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분야 1위 기업 무라타제작소가 신사업 분야에 대한 기민한 대응을 위해 전문경영인을 내세운다. 전자부품 업계는 창업주인 무라타 아키라 전 회장 이후 2·3대 사장이 모두 그의 아들들이었던 무라타제작소가 세대 교체와 함께 본격적인 미래 포트폴리오 구성에 나섰다는 평가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무라타제작소는 오는 6월 하순 정기 주주총회·이사회를 열고 나카지마 노리오 현 모듈사업본부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결의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지난 2007년부터 대표이사 사장이었던 무라타 츠네오는 대표이사 회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공동대표 체제를 유지하게 된다.
나카지마 신임 대표는 도시샤 대학 공학부를 졸업하고 1985년 무라타제작소에 입사한 뒤 ‘무라타 맨’으로 경력을 쌓아온 인물이다. 적층 콘덴서와 다층 모듈 상품을 주로 다뤄온 그는 2012년 모듈사업본부를 총괄하는 본부장(이사)로, 이듬해에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2015년 통신·센서사업본부 본부장을 역임하다 2017년 다시 모듈사업본부장으로 돌아왔다.
나카지마 신임 대표는 “신임 사장으로서 선두에 서서 도전해 나가야 하는 것에 큰 책임감을 느낀다”며 “향후 비즈니스 기회를 멀리 내다보고 독자적인 기술, 제품 개발을 확실하게 해나가겠다”며 부품을 파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고객사의 니즈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솔루션 비즈니스에 방점을 찍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업계는 무엇보다 무라타제작소가 지난 1944년 이래 유지해 온 ‘가족 경영’을 접고 첫 전문 경영인으로 다른 누구도 아닌 ‘모듈사업본부장’을 낙점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그간 무라타제작소의 뿌리는 도자기 부품에서 출발한 컴포넌트 사업본부였기 때문이다. 매출도 MLCC나 리튬이온 이차전지 등을 생산하는 컴포넌트 사업본부가 1조983억엔으로 5G 통신기기용 모듈 등을 선보이는 모듈사업본부의 4,786억엔보다 2배 이상 크다. 하지만 성장세를 보면 컴포넌트는 매출과 영업이익 각각 -3.7%, -20.0%를 기록하며 뒷걸음질 치는 모습이다. 반면 모듈사업본부는 매출, 영업이익 각각 2.6%, 241.6% 상승하며 잠재력을 드러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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