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가 올 2학기 교수 채용에서 상당수 학과는 여성만 뽑기로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상대적으로 부족한 여성 교수를 늘리기 위한 과도기적 조치라는 의견도 있지만 아예 응모 기회조차 박탈하는 것은 역차별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5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남대는 최근 올 2학기 총 54개 전공에서 55명의 교수를 채용한다는 공고를 냈다. 이 중 19개 전공은 여성 지원자만 받는다. 신임교수의 최소 34%를 여성으로 채우겠다는 얘기다. 전남대 측은 “올해 개정된 교원공무원법에서 국·공립대 여성교수 비율을 25%로 늘리라고 권고한 데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4년제 국·공립대 여성교수 비율은 2018년 기준 약 16.5%로, 사립대학(25.8%)보다 낮다. 올해 3월 기준 전남대의 전체 여성교수 비율은 약 18.1%다. 여성 지원만 받기로 한 학과들의 평균 여성교수 비율은 약 8.3%다.
전남대 측은 “이전에도 여성 지원자에 한해 공고를 낸 적이 있다”며 교수 성비 등 각 학과의 수요조사를 토대로 기준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시기 채용공고를 낸 다른 국공립대도 일부 학과는 여성만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전남대의 경우 여성만 지원하도록 한 학과 규모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점 때문에 반발이 나오고 있다. 부산대의 경우 올해 2학기에 65명의 교수를 채용할 예정인데 이 중 여성만 지원할 수 있는 전공은 2개다.
석·박사 및 연구원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하이브레인넷’엔 지난 며칠 동안 전남대의 공고를 비판하는 글이 수십 건 올라왔다. 한 네티즌은 “가산점을 주는 정도라면 수긍할 텐데 지원 자체를 못 하게 하는 것은 너무 심한 역차별”이라고 비판했다. 로봇공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김모 씨(31)는 “공학박사의 경우 남녀 성비가 9대 1 정도인데 공학 분야마저 여자만 지원할 수 있게 만든 것은 불합리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불가피한 조치라며 옹호하고 있다. 교수사회 내 성평등에 대한 연구를 해온 박남기 광주교육대 교수는 “여성 박사가 꾸준히 증가했는데도 남성교수만 있는 학과에서는 여성교수 채용을 꺼리는 것은 사실”이라며 “당장 피해받는 남성들이 있겠지만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도 “여성 지원자로 한정하지 않으면 정부 기준을 충족할 수 없는 상황일 때 이런 공고 내는 것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며 “일시적으로 취해져야 하는 수단인 것은 맞다”고 평했다. /김태영기자 youngki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