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 억제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독일·중국 등에서 잇따라 집단감염 사례가 발생하며 재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봉쇄조치를 완화하고 경제 재가동을 추진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 각국도 긴장하며 이들 국가의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11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독일에서는 지난달 20일 공공생활 제한조치가 완화된 후 도축장과 양로원을 중심으로 다시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감염자 1명이 타인에게 얼마나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코로나19 ‘재생산지수’가 또다시 1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일만 해도 재생산지수는 0.65까지 낮아졌다. 영국 가디언은 독일이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해 이탈리아·스페인 등과 같은 극단적 참사는 피했지만 오히려 시민들이 방심해 엄격한 조치를 따르게 하기가 어려운 ‘예방의 역설’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에서도 10일 만에 처음으로 확진자 수가 두자릿수로 늘면서 21일 시작되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의 정상 개최에도 점차 의문이 커지고 있다. 11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10일 하루 동안의 코로나19 신규 확진 환자가 17명이라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지역사회 발생은 10명으로 이중 코로나19 발원지인 후베이성에서 5명이 나왔고 지린성 3명, 랴오닝성 1명, 헤이룽장성 1명 등으로 집계됐다. 중국 전역에서 10명 이상의 확진 환자가 보고된 것은 전날에 이어 이틀째다. 전날에도 신규 확진자 14명이 발생했는데 이중 지린성에서 11명이 나왔다. 이에 지린성 수란시의 위험등급은 ‘중위험’에서 ‘고위험’으로 상향됐다.
대내외적으로 코로나19 방역의 성공국가로 꼽히던 독일과 중국에서 2차 유행 조짐이 나타나자 다른 국가에서도 섣부른 경제활동 재개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뉴욕주 등 3개 주를 제외한 전역이 경제 재가동에 들어갔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올가을 코로나19가 재발해 오는 11월 대선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대해 조바심을 내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0일 일부 참모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지지도가 하락하며 민주당의 사실상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질 것 같은 상황이 되자 침울해하며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참모들과 전문가들은 다음달이면 사망자 숫자가 하루 2,000명 정도로 안정되거나 계속 늘어날 수 있다는 보다 냉정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게다가 코로나19가 백악관 내부까지 침투하면서 경제 정상화 드라이브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 행정부의 2인자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측근의 확진 판정으로 2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갔다는 보도가 나오자 백악관으로 정상 출근할 것이라며 부인하기도 했다.
영국 정부도 10일 봉쇄조치를 이달 말까지 연장하면서도 일부 완화조치를 함께 내놓아 논란이 일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동제한 등의 봉쇄조치 연장 방침을 밝히면서 11일부터 건설업·제조업 등 자택근무가 어려운 업종의 종사자의 출근은 장려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영국이 새로 공개한 코로나19 슬로건에 ‘집에 머물라(stay home)’라는 메시지가 삭제된 데 반발해 스코틀랜드와 웨일스·북아일랜드 자치정부는 따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탈리아는 10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000명선 아래로 떨어진 802명으로 3월6일(778명) 이후 가장 적은 것으로 집계되면서 여름휴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이날 발간된 일요판 ‘코리에레 델레 세라’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여름을 집 발코니에서 보내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여름휴가 전 이동의 자유를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11일부터 일부 학교의 휴교령이 해제된 프랑스에서는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등교가 안전할지 우려하며 고심에 빠졌다고 AP통신이 10일 보도했다. 최근 프랑스에서는 3월 중순부터 8주가량 이어진 자택격리 조치가 완화되고 각종 사업장이 영업을 재개했다./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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