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27일 ‘4·27 판문점 선언’ 2주년을 맞아 지난해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멈췄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작업을 재가동한다. 우선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면제된 동해북부선 건설 사업을 당일 시작하고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행사 준비에 본격 돌입할 예정이다. 다만 대내적으로는 여당의 4·15 총선 대승으로 추진력이 확보됐으나 대외적으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변이상설’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관계 개선에 여전히 무관심하다는 점도 걸림돌로 지목된다. 일본과도 악화관계가 해소되지 않은 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까지 요원하다는 점도 부담이다.
통일부와 국토교통부는 27일 강원 고성군 제진역에서 판문점 선언 2주년을 맞아 ‘동해북부선 강릉-제진 철도건설사업’ 기념식을 연다. 이 자리에는 김연철 통일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 관련 인사들이 총출동할 예정이다. 해당 사업은 지난 23일 남북협력사업으로 지정돼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가 가능해졌다.
동해북부선 건설 사업은 2000년부터 추진돼 왔던 남북 철도 연결 사업의 일환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은 2018년 판문점 선언을 통해 경의선·동해선 철도와 개성-평양 고속도로 등을 연결하고 현대화하는 데 합의했지만 지금까지 이행된 것은 없다. 정부는 이와 함께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안을 새로 출범하는 21대 국회와 협력해 재추진하기로 했다.
6·15 공동선언 20주년 행사도 본격적으로 준비에 돌입했다. 민간단체인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는 26일 한국종교인평화회의,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시민평화포럼, 한국진보연대, 민주노총, 전국농민회총연맹, YMCA, YWCA 등과 함께 ‘6.15공동선언 20주년 준비위원회’를 결성하고 27일 발족식을 연다고 밝혔다. 6·15 남북공동선언은 지난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의 첫 남북 정상회담에서 채택됐다. 선언문에는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킨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남북은 이를 기념하기 위해 2001~2008년 공동 행사를 개최했지만 2009년부터는 이 행사를 더 이상 열지 않았다.
정부가 이렇게 남북교류 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남북·북미 관계가 1년 이상 소강 상태만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북미 관계 개선의 여지가 당분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일부터 과감히 추진하겠다는 의지다. 더욱이 지난 15일 총선에서 여당이 180석을 확보하는 압승을 거둔 것이 평화 프로세스 재추진에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다만 코로나19로 북한과의 직접 접촉이 예전보다 더 어려워졌다는 점은 큰 변수로 지적된다. 의료체계가 부실한 북한은 우방국인 중국, 러시아 등과도 지난 1월부터 국경을 봉쇄했을 정도로 코로나19 방역에 더 폐쇄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 역시 코로나19로 방한 일정을 차일피일 미루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김정은이 돌연 잠행에 들어간 부분도 문재인 정부가 원하는 방식의 남북 평화 분위기 조성에 찬물을 끼얹는 요소로 꼽힌다. 북한체제의 특성상 모든 교류사업은 최고지도자의 결단 아래서만 이뤄질 수밖에 없다. 당장 통일부가 북한과 공동으로 추진하려는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행사도 북한이 호응할 지 미지수다.
문재인 정부의 바람을 역행하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북미 관계 무관심도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어내는 데 한계 요인이 될 전망이다. 최근 미국과 한국 정부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결렬과 주한미군 근로자 무급휴직 등 안보 면에서 다소 불편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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