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태원 소재 클럽이나 논현동 수면방 방문자들이 성 정체성이 탄로날까 두려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외면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동성애 관련 커뮤티니에서는 적극 검사를 독려해 눈길을 끌고 있다. 다만 이와 별개로 여전히 성업 중인 강남 외 다른 수면방 등에 대한 관리·규제를 강화하고 최근까지 이들 업장에 드나든 방문자들에까지 방역망을 확장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1일 한 동성애 관련 커뮤니티에는 “오늘 아침 검사받고 음성 받았습니다”라는 제목의 한 게시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을 쓴 A씨는 지난 3일 오후 10시30분께부터 이튿날 오전 1시까지서울 논현동 블랙수면방을 방문했다.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A씨는 선제적으로 인근 보건소에 방문해 검사를 받았다. A씨는 “검체 채취하고 위생 키트가 담긴 쇼핑백을 주시길래 받아서 곧장 집으로 온 뒤 방에만 있었다”며 “검사 안받고 전전긍긍하는 것보다 빨리 검사 받으시는 걸 권한다. 앞으로는 정말 조심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하루 만도 수 건의 검사 인증 및 독려 릴레이가 이어졌다. 지난 11일 음성 판정을 받았다는 B(25)씨는 “어제 이곳에 글을 쓰고 많은 위로와 용기를 받았다”며 “두려운 마음도 크고 겁도 많이 나겠지만 익명도 가능하니 우선 가셔서 꼭 검사받으시기 바란다”고 독려했다. 이 커뮤니티에서는 실제 익명이 준수되는지 등 익명 검사 절차와 진위에 대한 문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동성애 관련 어플에서도 ‘사회적 거리를 지켜주시고 신속히 covid-19 테스트를 받으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가 적힌 이미지가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앞서 지난 4~5일 이태원 소재 클럽 관련 확진자들이 서울 강남의 블랙수면방에 들른 것이 알려지며 수면방 등을 통한 집단 감염이 가속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졌다. 비판 여론이 일자 해당 수면방은 물론 일부 업장들은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하지만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지 않은 일부 수면방은 여전히 성업 중이다. 임시 휴업을 내건 업장들도 이태원 발 집단 감염 직후에도 상당기간 영업을 이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증상이 없거나 감염 경로를 추적하기 어려운 환자들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이같은 수면방 업종들을 통한 감염 확대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홍대 클럽 확진자 사례를 보면 이태원 소재 클럽뿐만 아니라 다른 루트를 통한 감염이 이미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수면방, 클럽 등 유흥 목적의 시설들을 지금보다 더 엄격한 수준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허진기자 h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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