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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후벼파기]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을 건드린 배민의 실수

어제 갔던 밥집이 오늘 폐업하는 시기에 국민심기 건드린 후폭풍

화난 소비자들 앱탈퇴 릴레이 인증

공공배달앱 논의 공론의 장으로 나와

의문의 승리 얻은 이재명 경기도지사 지지율 상


※이슈는 씨줄과 날줄로 엮여 있습니다. 넓고 깊게 살펴야 이슈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열쇳말로 이슈를 분석하는 <이슈 후벼파기>입니다.





주인공 : 배달의 민족

주제 : 수수료 논란

열쇳말 : 심기, 부메랑, 배달의 명수, 지역화폐

개요

누가 모를까 합니다만, 배달의 민족(이하 배민)은 배달중개 어플리케이션(이하 앱)입니다.

배민이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면서 논란이 들불처럼 퍼지고 있습니다.

배민은 4월1일부로 기존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수수료 체계를 바꿨습니다. 기존에는 월 8만8,000원의 광고료를 내고 가게를 홍보했는데 바뀐 정률제 ‘오픈서비스’에서는 주문건당 결제금액의 5.8%를 수수료로 내야 합니다.

즉각 소상공인 단체를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나왔습니다. 여기에 멈추지 않고 소비자들 사이에선 앱 탈퇴운동까지 전개되고 있는데요.

깜짝 놀란 배민은 재빨리 사과 메시지로 진화에 나서며 3월 수수료 절반 캐시백 카드를 제시했습니다. 그럼에도 배민은 새로운 수수료 체계를 고수하기로 했지만 여론이 극도로 악화되자 전면 백지화를 선언했습니다. 그러나 논란은 끝나지 않고 있습니다. 그 이유를 알아봤습니다.

열쇳말 1. 심기



배달 수수료는 일종의 가격입니다. 가격은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지점에서 형성된다고 교과서는 가르칩니다. 배민이 책정한 수수료는 이 같은 경제작동원리를 감안한 그들 나름의 전략입니다.

영리기업의 가격책정에 대해 국가가 간섭하는 것은 분명 옳지 않은 일입니다. 지자체가 만드는 공공배달앱 아이디어에 대해 사회주의, 공산주의란 표현이 동원되는 이유입니다.

하도 주장이 많아서 헷갈릴 수 있는데 사실 배민 논란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가격논란은 많지 않습니다. 배민이 자신 있게 말하듯 5.8%란 수수료는 동종업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설령 그 낮은 수수료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서비스를 쓰지 않으면 됩니다. 그것이 시장원리죠.

그런데도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는 것은 배민이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을 건드렸기 때문입니다. 바로 국민정서입니다.

지금이 어떤 때입니까. 코로나 19로 모든 소상공인들이 죽어 나가고 있습니다. 어제 갔던 밥집이 오늘 폐업하는 전무후무한 시절입니다. 누군가는 월급의 일정 부분을 반납하고 어떤 건물주는 임대료를 받지 않겠다는 소식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은 미증유의 혹한기에 고통을 함께 나누겠다는 동료의식 때문일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배민은 소상공인들의 반감을 살 수밖에 없는 수수료 체계 전환에 나섰습니다. 더욱이 배민은 이들 소상공인들 위에 서서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입니다. 소상공인들이 없으면 배민 서비스는 아무런 쓸모가 없지요.

지금 배민을 둘러싼 소란은 결국 국민심기를 건드린 대가가 아닐까 싶습니다.

열쇳말 2. 부메랑

사실 배민은 팬만큼이나 적이 많은 기업입니다.

팬은 주로 최종 소비자(음식을 주문하는 자) 사이에 형성돼 있습니다. 배민 특유의 B급 감성 마케팅과 창업자 김봉진의 혁신 이미지, 앞서 나가는 조직문화 등은 배민 팬덤을 낳았습니다.

반면 배민 입점업체(음식을 만드는 자) 사이에는 배민에 대한 반감이 만만찮습니다. 배민 스스로 “바뀐 수수료 체계를 지지하는 이들도 많다”고 주장했듯 배민 서비스를 통해 매출증대에 성공하는 입점업체들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그들은 소수입니다. 많은 소상공인들은 뒤처지지 않기 위해 ‘울 걸 알면서도 겨자(입점)를 먹는 것’입니다.



