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066570)가 올해 1·4분기 ‘1조원대 영업이익’과 역대 1·4분기 최고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일부 사업에 차질이 발생하기는 했지만 이번 실적은 미주·유럽에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퍼지기 전에 잡힌 매출이어서 영향이 제한적이었다.
LG전자는 29일 1·4분기 매출 14조7,287억원, 영업이익 1조904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14조9,151억원)보다 1.3%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9,006억원 대비 21.1%나 뛰어오르며 2년 만에 1조원대 영업이익을 거뒀다. 특히 1·4분기 영업이익률 7.4%는 1·4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이는 LG전자가 기록했던 영업이익률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수치로 최고치는 지난 2009년 2·4분기의 8.6%다.
코로나19에도 선방한 성적표의 일등공신은 가전 분야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아시아를 시작으로 전 세계로 퍼져나가면서 생활가전은 물론 TV와 노트북 수요가 증가한 덕분이다. 게다가 대규모 소비자 대상 프로모션 행사 등을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마케팅에 소모되는 비용을 크게 줄여 실속을 높인 것으로 분석됐다.
생활가전을 맡고 있는 H&A사업본부의 매출은 5조4,180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소폭 감소했지만 영업이익(7,535억원)과 영업이익률(13.9%)은 분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TV와 홈시어터 기기를 판매하는 HE사업본부는 매출 2조9,707억원, 영업이익 3,258억원을 거뒀다. 매출은 전년 동기에 비해 4.8%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31.7%나 뛰어올랐다.
LG전자 관계자는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건강과 위생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크게 높아지면서 세탁기·건조기를 비롯한 스팀가전과 공기청정기·스타일러 등 건강관리 가전에 대한 수요도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스마트폰을 만드는 MC사업본부와 자동차부품은 코로나19발 글로벌 셧다운에 직격타를 맞았다. 특히 MC사업본부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중국 제조자개발생산(ODM) 협력사의 정상 조업이 어려워진데다 유럽·중남미 일부 유통매장이 휴업하면서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33.9% 감소한 9,98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2,378억원으로 20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1·4분기에는 선방했지만 올 2·4분기 실적은 코로나19 여파가 본격 반영되며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는 이에 대비해 온라인 채널 확대 등 시장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스마트폰 사업에서는 다음달 15일 출시하는 ‘벨벳’이 적자 행진을 끊어낼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벨벳은 LG전자가 기존 플래그십 라인업인 G·V 시리즈를 버리고 내놓는 첫 번째 스마트폰이다. LG전자 관계자는 “2·4분기에는 벨벳을 출시하고 5G 시장 확대에 발맞춰 보급형 라인업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수민·권경원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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