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빡한 서울 생활에 지쳐 지방으로 내려가는 젊은이들에게 가장 힘든 점 중에 하나는 ‘외로움’이다. 낯선 지방에서 직장을 구하거나 창업을 해도 마음 편히 술 한잔 기울이면서 속 이야기를 터 놓을 수 있는 친구나 동료를 찾는 건 쉽지 않다. 특히 인구 30만도 되지 않는 군산 같은 소도시에서는 함께 일하며 성장할 수 있는 마음 맞는 동료나 친구를 만나는 게 하늘의 별 따기 만큼이나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최근 군산에서 진행되고 있는 ‘DIT(Do It, together)’ 프로젝트는 지방에서 창업하거나 정착하려는 이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아울러 주민참여형 도시재생사업의 한 모델로도 주목받고 있다.
작년 말 건축도시공간연구소와 로컬라이즈 군산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와이랩컴퍼니’ 등이 공동으로 기획한 제1회 행사 ‘DIT페스타 :작업반장’에는 군산에서 지역관리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주)지방을 비롯해 실력 있는 운영자들과 DIY에 관심 있는 이들이 참여했다. 첫 행사는 작년 12월 3일부터 6일까지 3박 4일간 군산 영화타운 커뮤니티 호텔과 로컬 미디어 카페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DIT는 스스로 작업하는 DIY(Do it yourself)의 개념에서 ‘함께’ 만드는 개념이 더해진 작업이다. 윤주선 건축도시공간연구소 박사는 ‘마을재생 시공학 개론, DIT건축재생’이라는 보고서에서 “공간 운영자·건축주·주민·전문가 등 다양한 지역의 주체들이 함께 건물의 리노베이션 과정에 참여하는 DIT 방식은 지역에 대한 애착을 형성할 수 있고 공간운영자와 주민 간 유대감을 형성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윤 박사는 “운영자나 지역 주민들이 시공에 대한 기술을 익혀 리노베이션이 완료된 공간의 질을 유지·관리할 수 있고, 인근의 또 다른 공간 조성으로 연계·확산 될 수 있어 마을재생에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작년 말 군산에서 진행된 DIT 행사는 그저 일회성 프로젝트가 아니라 지역 사회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프로젝트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조권능 (주)지방 대표는 “신기하긴 한데 도대체 왜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며 “제가 내린 결론은 ‘마을의 메이커(Maker)들을 모으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실제 첫 번째 DIT 행사가 끝난 이후 조 대표는 함께 고민하고 협업할 수 있는 소중한 동료들을 만났다. 군산에서 게스트하우스 ’소설여행‘과 디자인회사 ’블루머스타드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허승희 대표도 그중 한 사람이다. 허 대표는 “처음에는 공사 실무를 배워보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참여해보니 그 외에도 얻어가는 게 많았다”며 “직업 특성상 대부분의 시간을 책상 앞에서 보내는 저 같은 사람에게는 함께 땀 흘리며 느끼는 성취감과 행복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으며, 앞으로 지역에서 해볼 수 있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경험해보고 이를 통해 회사의 방향성을 잡고 발전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작년 말 DIT 행사에서 처음 만난 조 대표와 허 대표는 최근 1회 DIT 행사를 기회한 와이랩과 함께 프로젝트그룹 LMO를 만들어 두번째 DIT 프로젝트 ’Let‘s DIG!’를 함께 기획하고 운영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게스트하우스 소설여행의 방치된 정원을 꾸미는 작업이었다. 조 대표는 “DIT에 참여하면서 가장 놀라웠던 건 행사가 끝난 후에 새롭게 생겨난 ‘관계’들 이었다”며 “관계들이 협업으로 이어지고 새로운 일을 만들어 내는 것을 보며 지방 소도시를 혁신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로컬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특별한 이벤트가 아닌 단단한 일상이 중요하다”며 “낙후된 지역을 개발하고, 함께 할 청년들을 찾아내어 함께 일하며 그 안에서 형성되는 관계망에 집중하는 것은 우리의 평일을 더 즐겁게 채우고 싶어서 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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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DIT는 지역 기반 창업을 통해 마을 살리기를 꿈꾸는 이들을 서로 연결해주고 협업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뜻이 맞는 동료를 찾기가 쉽지 않은 군산 같이 작은 지방 도시에서는 새로운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DIT와 같은 행사가 특히 더 중요하다. 당시 행사를 기획했던 김수진 와이랩컴퍼니 대표도 사람과 공간을 연결해주는 것을 넘어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하는 사람 간의 관계에 많은 신경을 썼다. 김 대표는 “모두의 땀과 정을 묻혀 만들어낸 공간에는 ‘집단의 애착’이 생긴다”며 “공간과의 애착만이 아닌 공간을 만들어가는 사람 간의 애착이 생길 수 있도록 D.I.T에서 Do It이 아닌 ’Together‘에 집중해 프로젝트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군산=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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