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윤 총장은 “비례 원칙과 형평을 잃었다는 비판을 받지 않도록 하라”며 지난달 29일 언론을 통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공개적으로 질책했다. 채널A 기자와 검사장 간 녹음파일 확보를 위해 채널A 사옥을 검찰이 압수수색한 반면, MBC에도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기각한 데 대한 반응이었다. 친정권 성향의 이성윤 지검장 지휘 아래 서울중앙지검이 의도적으로 MBC에 대한 구속영장은 부실하게 작성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했었다. 윤 총장의 공개 발언 후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일 사건 관련자인 이철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VIK) 전 대표를 참고인으로 소환해 조사했고, MBC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재청구를 검토하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MBC에 대해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재청구할지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법조계에선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MBC는 이 사건의 참고인 신분이라는 점이 강제수사 대상으로 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법원은 참고인에 대한 압수수색은 원칙적으로 발부하지 않으려 한다”며 “더구나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하려는 자료가 녹취록인데, 참고인과 피의자가 둘 다 쥐고 있는 자료라면 피의자 신분인 채널A 측을 통해 확보하도록 하는 게 더 맞다”고 말했다. 검찰이 청구 단계에서 영장을 부실하게 작성했다는 의혹도 나오지만, 애초 MBC에 대한 압수수색이 한 차례 기각된 것도 법원의 이러한 판단이 작용했다는 시각도 있다.
검찰이 만약 압수수색 영장을 재청구한다면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MBC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두고서 이뤄질 수 있다. 이 경우 MBC는 참고인이 아닌 피고소인(피의자) 신분이니 강제수사 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MBC가 받는 혐의가 명예훼손인데, 통상 명예훼손 혐의로 압수수색을 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 검찰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명예훼손은 진술을 위주로 수사하는 것인데, 정치화 된 이 사건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한다면 정치적 부담이 클 것”이라고 봤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윤 총장의 공개 발언 후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MBC에 대해 재청구하면 ‘물타기’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미 윤 총장의 발언이 ‘기계적 형평성’을 맞추라는 말로 해석됐는데 검찰이 실제로 행동에 나서는 모양새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명예훼손 혐의는 채널A-검사장 ‘검언유착’ 의혹과는 별개의 혐의라 압수수색 대상이 되기 어려울 수 있다.
반면 이럭저럭 부담에도 검찰이 압수수색 재청구를 밀고 나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우선 검찰은 채널A 압수수색을 지난달 28일부터 2박3일 대치 끝에 마무리했지만 녹음파일 등 핵심 증거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핵심 증거를 못 찾은 상황이라 영장 재청구로 의지를 보여주려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이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 대표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한 결과에 따라 압수수색 영장 재청구가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1일 검찰은 이 전 대표를 불러 채널A 기자로부터 당했다는 강압 취재 경위와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의 ‘신라젠 65억 투자 의혹’에 대해 보도한 MBC에 제보한 과정 등을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MBC에 제공한 제보 내용이 공익성이 인정된다면 강제수사는 물론 기소 자체도 어려워질 수 있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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