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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 대구 상인동 가스 폭발 사고

1995년 안전불감증이 부른 참극





1995년 4월28일 오전7시52분 대구시 달서구 상인동. 느닷없는 굉음과 함께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3㎞ 떨어진 지역에서도 폭발음이 들렸다. 현장에서는 50m가 넘는 불기둥이 치솟았다. 무게 280㎏에 이르는 복공판(지하철 공사장을 덮는 철제 판) 2,000여개도 공중에 솟았다가 떨어졌다. 마침 지하철 건설을 위해 주변 땅이 온통 파헤쳐진 상황. 순식간에 건설현장 400m가 무너져내리고 시민과 학생을 태운 출근길 버스가 30m 아래 땅속으로 곤두박질쳤다. 건물 80여채가 깨지거나 갈라졌다.

인명 손실은 어떤 가스 안전사고보다 컸다. 강력한 폭발과 고열을 동반한 사고로 현장은 전쟁터만큼이나 참혹했다. 공중에서 떨어지는 복공판에 눌려 출근길 시민의 몸이 잘리고 고열로 훼손된 시신도 많았다. 사망 101명에 부상 202명. 아파트 유리가 깨져 입은 부상은 경상 축에도 못 꼈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점은 10대 중학생들의 떼죽음. 사망자 가운데 42명이 근처 남자 중학교 학생이었다. 아들이 죽었다는 급보를 믿지 못하던 부모들은 자식이 남긴 피 묻은 책가방과 불에 탄 교과서를 보고 나서야 오열을 터트렸다.



미래의 싹을 날려버린 사고의 원인은 어처구니없는 것이었다. 대구백화점 상인점 신축 공사장 터파기 공사를 맡은 건설업체가 당일 오전7시10분께 1.7m 아래 묻힌 도시 가스관을 파손한 게 사고로 번졌다. 가스관에서 누출된 가스는 초속 674m의 강한 압력으로 77m가량 떨어진 학교 앞 네거리 지하철 공사장으로 유입됐다. 파손 40여분이 지난 시점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문제는 늑장 신고와 안전불감증. 가스 누출 사실을 감지했으면서도 30분이 지나서야 신고했다. 가스회사도 신고를 받은 직후 가스관 밸브를 잠그지 않고 사고 발생 30분이 지나서야 차단, 사고를 더욱 키웠다.

대구 상인동 가스 폭발 사고로 한국은 ‘안전불감증의 나라’라는 국제적 조롱까지 받았다. ‘대한민국은 사고공화국’이라는 자조 섞인 한탄도 이때 나왔다. 성수대교 붕괴 사고와 충주호 유람선 화재 사고가 1994년 터지고 이듬해에는 대구 상인동 지하철 가스 폭발 사고에 이어 삼풍백화점도 무너졌다. 혹자는 ‘문민정부’의 기강해이와 무능을 사고 시리즈의 원인이라고 지목했지만 진짜 원인은 따로 있다. 개발 연대의 습성인 ‘빨리빨리·단기성과 지상주의’의 결과물이다. 학생들을 삼킨 세월호 침몰의 원인도 비슷하다. 정권이 무너지는 경험까지 겪었지만 재해·재난에 대한 무의식은 개선됐을까.
/권홍우선임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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