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 이 모 씨는 동작대교 남단에 위치한 이마트24 구름·노을점에서 주말 낮 시간을 보내는 게 일상의 작은 재미다. 웬 편의점에서 시간을 오래 보내냐하며 의아해할 수 있지만 그에게 이 공간은 카페이자 레스토랑이자 서점이다. 1~2층에는 편의점 매장과 카페존에서 바리스타가 내려주는 커피를 마시고 스무디킹 매장에서 시원한 음료를 즐길 수 있다. 점심 때가 되면 3층으로 올라가 김밥, 샐러드 등으로 먹거리를 즐긴다. 이 공간 비치된 100여권 이상의 신간 책을 본다. 일종의 도서관인 셈이다. 해질녁이면 5층 루프톱에서 한강다리 위 가장 높은 곳에서 석양을 보는 것이 그만의 휴일 루틴이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고객을 모으기 위해 두 업종이 손을 잡은 동거를 넘어 이제는 편의점이나 카페에서 전문점의 음료와 책, 나아가 의류까지 즐길 수 있는 한지붕 다가족 시대. 편의점은 생필품과 먹거리를 사는 목적형 소비를 지향하는 곳이 아닌 심지어 운치 있는 시간을 보내는 곳으로 발전하고 있다. 바리스타 커피, 스무디킹, 책, 먹거리까지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일종의 카페 이상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오프라인을 방문하지 않는 시대에 고객을 집객을 위해 기존에 샵인샵 형태를 넘어 이제는 둘 이상의 이종간 협업이 대세로 자리잡았다. 편의점, 커피 프랜차이즈 등 명목상 간판이 아니라 이 공간에서 얼마나 고객이 시간을 보내는지가 성공 잣대가 됐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 지붕 세 가게’ 매장은 소비자 흥미를 유발하는 것과 동시에 운영자에게는 다소 적은 투자비용으로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며 “보다 다양한 실험의 협업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편의점 이마트24는 그룹 계열사 스무디킹과 손잡고 가맹점 수익 창출 확대에 나섰다. 카운터 내 공간에서 스무디킹을 제조·판매할 수 있는 혁신 가맹 모델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경영주가 이마트24 가맹 계약과 별개로 스무디킹과 가맹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1개 매장에서 2개 가맹점 운영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 전국 40개 매장으로 확대됐다.
편의점에 와서 레스토랑뿐 아니라 와인쇼핑까지 가능한 공간도 나왔다. 이마트24는 지난해 10월 대구광역시 북구의 폐공장과 창고를 총 600평 규모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해석한 ‘2garend(투가든)’을 오픈했다. 오래된 구조물을 그대로 살린 편의점 이마트24를 주축으로 커피·베이커리·브런치 공간 ‘나인블럭’, 이국적인 스테이크 레스토랑 ‘선서인더가든’, 화원 ‘소소한 화초 행복’, 서점 ‘문학동네’, 체험놀이공간 ‘레고샵’ 등이 구성된다. 특히 이마트24에는 400여 종의 와인을 갖춘 창고형 와인셀러를 마련했다.
이마트24 삼청동점은 한옥 편의점으로 유명하다. 디자인 역시 전통 한옥의 기둥과 한옥 문창살을 연상케하는 디자인을 적용했다. 이 매장에는 외국인 방문객이 전통차를 경험할 수 있는 한국 전통 디저트 카페 ‘오가다’가 입점해 운영했다. 매장 2층은 일반 편의점의 취식 공간과 달리 한옥 마루에 교자상으로 마련했다. 외국인 방문객을 위한 전통주, 한국 관광기념품도 판매한다.
체육관 내 다양한 닭 가슴살 등 단백질 제품에 특화된 일명 피트니스 편의점도 나왔다. GS25는 국내 최대 피트니스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고투와 손잡고 경기도 고양시에 ‘피트니스형 GS25’ 매장을 오픈했다. 일반 매장에서 판매하지 않는 닭가슴살 등 신상품 20여 종도 판매한다. 4,000여명의 피트니스센터 회원만 이용할 수 있는 자율 결제 시스템이 도입됐다. 이보다 앞서 GS25는 골프장 내 그늘집 편의점도 선보이기도 했다.
커피 프랜차이즈와 패션 그룹이 손잡은 사례도 있다. 달콤커피는 패션그룹 형지와 손잡고 롯데몰 은평점에 패션과 로봇카페 ‘비트(b;eat)’를 결합한 복합 매장을 선보였다. 여성복 브랜드 크로커다일레이디와 샤트렌이 입점한 매장 입구에 자리 잡았다. 로봇이 음료를 제조하는 이색 퍼포먼스도 즐길 수 있다.
기존 매장의 일부 공간을 임차하는 숍인숍 형태가 아니라 테이크아웃 특화 점포를 구축하는 사례도 있다. ‘죠스떡볶이 바르다김선생 듀얼매장’ 양재점은 최근 1개 점포에 2개 브랜드를 입점시킨 듀얼 매장이다. 불황이 지속되면서 운영비를 줄이고, 배달과 테이크 아웃을 선호하는 최근 소비트렌드를 반영했다. 테이크아웃 고객과 배달 고객을 타깃으로 정하고 내부 공간을 포기해 임대료를 낮췄으며 무인 키오스크, 김밥 커팅기 등 자동화 기기를 도입해 운영 효율을 높였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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