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자동차 베어링 제조사인 독일 셰플러그룹의 한국법인 셰플러코리아가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최근 몇 년 간 이어진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침체와 더불어 전기차 등 미래차로의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사업구조 재편에 나선 것이란 게 회사측 설명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제품 공급차질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최근 현대위아 평택공장, 현대모비스 서산공장 등 국내 부품업계가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한 데 이어 외국계 부품업체마저 희망퇴직에 들어가면서 부품업계 근로자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셰플러코리아는 지난 6일부터 오는 24일까지 1977년 이전 출생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접수 받는다. 셰플러코리아는 지난해 12월에도 희망퇴직을 실시했지만 신청 인원은 10여명에 그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셰플러코리아 관계자는 “조직운영의 활성화와 모빌리티 및 인더스트리 4.0으로 산업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상황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작년부터 희망퇴직을 시행하고 있다”며 “현재 공장이 정상 가동되고 있고 코로나 19 영향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셰플러코리아는 베어링 시장 세계 선두업체인 독일 셰플러그룹의 한국 법인이다. 베어링 제조기술을 바탕으로 자동차 엔진과 변속기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을 제작한다. 국내 완성차 및 BMW, 폭스바겐, 도요타 등 전세계 완성차 업체가 고객이다. 국내에 창원 1·2·3공장, 전주공장 등 총 4개 공장과 1개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총 직원은 2,000여명 규모다. 2011년 매출 1조원을 넘어선 후 2017년에는 1조2,000억원으 매출을 달성했다. 이 외에도 셰플러코리아는 공장에 들어가는 제조설비를 설계·생산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자체 개발한 제조설비를 글로벌 셰플러그룹에 수출하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업계에서는 최근 현대위아 평택공장, 현대모비스 서산공장 등에 이어 외국계 기업마저 희망퇴직을 실시하자 코로나19 발 타격이 본격화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셰플러코리아가 부품을 납품하는 글로벌 완성차들 대부분이 현재 공장 문을 닫았다”며 “코로나19가 이번 희망퇴직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실제 지난 6일에는 동희오토, 현대위아 평택공장, 현대모비스 서산공장이 잇따라 임시 가동 중단을 선언했다. 특히 기아차 ‘모닝’을 위탁 생산하는 동희 오토 공장이 6일부터 13일까지 가동 중단에 들어가며 동희오토에 경차용 엔진을 공급하는 현대위아도 생산량 조절을 위해 6일부터 9일까지 공장가동을 중단했다.
국내 완성차 공장 뿐만 아니라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의 공장들도 잇달아 문을 닫으면서 국내 공장 생산까지 차질을 빚으며 부품업체들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부품업체들은 이달 중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부품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잇따라 공장 문을 닫으며 업계의 3월 매출이 평균 20~30%는 감소한 것으로 안다”며 “이달에는 감소폭이 더 커질 전망으로 중순에는 유동성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질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달 초 자동차산업협회가 75개 부품사를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91.5% 업체가 수요위축에 따른 매출 감소를 호소했고, 36.6%는 자금조달 애로가 있다고 답했다. 자동차 부품사들의 생존을 위해 업계 67.6%는 대출연장 등 유동성 확대를 요구했고 각종 세금 감면 및 납부 유예를 요청한 비율은 62%에 달했다./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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