국 경제와 금융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전 교수를 만나 코로나19가 글로벌 경제와 중국 경제에 미치는 파장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모든 나라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엄청난 돈을 풀고 있다.

△금융위기 때는 돈에 레버리지(차입을 통한 투자)를 걸었다. 내 돈 1원이 있으면 9원을 빌려 투자했다. 당시 파산한 리먼브러더스는 60~70배의 레버리지를 걸었다. 금융위기 이후 이 부분이 막히니까 금융사가 이번에는 상장지수펀드(ETF)처럼 컴퓨터 프로그램이 매매하는 펀드에 투자했다. 주가는 대개 일정 기간 상승 또는 하락 추세를 보이며, 투자자는 그에 맞춰 이익을 내거나 손실을 입는다. ETF는 주가가 출렁이는 진동폭에 레버리지를 걸기 때문에 일정 기간으로 보면 주가가 1% 오르더라도 그로 인한 손익은 수십 배로 커질 수 있다. 미국은 전체 투자의 70%가 이런 상품에 집중돼 있다. 레버리지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돈 외에는 없다.

-이 정도 규모의 유동성이면 위기가 해결되나.

△싱크홀이 생기면 일단 시멘트를 부어 메워야 한다. 양적 완화를 해야 하는 이유다. 양적 완화로 돈이 풀리면 사람들이 다시 투자에 나서야 하는데 실제로는 공포 탓에 반대로 돈을 더 뺀다. 결국 또 다른 싱크홀이 생길 수 있는데 이 부분까지 메우려면 더 많은 돈을 풀어야 한다. 지금의 양적 완화로는 부족하다.

-미국은 유동성을 무한정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말로만 하고 있다. 실제 위기를 잠재우려면 집행 규모를 늘려야 한다. 중요한 것은 풀린 돈이 실물경제, 즉 기업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점이다. 증자와 채권 발행에 도움을 줘야 하기 때문에 더 많은 돈이 풀려야 한다. 처음 필요한 돈이 100이면 투자자들의 심리 안정을 위해 120~130이 필요하고, 다시 실물경제로 돈이 흘러들어 가려면 150~160이 필요하다. 제2의 금융 버블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번 위기가 오기 전 기존에 풀린 돈을 줄였어야 했다. 이미 돈이 많이 풀린 상태에서 더 풀리기 때문에 보다 큰 문제가 생길 것이다.

-이번 위기가 진정한 위기가 아니라는 얘기인가.

△이번에 돈을 많이 풀었기 때문에 기업이 안정되면 그 돈을 회수해야 한다. 그러면 금리가 올라가고 그때 진정한 위기가 올 것이다. 돈은 미국 본토가 아니라 신흥시장에서 먼저 빠져나간다. 미국이 금리를 올릴 때 신흥시장은 항상 큰 어려움에 처했다. 앞으로 1~2년 안에 신흥시장에 위기가 올 수 있다.

-중국은 공식 발표만 보면 코로나19 사태가 진정 단계에 진입한 것 같은데, 실제 어떻게 보는가.

△중국은 코로나19 확진자를 15일 만에 줄였다. 확진자 수가 정점을 찍고 떨어지기까지 보름이 걸렸다. 현재 환자 수가 8만명대에 머물러 있는데 치료받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 사이 치료를 했다는 뜻이다. 중국은 말라리아 치료제와 미국 길리어드사가 개발한 에볼라 치료제를 써서 효과를 봤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 국면에 도달한 게 맞다.

-중국은 언제쯤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할 것으로 예상하는가.

△공식으로 선언할지는 모르겠지만 두 가지가 발표되면 종식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유치원 개원이다. 중국은 지난 40년간 가족 단위로 아이를 한 명씩만 낳았다. 부모·조부모·외조부모 등 6명에게 아이가 한 명이라는 얘기다.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렇게 중요한 아이가 유치원에 다시 나갈 때는 코로나19가 확실하게 종식된 후가 될 것이다. 중국은 매년 3월 첫주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협상회의를 일컫는 ‘양회(兩會)’를 연다. 이때 당 서열 1위인 시진핑 국가주석부터 서열 5,000번까지 모두 모여 예산과 법률을 통과시킨다. 지난 한 달 동안 양회 개최에 대해 아무런 얘기가 없었다. 5,000명이 2주 동안 함께 밥을 먹고 회의하면 감염될 확률이 100%다. 중국 공산당은 국가지도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만큼 양회를 개최한다면 코로나19가 종식됐다고 볼 수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중국은 망가지지 않았고 오히려 세계 경제를 리드했다. 금융위기와 코로나 위기를 비교한다면.

△금융위기 때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15%에서 6%로 주저앉았다. 중국은 경기부양을 위해 4조위안을 투입했다. 당시 중국의 GDP가 30조위안이었으니 GDP의 13%를 한번에 투입한 것이다. 이를 통해 바로 GDP 증가율을 12%로 올렸다. 그 후유증이 5년 동안 계속됐고 전 세계에 공급과잉이 왔다. 그래도 금융위기 때는 시장이 덜 개방돼 금융 파고에서는 안전했다. 지금은 시장이 어느 정도 개방됐기 때문에 자금의 해외유출을 걱정해야 하는데 정작 중국이 우려하는 것은 내부에 있는 1억6,000만명의 주식 투자자들이다. 주가가 내려가면 중국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그래서 나온 것이 대규모 투자다. 투자로 경기부양에 나선다는 점에서 보면 금융위기와 코로나 위기는 같다.

