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달 하순께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2020년 국가재정전략회의’를 개최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회의에서 “재정 가속 페달을 밟아야 한다”고 주문했고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쇼크까지 겹치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40%와 관리재정수지적자 비율 3%라는 심리적 저항선은 완전히 무너져버렸다.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30조원 규모의 3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까지 추진하는 등 재정확대 드라이브가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재정 복원 방안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文대통령, 이달말 재정전략회의 주재=5일 기획재정부와 청와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코로나19에도 이달 중 청와대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어 향후 재정정책 방향을 논의하기로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방역으로 전환했더라도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인해 규모는 축소해 청와대 내부에서 진행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올해는 코로나19 이후 경제역동성 회복을 위한 재정의 적극적 역할 및 재정혁신을 통한 재정건전성 기반 마련 등이 화두가 될 전망이다. 특히 어려운 경제여건 속 올해 1월 대표적인 확장재정론자로 꼽히는 조영철 청와대 재정기획관(비서관급)을 선임한 점도 팽창예산 기조를 뒷받침한다.
당청의 강력한 요구로 지난해와 올해 지출증가율은 2년 연속 9%대(각각 9.5%, 9.1%)였다. 정부는 올해 들어 GDP의 12% 수준에 해당하는 245조원 규모의 재정·금융지원을 포함한 코로나19 지원대책을 발표했고 두 차례 추경(1차 11조7,000억원, 2차 12조2,000억원)을 편성했다. 이에 따라 2019년 본예산 기준 740조원(GDP대비 37.1%)이었던 국가채무는 2차 추경 후 819조원(GDP대비 41.4%)까지 치솟았고 관리재정수지는 같은 기간 -37조6,000억원(-1.9%)에서 -89조4,000억원(-4.5%)으로 악화했다. 여기에 고용지원, 내수 활성화, 한국판 뉴딜, 세입경정 등을 담은 3차 추경안이 마련되면 국가채무비율은 44%대, 관리재정수지적자비율은 6%대까지 급증해 재정건전성은 IMF외환위기 수준을 넘어 사상 최대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총량관리 필요성 제기=문제는 코로나19 쇼크가 닥치기 전부터 현금성 복지 등 의무지출을 너무 늘려놔 경제위기를 겪을 당시 과감한 재정투입으로 방어하고 이듬해 예년 수준으로 금새 회복했던 과거와 여건이 다르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GDP대비 국가채무비율 40%, 관리재정수지적자 3% 이내라는 암묵적인 저항선이 설정돼 있어 위기 때마다 재정을 동원할 수 있었다. 소득세, 법인세 등 세수도 올해와 내년에 급속도로 나빠질 전망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내년을 포함해 중기적인 총량 관리를 해나가야 하는데 힘든 상황이어서 고민이 많다”고 밝혔다.
지난해 재정전략회의에서는 GDP대비 국가채무비율 40% 안팎을 마지노선으로 관리하겠다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문 대통령이 “근거가 뭐냐”고 말해 나라 곳간을 대폭 열게 된 시발점이 됐다. 이후 추경, 긴급재난지원금 등 주요 재정 이슈마다 번번이 기재부는 당청 주장에 끌려가야만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는 반드시 중장기적인 재정건전성 회복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빠른 고령화와 통일비용, 공공부문 부채를 고려해야 하고 국가채무 증가 속도도 통제하기 힘들 정도로 급속히 빠른 추세이기 때문이다. 익명의 한 경제전문가는 “현재 흐름으로 재정건전성이 무너지면 국가신용등급까지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우리 경제 수준에서 국가부채를 어디까지 용인할지, 효율적인 재정지출방안 등을 설정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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