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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훈 HMM 사장 "해운동맹, 초대형선으로 코로나 위기에도 생존할 기반 마련"

27일 서울 연지동 HMM 사옥에서 배재훈 HMM 사장이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호재 기자




“취임 1년을 맞아 체감하는 가장 큰 변화는 직원들이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지난 27일 배재훈(66) HMM(옛 현대상선(011200)) 사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세계 8위 해운사인 한진해운의 퇴출 이후 HMM은 ‘한국 해운업 재건’의 무게를 홀로 짊어져야 했다. 그러나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진 한국 해운업에 대한 화주들의 시선은 싸늘했다. 2017년 HMM이 해운동맹 정식회원 가입에 실패했을 때는 높은 파고를 넘지 못하고 좌초할 것이라는 우려가 이어졌었다.

HMM은 격랑 속에서 살아남았다. 새 선장인 배재훈 사장의 지휘 아래 묵은 녹을 털어내고 ‘전속항진’하고 있다. 지난달 세계 3대 해운동맹인 ‘디 얼라이언스(THE Alliance)’의 정식회원으로 활동을 시작했고, 세계 최대인 2만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12척을 유럽 항로에 투입한다. HMM은 2만4,000TEU급 12척과 더불어 1만6,000TEU급 컨테이너선 8척을 추가로 인도받는 2021년 말에는 선복량이 90만TEU로 늘어, 현재 세계 9위 수준에서 8위로 한 단계 올라서게 될 전망이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돌발 암초에도 생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최근에는 해양진흥공사와 주채권기관인 산업은행으로부터 만기도래 선박금융 상환액 가운데 최대 4,700억원을 지원받는 ‘희소식’도 전해졌다.

배 사장은 “지난 1년간 회사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꼭 해야할 일들을 잘 해온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세계 해운업계의 어려움이 극대화되는 상황에서 초대형 컨테이너선 투입이나 해운동맹 가입을 해내지 못했다면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크게 불리했을 것”이라며 “위기에도 기댈 수 있는 버팀목을 마련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MM이 가입한 디얼라이언스는 하팍로이드(독일), ONE(일본), 양밍(대만) 등의 회원사로 이뤄진 해운동맹이다. 디얼라이언스는 그간 전략적 제휴에 그쳤던 ‘2M’(머스크·MSC)의 한계를 메울 수 있는 해운동맹으로 주목받고 있다. HMM은 선복(화물적재 공간)을 공유하는 2M 정식 회원이 되지는 못하고, 필요할 때 선복을 매입하거나 교환할 수 있는 ‘불완전’ 회원이었다.



배 사장은 “새롭게 인도받은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선복을 채울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해운동맹을 통해 이런 걱정을 상쇄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유럽 노선에 띄울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필요했던 동맹선사들이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선복을 나눠쓰는 구조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면서 “새 배들이 현재 상황에서 가장 경제적인 고효율 선박이기 때문에 동맹선사들의 비용을 절감해주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HMM의 2만4,000TEU 선박의 컨테이너당 연료비는 기존 유럽항로에서 운행 중인 1만3,000TEU급 선박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배 사장은 이어 “디얼라이언스가 코로나 사태로 인한 유동성 위기에 대비한 ‘긴급펀드’를 마련해놓았다”며 “과거 한진해운 사태 때처럼 화주들의 화물이 볼모로 잡히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배 사장은 조심스럽게 경영 정상화에 대한 전망도 내놓았다. 그는 “1·4분기는 코로나19로 중국 물동량이 약 40% 줄면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한국과 동남아발 물량을 잘 확보하면서 선방했다”며 “2·4분기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전 세계 선사들이 선복을 줄이면서 운임을 방어하고 있기 때문에 큰 충격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배 사장은 매출이나 선복량 기준 세계 최고 자리를 노리기는 어렵지만, 직원 역량, 고객 만족 부분에서 최고를 지향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배 사장은 “회사가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직원 복지는 스파르타식 교육’”이라며 “직원들의 역량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러닝센터를 개소해 각 영역의 전문가들과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 만족은 머스크 등 업계 상위 경쟁업체들과 견줬을 때 ‘휴먼터치’가 더 느껴지도록 영업을 강화했다. 배 사장은 “전화 한 통이라도 고객이 원하는 수준보다 한 두 걸음 더 들어가 대응하는 것이 우리의 경쟁력”이라고 했다.

배 사장은 HMM을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기업으로 만들기 위해 사업 다각화도 계획하고 있다. 배 사장은 “머스크나 CMA-CGM 등은 항만(Port) 중심이 아니라 ‘도어 투 도어(Door-to-Door)’ 개념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며 “내륙운송 사업까지 겸하며 고객에게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한 포스코와의 물류사업 합작설에 대해서는 “제안이 온다면 검토해보겠지만, 우선은 자체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려 한다”고 했다.



배 사장은 앞으로 글로벌 상위급 선사들을 따라잡기 위해선 ‘디지털화’에서 추격의 고삐를 바짝 쥐어야 한다고 봤다. 배 사장은 “자율운항과 같은 선박 디지털화는 물론 고객들이 한눈에 쉽게 계약 및 예약을 할 수 있도록 차세대 IT운영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며 “이와 관련해 국내 대형 IT기업과의 업무 제휴도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HMM은 컨테이너 및 벌크 운영을 위한 차세대 해운물류시스템 ‘뉴가우스(NewGAUS)’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배 사장은 이어 “해운 재건에 속도를 내기 위해 부산 신항을 시작으로 해외 주요 항만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배 사장은 지난해 직원들의 임금을 ‘1%’ 인상했다고 말했다. 인상폭은 작지만, 지난 10여년간의 임금 동결이 풀릴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를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배 사장은 “적자를 벗지 못한 상황에서 임원들과 많은 고민을 한 끝에 인상을 결정했다”며 “당장은 아니지만, 계속 이익을 내고 생산성이 뒷받침된다면 직원들의 만족을 위해 대우를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희기자 d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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