특정 응원팀이 없는 관람객이 스포츠 경기를 보면서 약팀을 응원하는 심리가 작동하듯 배민 논란이 가중될수록 최종 소비자들 사이에서 앱 탈퇴 운동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배민 성장에 큰 기여를 했던 애국주의 마케팅은 더 큰 부메랑입니다.

배민은 독일계 자본인 딜립버리히어로(DH)에 매각됐습니다. 이로써 국내 배달중개시장은 DH(배달의 민족+요기요+배달통)가 90% 이상을 잠식하게 됐고 배민은 게르만 민족, 배신의 민족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칭을 얻었죠.

앱탈퇴 운동은 생각보다 강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으로 보여 집니다. 민의파악의 현대판 창구인 포털뉴스 댓글을 보면 탈퇴 인증이 릴레이 계주처럼 이어지고 있습니다.

열쇳말 3. 배달의 명수



배민 논란의 수혜주가 있습니다. 바로 배달의 명수입니다. 전라북도 군산시가 운영하고 있는 공공배달앱인 배달의 명수는 배민 논란을 거치면서 삽시간에 전국구로 올라셨는데요. 지자체가 개발한 앱인만큼 광고료와 중개료가 무료여서 지역 소상공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배민 논란 이후 공공배달앱 개발을 천명한 지자체들이 줄줄이 나오고 있습니다.

벌써부터 관이 민간시장에 뛰어드는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비판하는 쪽에선 혁신의 개념부터 장착하라면서 결국 제로페이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 예견합니다.

반면 관은 독과점 횡포에서 소비자를 지키겠다는 명분을 내세웁니다. 독과점 규제는 헌법이 규정하는 국가의 책무이죠. 앞서 설명했듯 국내 배달음식중개 시장은 독일계 자본인 DH가 90% 이상을 잠식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배달앱을 통해 소비자를 보호하겠다는 것입니다.



배민 논란이 예상보다 커지면서 주무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는 강도 높은 조사를 예고했습니다. 특히 DH와의 기업결합 승인심사에서 독과점 문제를 엄정하게 따지기로 했는데요. 배민이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 중 수수료 체계를 개편한 것은 그만큼 시장 지배력이 막강하고 소상인공인과의 협상력에서 절대적 우위에 있음을 스스로 입증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열쇳말 4. 지역화폐



배민 논란이 낳은 또 다른 수혜자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입니다. 특유의 직선적인 스타일로 팬과 적을 두루 보유(배민이랑 닮은 부분)한 이 지사는 배민 논란 과정에서 사이다 발언으로 지지도를 크게 올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배민 저격 외에 이 지사가 주목 받는 것은 공공배달앱 구축을 천명했기 때문입니다. 경기도 인구는 약 1,329만명으로 대한민국 수도인 서울(약 973만명)보다 약 350만명 많은 최대 지자체입니다. 인구수 27만명인 군산시가 운영하는 공공배달앱이 인구수 1,329만명의 경기도에서 제대로 작동할 지 벌써부터 의구심이 새어 나옵니다.

그런데 이 지사는 여러 인터뷰에서 공공배달앱의 소프트랜딩을 자신하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이 지사의 태도가 꼭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은 아닙니다. 지역화폐의 성공이란 실질적 증거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재명, 하면 파블로프 개처럼 따라다니는 수식어가 두 개 있습니다. 지역화폐와 기본소득입니다. 아직 사회적 논의가 숙성되지 않은 기본소득과 달리 지역화폐는 성공한 정책으로 평가됩니다.

이 지역화폐의 산파 역할을 한 것이 이 지사입니다. 이 지사는 성남시장 시절 전국 최초로 청년배당과 결합된 지역화폐인 성남사랑상품권을 손보였습니다. 지역화폐는 특정지역에서만 통용되는 대안화폐로 기본적으로 지역 내수의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됩니다. 현재 대다수 지자체가 지역화폐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공공배달앱 출현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성패의 의심을 받았던 지역화폐가 최종 소비자의 선택으로 성공한 정책으로 귀결됐듯 공공배달앱이 제2의 제로페이가 될지, 제2의 지역화폐가 될지는 결국 소비자 판단에 달려 있습니다.

/박해욱 spooky@lifejum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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