-금융위기와 코로나 위기에서 대처 방법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투자하는 콘텐츠가 다르다. 금융위기 때는 사회간접자본(SOC)에 주로 투자했다. 당시 그 영향으로 우리나라가 대박을 친 게 이른바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이다. 지금 중국은 5G 더하기 ABCDR에 투자한다. 5세대 이동통신과 인공지능(A), 빅데이터(B), 클라우드(C), 드론(D), 로봇(R)이 그것이다. 중국은 당 서열 1~25위가 한 달에 한 번 회의하는데 여기에서 이런 신(新)SOC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잘한 선택인가.

△중국은 코로나19가 왔을 때 지역을 봉쇄하고 임시병원을 지어 환자를 치료했다. 군대를 동원해 사람의 이동을 막고 군대 의사가 치료하도록 했다. 처음에는 이런 대응에 대해 다른 나라들이 많이 비난했는데 지금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중국과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위기는 겪어본 나라가 잘 대처한다. 사스 같은 전염병은 중국이 가장 많이 경험했다. 중국은 이번에 이동금지명령부터 내렸다. ‘봉쇄 후 뿌리 뽑기’가 정답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뒤 세상은 풀린 유동성을 회수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때 두 가지 방안이 있을 것이다. 금리를 올리는 방법과 신산업을 만들어 넘쳐나는 유동성을 빨아들이는 방법이다. 중국에서는 신산업이 유동성을 빨아들일 것이다. 다른 나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

-중국의 신SOC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사스 때와 이번이 다른 점은 스마트폰이다. 현재 중국에는 16억대의 스마트폰이 있다. 우한에 몰래 다녀온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의 전화번호가 우한 이동통신 서버에 나온다. 위치정보시스템(GPS)으로 추적하면 이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된다. 공안이 이 사람을 격리해 감염 확산을 막았다. 우리나라의 카카오톡과 같은 위챗을 중국은 11억명이 쓴다. 여기에서 온갖 정보를 추출하는데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한다. AI 기술을 이용하면 비행기 안에서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이 어디 앉아 있는지도 알 수 있다. 코로나19가 진정되면 중국은 이번에 투자한 신SOC를 기반으로 디지털 르네상스를 일으킬 것이다.

-코로나19 위기 이후 중국이 미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까.

△코로나19가 중국의 외교력을 높이는 계기는 됐다. 이번 주요20개국(G20) 회의 때 미국은 글로벌 리더십을 잃었다. 코로나19 퇴치를 위해 아무것도 한 게 없다. 중국은 이번에 코로나19 대응 시스템을 통째로 수출하고 있다. 공짜니까 신흥국들은 그 시스템을 받아들인다. 100개가 넘는 나라를 우군으로 확보한 셈이다. 4차 산업혁명의 스타트라인에서 가장 앞서 있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아직 세계 경제의 절반 이상은 전통산업이 차지한다. 미국을 추월하기가 어려운 이유다. 중국은 오는 2035년 미국을 경제적으로 추월하고 2050년 군사적으로 넘어서는 목표를 갖고 있다.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디지털 르네상스의 선두에 있는 중국의 어깨에 올라타야 한다. 우리는 어떤 사업 아이템이건 3년이 되면 내수시장이 다 찬다. 우리보다 30배 더 큰 시장이 바로 옆에 있으니 이용해야 한다. 미국이 11개 첨단기술의 해외이전을 금지하자 중국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2019년 상하이에 중국판 나스닥인 커창반(科創板)을 열었다. 여기에는 5G 등 6대 핵심 산업만 상장할 수 있다. 주가수익비율(PER)이 코스닥은 25배, 나스닥은 40배인데 커창반은 128배다.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창업한 뒤 커창반에 상장하는 젊은이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커창반에 상장하면 10억원이 1,280억원으로 불어난다.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중국은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이다. 한국의 총수출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5%를 넘는다. 우리나라의 당정청에 중국 전문가도 그 정도 비율로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정부 여당에는 중국에서 공부한 사람이 많지 않다. 중국의 큰 연구소에 가면 한반도만 연구하는 사람만도 100명이 넘는데 우리 연구소에는 중국 박사들이 10명도 되는 곳도 드물다. 지중(知中)부터 해야 한다. /한기석 논설위원 hank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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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경북 영주에서 태어났다. 중국 베이징 칭화대에서 경영학 석사, 상하이 푸단대에서 금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우증권 상무, 한화증권 전무를 지내는 등 금융 업계에서 25년간 일했다. 업계 최초로 중국 리서치와 중국 IB 업무를 담당했다. 중국 경제·금융 분야의 이론과 실무에 정통하고 중국의 성장산업을 주로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금융대국 중국의 탄생’ ‘한국의 신국부론 중국에 있다’ ‘중국의 대전환 한국의 대기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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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석 논설위원 논설위원실 hank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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