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종목 시세보기

서울경제

이메일 보내기

보내는 사람

수신 메일 주소

※ 여러명에게 보낼 경우 ‘,’로 구분하세요

메일 제목

전송 취소

메일이 정상적으로 발송되었습니다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닫기

오피니언사외칼럼
[해외칼럼] ‘중국’ 바이러스 스캔들의 민낯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CNN‘GPS’호스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불러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중국 우한의 재래시장이 아니라 같은 지역의 한 연구실에서 우발적으로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반중국 여론몰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던져야 할 더욱 중요한 질문은 근년 들어 동물로부터 사람에게 전염되는 바이러스의 출현빈도가 크게 늘어난 이유다. 사스(SARS·급성중증호흡기증후군),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에볼라, 조류 독감과 돼지독감은 모두 동물에 기생하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감염되면서 창궐한 돌림병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질병생태학자이자 저명한 ‘바이러스 사냥꾼’인 피터 다스자크는 방호복을 착용한 채 박쥐들이 서식하는 여러 곳의 동굴에 들어가 그들의 타액이나 혈액을 채취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기원을 알아내기 위해서다. 그가 필자에게 건넨 메시지는 분명하다. “우리는 매일 팬데믹을 가능케 하는 숱한 일들을 저지르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자연을 탓해선 안 된다. 그보다 우리가 자연을 함부로 훼손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기억해야 할 점은 감염증을 일으키는 대부분의 바이러스가 동물로부터 온다는 사실이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인간에게 발생하는 신종질환의 3/4이 동물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추정한다. 코로나19는 살아있는 동물을 즉석에서 도살해 판매하는 중국의 야생동물 시장에서 시작된 것일 수 있다. 물론 이 같은 행위는 전 세계적으로 금지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도로개설, 농지변경, 공장건설, 광산채굴 등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천연 서식처를 빼앗긴 야생동물들은 인간의 집단 주거지를 향해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일부 과학자들은 바로 이 때문에 동물에게서 인간에게로 바이러스가 전파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믿는다.

코로나19는 박쥐에게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박쥐는 온갖 바이러스의 맞춤형 숙주다. 과학자들은 아직도 이번 팬데믹의 출처를 연구하고 있지만, 다른 여러 경우와 마찬가지로 인간에게 서식지를 침범당한 박쥐들이 먹이를 찾으려 농지 근처로 옮겨오면서 가축들을 전염시켰고, 이들을 통해 인간에게로 교차 감염이 일어났다는 합리적 추론이 가능하다.

병원균의 다른 이동 경로도 있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경로는 육류에 대한 우리의 채워지지 않은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생활 수준이 향상되면서 육류소비가 크게 늘었다. 지구촌 전체로 볼 때 매년 800억 마리의 동물이 식용으로 도축된다. 대부분 가축은 축산농장에서 사육하는데, 한 동물보호단체의 추산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전체 식용동물의 99%가 이들 축산농장에 집중돼 있다. 세계 평균치는 이보다 낮은 74% 정도다. 비좁고 열악한 축사에서 수천, 수만 마리의 가축이 불과 몇 인치의 간격을 두고 밀집한 공장식 축산농장은 바이러스를 배양하고 확산하는 최적의 조건을 제공한다.

웹 기반 언론매체인 복스(Vox)의 시갈 사무엘은 생물학자 롭 월러스의 말을 인용해 이렇게 전한다: “축산농장 사육은 가장 위험한 병원균을 배양하는 최상의 방법이다.”



공장식 축산농장은 또한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신종 박테리아의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로 광범위한 인간 감염으로 연결되는 또 다른 경로다. 이곳에서 사육되는 동물들은 엄청난 양의 항생제에 노출된다. 이처럼 무차별한 항생제 세례를 견뎌낸 박테리아는 강력한 내성과 전염력을 지니게 된다. CDC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매년 280만 명이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박테리아에 감염되고 이들 중 3만5,000 명이 숨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도 한 몫 거들고 나선다. 기후변화는 야생동물들을 그들의 천연 서식지에서 몰아내고, 온난한 기후대에 속한 지역에 열대성 기후조건을 가져오는 등 생태계를 심하게 교란시킨다. 대중 과학잡지인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기후변화로 인해 기온과 습도가 올라갈수록 말라리아, 뎅기열, 황열, 지카 바이러스와 라임병과 같은 질병이 더욱 쉽게 전파된다’고 설명했다. 생태계와 동물들의 천연 서식지에 변화가 생기면 오랫동안 휴면상태에 있던 질병들이 깨어나 활동을 재개하는데, 우리에게는 이들을 막아낼 면역력이 없다.

지난 2015년 5월, 몸집이 작은 영양의 일종인 ‘사이가’가 갑자기 떼죽음을 당했다. 세계 곳곳의 서식지에서 전체 사이가 집단의 2/3가 불과 1-2주 사이에 돌연사 한 것이다. 이들 안에 장기간 잠복하고 있던 ‘파스퇴렐라 멀토시다’라는 박테리아가 갑자기 활성화됐기 때문이다.

파트퇴렐라가 휴면상태에서 깨어난 이유가 무얼까. 애틀랜틱지의 에드 용은 “온난지대였던 사이가 집단서식지가 열대 지역으로 바뀌고 있다”며 “특히 2015년은 유난히 덥고 습한 해였기 때문에 이 같은 상황이 빚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온이 갑자기 치솟고, 습도가 올라가면 사이가는 견디지 못한 채 숨진다”며 “결국 기후변화와 파스퇴렐라가 각각 방아쇠와 탄환의 역할을 한 셈”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를 둘러싼 진짜 스캔들은 중국이 우리에게 무슨 짓을 했느냐가 아니라, 우리 모두 지구라는 행성에 무슨 짓을 하고 있느냐이다. 그리고 무분별한 자연훼손 행위는 지구촌 전체가 힘을 합해야만 비로소 막아낼 수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요 뉴스
2020.06.03 10:03:33시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