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매체가 건강이상설에 휩싸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김일성훈장 수훈자 등에 생일상을 보냈다는 간략한 동정 보도를 했다.
조선중앙통신은 21일 “(김정은이) 여든번째 생일을 맞는 김일성훈장 수훈자이며 노력영웅인 평양시농촌경리위원회 전 고문 리신자와 김정일상계관인이며 교수·박사인 김책고업종합대학 연구사 리시흡에게 은정어린 생일상을 보내주시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다만 생일상 전달 날짜나 관련 사진 등은 알리지 않았다. 북한 매체는 일반적으로 김정은의 생일상 선물이나 감사, 대외 축전 같은 동정 수준의 기사는 간략히 처리한다.
김정은은 20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이 ‘수술 후 심각한 위험에 빠진 상태’라고 보도하면서 급격히 위독설, 중태설에 휩싸였다. 이 여파로 주식시장까지 충격에 빠졌고 “실제로 위독하다” “큰 이상이 아니다” “역사적 오보다” 등의 엇갈린 분석이 한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쏟아졌다.
이에 앞서 북한 전문매체 데일리NK도 김정은이 최근 심혈관계 시술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12일 평안북도 묘향산지구 내에 위치한 김씨 일가 전용 병원인 향산진료소에서 심혈관 시술을 받고 인근 향산특각에 머무르며 치료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생명에 지장이 있을 수도 있음을 암시한 CNN 보도와 달리 이 매체는 “시술 이후 김 위원장의 상태가 호전됐고 의료진 일부만 향산특각에 남았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 관계자가 “김 위원장이 현재 위독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에게 건강이상설이 제기된 것은 최근 그의 모습이 각종 북한 매체에서 갑자기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김정은은 이틀 연기된 12일 최고인민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데 이어 14일 순항미사일 발사 때도 현장에 없던 것으로 추정됐다. 그는 11일 소규모로 진행된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주재하고 12일 서부지구 공군부대를 시찰한 뒤 공식적으로 자취를 감췄다. 특히 15일 북한 최대 명절인 김일성 주석의 생일(태양절) 행사에 2012년 취임 후 처음으로 불참하면서 그의 건강이상설은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건강이상설이 나올 때마다 즉각 선보인 공개 행보도 현재까지는 전혀 없는 상태다.
김정은의 가족력도 건강이상설에 힘을 보탰다.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 모두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이력이 있는 탓이다. 김정은 역시 흡연·음주를 즐기는데다 비만으로 고혈압·당뇨·고지혈증 등 질병을 달고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위독설은 남북관계 악화를 우려한 청와대가 “평양이 아닌 곳에서 정상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부인해 일단 진화됐다. 실제 북한은 지난 19일 ‘외무성 보도국 대외보도실장’ 명의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으로부터 친서를 받았다고 한 데 대해 하룻만에 즉각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한 적도 있다. 북한 체제의 특성상 최고지도자와 관련한 입장을 김정은의 재가 없이 내보낼 수 없다.하지만 만에 하나의 상황을 대비해 북한 매체가 공식적으로 김정은의 모습과 소식을 보도하기 전까지 국내외의 긴장 상태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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