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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 수수료 손 대 자충수 둔 배민

배민, 수수료 개편 10여일 만에 백지화

공정위, 강도 높은 합병 심사 예고

시장 획정·데이터 독과점 주요 쟁점

수수료 개편 시도 자체가 시장지배력 드러내는 사례





음식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결국 수수료 체계 변경을 전면 백지화하면서 백기를 들었습니다. 지난 1일 이른바 ‘깃발꽂기’로 일부 업체가 광고를 독식하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수수료 부과방식에 손을 댄지 10일도 되지 않아 이전 체계로 돌아가기로 한 것입니다. 지난 6일까지만 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외식업주들이 어려워진 상황을 헤아리지 못하고 새 요금 체계를 도입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수용한다”고 사과하면서도 정률제 자체를 바꿀 순 없다던 배민이었습니다.

배민이 갑자기 태도를 바꾸게 된 배경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있습니다.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와의 합병 심사를 진행 중인 공정위가 강도 높은 심사를 예고했기 때문입니다. 공정위는 지난 7일 배민의 수수료 개편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소비자에게 부담이 될 가능성은 없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심도 있게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여기에 소비자 정보 독점 문제까지 살펴보겠다고 나섰습니다. 배민이 연간 2,500만명이 이용하면서 발생하는 ‘빅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는지도 면밀히 따져보겠다는 것입니다.

독일 DH와 40억달러(4조7,000억원) 규모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배민 입장에서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는 무엇보다 중요한 사안입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정치권의 압박이나 소비자 불매 운동에도 수수료 개편 백지화는 없다고 했던 배민이 공정위가 강도 높은 심사를 예고하자 태도를 바꾼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요금체계 방식 변경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배달 앱 국내 1위 업체인 ‘배달의 민족’(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 서울 송파구 본사 모습. /연합뉴스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는 1981년 공정거래법 시행과 함께 시작됐습니다. 독점적인 시장구조가 새롭게 형성되거나 고착화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해 시장구조를 경쟁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기업결합 심사는 6단계를 통해 이뤄집니다. 간이심사 여부, 관련시장 획정, 시장점유율 산정, 경쟁제한성 평가, 경쟁제한성 완화요인, 효율성 효과 등을 살펴봅니다. 기업결합이 시장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를 모두 살펴보고 인수·합병을 승인하거나 불허하거나 조건부 승인을 하는 방식입니다.

이번 기업결합 심사의 핵심 쟁점 중 하나는 시장획정입니다. 배민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DH는 또 다른 배달 앱 ‘요기요’와 ‘배달통’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18년 말 기준으로 배민, 요기요, 배달통 등 3곳의시장 점유율은 99%입니다. 이렇게 되면 명백한 독점이 됩니다. 하지만 공정위가 배달 앱 시장을 e커머스까지 확대 해석하면 쿠팡 등 다른 업체까지 포함되기 때문에 점유율이 낮아질 수 있습니다.



정보 독점 문제도 중요한 쟁점입니다. 배민이 요기요, 배달통 등과 합병할 경우 14만곳이 넘는 전국 음식점과 고객정보 등을 갖게 됩니다. 공정위는 이번 기업결합이 국내 첫 플랫폼 사업자 간 입수합병이라는 점에서 정보 독점이 중요한 문제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합병회사가 데이터 독과점을 통해 시장지배력을 갖게 되면 정상적인 경쟁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플랫폼 사업이 등장하면서 정보 독점 문제의 중요성이 더 커진 것은 맞다”고 설명했습니다.

/배달의 민족


또 하나 살펴볼 만한 요소가 신규 시장진입의 용이성입니다. 공정위는 통상 1~2년 안에 시장에 신규 진입이 가능할 경우 경쟁제한성이 낮아지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번 논란이 불거지자마자 정치권에서는 수수료가 없는 공공 앱을 들고 나섰습니다. 경기도를 포함한 10여곳에 달하는 지자체가 배달 앱을 자체 개발했거나 개발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공공 앱이 배민을 밀어내고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언제든 새로운 앱이 등장할 수 있다는 사례로 보입니다. 공정위가 이를 어떻게 판단할지도 궁금합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배민이 공정위가 기업결합 심사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판단하는 요소인 가격통제력을 건드렸다는 것입니다. 공정위는 이번 사례처럼 수평적인 기업결합을 심사할 때 합병회사가 단독으로 가격통제를 할 수 있는지를 가장 먼저 살펴봅니다. 공정위는 배민의 이번 수수료 개편 시도 자체가 시장지배력을 보여준 중요한 사례로 보고 있습니다. 더구나 기업결합 심사가 진행되는 도중 전례 없이 수수료를 개편했다는 것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가격을 움직일 수 있는 배민의 시장지배력을 보여준다는 해석입니다.

결과적으로 배민의 수수료 개편은 논란만 일으키며 자충수가 됐습니다. 이번 개편 철회도 엄격한 심사를 예고한 공정위 태도 변화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배민의 수수료 백지화와 관련해 공정위 관계자는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거나 철회하는 문제는 배민이 스스로 판단할 문제”라며 “배민과 요기요 간의 기업 결합에 대해서는 법과 기준에 따라서 심사할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세종=조지원기자 j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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