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 추진을 재료로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요동치는 가운데, 안전성을 담보하는 게 중요해 상용화까지는 장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다.
황응수 대한백신학회 회장(서울대 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은 17일 대한민국의학한림원·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 어디까지 왔나’를 주제로 개최한 온라인 포럼에서 “변이가 예측돼 다른 유사 코로나 바이러스 출현이 가능해 백신개발이 성공적으로 되더라도 유용성이 떨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고 밝혔다.
그는 “백신 개발은 타깃을 찾는 데서 시작해 전임상과 임상 1·2·3상을 모두 거치면 수년에서 10년 정도 더 걸릴 수 있다”며 “세계적으로 연구단계, 전임상(동물실험), 임상1상이 진행되고 있는데 북미, 중국, 유럽 순이다. 우리나라는 10여개사에서 백신을 개발 중이지만 전임상에도 진입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병화 녹십자 부사장은 치료제와 백신 임상과 관련, “WHO(세계보건기구)에 등록된 임상 숫자가 381건이고, 미국의 임상관련 자료가 좀 더 정확한데 122건이 등록돼 있다”며 “일반인이 이해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과 검증이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김성준 한국화학연구원 팀장은 “과학적 검증을 해야 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혹시 만성감염 쪽으로 진행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바이러스 세포를 죽이지 않는 조건에서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할 수 있는 물질을 찾는 작업을 진행해 더 많은 치료제 후보물질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약물 재창출을 통해 치료제 후보물질을 찾았더라도 의사의 판단에 따라 바로 임상에 들어가는 관찰임상도 할 수 있지만 대개 영장류 실험을 거쳐야 해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김 팀장은 이어 “백신은 이제 후보물질을 만든 것이지 임상을 하기까지는 기존 절차대로라면 10년이 걸린다”며 “회사나 연구소에서 후보물질을 개발한다고 해서 연말이나 내년에 백신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충분히 검증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했다.
박혜숙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코로나19 예방과 치료제 개발 단계는 모두 시작 초기다.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해 실용화하는데 일정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이해시켜야 한다”며 “백신 개발에 과학적 설계와 평가 없이 이뤄지면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어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에이즈 치료제 개발 과정에서 사회적 압박에 따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제도)을 통해 서둘렀다가 논란이 일었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에이즈 유행으로 100만명 이상이 감염되자 무작위로 안전성과 효능을 시험했다”며 “부작용이 있었지만 효과가 있었다고 해 조기에 종료한 결과, 표준화된 치료법이 적용되지 못했고 효과가 어느정도 지속됐는지 등에 관해 논란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김성민 충남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가 중증으로 가고 사망률이 높은 쪽은 기저질환이 있거나 연세가 많은 분”이라며 “치료제나 백신을 개발하는 쪽에서 손해가 될 수도 있지만 그런 분들 대상으로 시도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형식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병연구센터장은 “대변에서 배출하는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데에는 에이즈 치료제 ‘트루바다’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나 임상연구가 필요하다”며 “감염 후 심장 질환으로 악화하는 부작용 등을 예방하기 위해 ‘헤파린’을 사용하거나 선천 면역을 위해 결핵 백신인 ‘BCG’ 등을 접종하는 것도 해외에서 연구 중”이라고 전했다. 현재 코로나19 치료는 경증 환자(80%)는 격리, 중등증 환자(15%)는 항바이러스제, 항생제, 스테로이드흡입제, 일부는 주사제와 항응고제를, 중증환자(5%)는 인공호흡기(에크모)와 항응고제 치료를 하고 있다.
하지만 신 센터장은 “혈장치료의 경우 아주 심각한 질병에 정말 시급하게 도입할 수 있지만 코로나19는 80%가 경증이고 나머지 15%도 기존 약물로 충분히 치료할 수 있다”며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혈장 치료는 완치자의 혈액에서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중화항체’가 담긴 혈장을 분리해 마치 수혈하듯 환자에게 주입하는 것이다. 반면 김병화 녹십자 부사장은 “코로나19 치료는 대증요법을 많이 하고 있는데 항체를 몸 속에 넣는 수동면역을 고려해야 한다”며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도 혈장치료를 해 3건 중 2건에서 임상효과를 봤다. 고위험군과 고위험지역에서 대안이 될 것”이라고 상반된 의견을 피력했다.
임태환 의학한림원 회장은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대해 과기정통부와 보건복지부 장관을 투톱으로 해 지원체계를 구축해 우리나라가 의료선진국임을 증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았다”며 “다만 연구비를 충분히 지원하고 연구자가 마음 놓고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모든 환자정보를 모을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며 “누구든지 임상정보를 보고 연구를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 혈액과 소변, 영상의학 정보를 포함한 데이터뱅크가 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이 자리에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보건복지부가 치료제와 백신 개발 과정에서 유기적 공조를 위해 양 부처 장·차관으로 구성된 ‘민관합동 범정부 지원단’을 구성했으나 여전히 부처와 기관 간 장벽이 높고 의견 조율이 잘 안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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