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균 마스크에 쓰이는 ‘리놀섬유’가 효자 상품이 되고 있습니다. 탁월한 향균·소취 기능이 알려지면서 지난해에는 월간 30톤 안팎이던 리놀섬유(브랜드명 리놀렉스) 생산량이 이달에는 100톤은 될 거 같습니다. 미국·유럽·남미 등지에서 주문이 쇄도하고 있거든요”
12일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본사 집무실에서 만난 리놀폴리텍 김진호(사진) 회장은 “그간 공을 들인 신소재 연구가 코로나 사태를 맞아 빛을 발하고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리놀폴리텍은 30여 년간 유통업을 했던 김 회장이 지난 2017년 말 설립한 신생 섬유업체. 김 회장은 10년 전 신물질 개발에 투자자로 참여해 2017년 섬유로 쓸 수 있는 원실을 뽑는 수준으로 기술력이 올라오자 재창업을 결심했다. 이번에 대박이 난 리놀섬유는 식물성 천연 재료를 활용해 만든 신소재 섬유다. 김 회장은 “항균, 자외선 차단, 냄새 제거, 원적외선 방사 등의 기능이 대폭 강화된 소재”라며 “화학물질을 덧입혀 이런 기능을 넣는 기존 항균 섬유보다 내구성은 뛰어난데 원가는 70%로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리놀섬유가 처음부터 큰 관심을 끈 것은 아니다. 리놀섬유의 반전 스토리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이 영향을 줬다. 한 고객사가 지난 3월 “리놀섬유를 항균 마스크로 제작해보자”는 제안을 했고, 이를 김 회장이 전격 수용한 것이
수요 확산에 결정적 계기가 됐다. 김 회장은 “시장에서 향균 기능이 탁월한 소재를 물색하는 수요가 많아지면서 리놀섬유를 주목했고 리놀섬유로 향균 마스크를 만들자 반응이 폭발적이었다”고 말했다. 리놀섬유로 만든 마스크는 항균·소취 기능이 뛰어나고 혈액순환에도 좋다. 특히 세탁을 해도 이런 기능이 떨어지지 않는다. 최근 마스크 착용이 일상이 되면서 냄새나 피부트러블로 걱정이 많은데 이런 부분에서도 강점이 있다. 김 회장은 “별다른 홍보 없이도 리놀섬유 브랜드인 ‘리놀렉스’가 알려지면서 미국·유럽·중동·브라질 등에서 주문이 밀려 들어 오고 있다”며 “4월에는 마스크 9,000만개 이상을 만들 수 있는 생산량인 100톤 주문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특히 “리놀섬유가 침체일로의 국내 섬유산업이 활력을 찾는데 도움이 되고 있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실제 리놀폴리텍은 주문량에 비해 부족한 생산시설 확충을 위해 여러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김 회장은 “대구 지역의 한 설비를 통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생산해 왔는데 앞으로는 코로나 사태로 쉬고 있는 근처 공장을 빌려 상생하며 물량을 맞춰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랜 기간 한국의 섬유 산업을 이끌어온 대구 지역을 시작으로 업계에 활기가 감돌기를 기대한다”며 “흉내 낼 수 없는 기술력만 있다면 국내 섬유 산업도 부활할 기회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재명기자 now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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