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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의 뉴 삼성' 3대 키워드로 본 미래전략은

① 가장 잘하는 분야·신사업 도전

시스템반도체 투자로 세계1위 도약…M&A 적극 나설듯

② 통찰력 기반한 위기극복

공급망 재편·온라인 판매 강화로 '포스트 코로나' 대비

③ 미래 이끌 인재영입

'최연소 전무' 미스트리처럼 AI 부문 과감한 발탁 전망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일 경영권 승계 및 노조 문제에 대한 사과와 함께 ‘새로운 삼성’에 대한 청사진을 밝히면서 앞으로 ‘뉴 삼성’을 위한 액션플랜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부회장은 입장 발표에서 ‘새로운 삼성’을 두 차례 강조했다. 먼저 “지난 2014년에 회장님(이건희 회장)이 쓰러지시고 난 뒤 미래 비전과 도전 의지를 갖게 됐다”면서 “한 차원 더 높게 비약하는 새로운 삼성을 꿈꾸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또 “대한민국의 국격에 어울리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며 입장 발표를 마쳤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발표가 단순한 사과를 넘어 1993년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에 버금가는 ‘뉴 삼성 선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이 제시한 ‘뉴 삼성’의 키워드는 ‘과감한 신사업 도전’ ‘통찰력에 기반한 위기 극복’ ‘미래를 이끌 인재 영입’으로 요약된다.

먼저 이 부회장은 입장문을 통해 “끊임없는 혁신과 기술력으로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면서도 신사업에 과감하게 도전하겠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이 발언이 반도체와 TV 사업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반도체의 경우 삼성전자가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는 압도적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시장이 훨씬 큰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는 존재감이 약하다. 따라서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1위에 오른다는 ‘반도체 비전 2030’ 달성을 위해 시스템반도체 투자를 더욱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이미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에 133조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주요 투자 분야는 삼성전자가 글로벌 시장 2위에 올라 1위 자리를 넘보고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이미지센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일 삼성 서초사옥에서 대국민 사과와 함께 ‘새로운 삼성’의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오승현기자




과감한 신사업 도전을 위해 삼성전자가 대규모 인수합병(M&A)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이 부회장의 전날 발표와 관련해 “지난 1·4분기 기준 삼성전자가 보유한 순현금이 97조5,000억원임을 고려할 때 중장기 매출 성장을 위한 반도체 부문의 M&A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가 지난해까지 14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한 TV 시장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가격경쟁력과 거대 내수시장을 앞세운 하이센스·TCL 등 중국 업체들의 도전이 거세기 때문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기존 주력제품인 QLED TV의 뒤를 이을 차세대 퀀텀닷(Q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와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TV를 통해 후발업체와의 격차를 벌려 나간다는 전략이다. 삼성은 차세대 QD 디스플레이에 2025년까지 13조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가정용 마이크로 LED TV는 올 하반기 출시할 예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전대미문의 위기를 극복하는 일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이 부회장은 위기 극복의 핵심으로 ‘전문성’과 ‘통찰력’을 거론했다. 그는 “전문성과 통찰력을 갖춘 최고 수준의 경영만이 생존을 담보할 수 있다”며 “이것이 제가 갖고 있는 절박한 위기의식”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글로벌 공급망의 유연성을 높이는 작업에 들어갔다. 생산거점이 미주·유럽·중국·동남아 등 전 세계에 걸쳐 있는 만큼 특정 국가의 공장이 멈춰 설 경우 생산물량을 다른 지역으로 이관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비대면 소비 확산 추세에 맞춰 온라인 판매와 마케팅을 강화하고 국가별 상황에 맞게 신모델 출시 시점을 조정해 코로나19가 진정될 경우 경쟁업체 대비 빠른 회복 탄력성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미래 사업을 이끌 인재 영입도 ‘뉴 삼성’의 핵심이다. 이 부회장은 “성별과 학벌·국적을 불문하고 훌륭한 인재를 모셔와야 한다”며 “그 인재들이 저보다 중요한 위치에서 사업을 이끌어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의 언급에 부합하는 대표적인 인재로는 올 1월 정기인사에서 삼성전자 최연소 전무로 승진한 인도계 ‘천재 과학자’ 프라나브 미스트리(39)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 전무가 꼽힌다. 그는 1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에서 차세대 인공지능(AI) 프로젝트인 ‘인공 인간’ 네온(NEON)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앞으로 삼성의 인사에서도 미스트리 전무처럼 성과와 역량을 보유한 인재들을 과감하게 발탁하는 ‘성과주의’ 원칙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AI와 시스템반도체 등의 분야에서 핵심 인재를 대거 영입해 단숨에 경쟁력을 끌어올리려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재용기자 jy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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