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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대란 우려한 與, '비대면 의료' 용어 쓰며 속도조절

■ 당정청 '원격의료 엇박자' 왜

코로나에 한시적 허용 전화상담

의원급 더 찾아 종합병원 쏠림 없어

효용성 알지만 복지부마저 소극적

청와대·기재부가 총대 멜 필요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원격의료의 필요성이 높아지는데도 당·청 및 정부 내부에서 엇박자가 나오는 것은 ‘의료 민영화’라는 이유를 들어 강력 반대하는 의료계를 의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청와대에 이어 기획재정부도 14일 “비대면 의료(원격의료) 도입이 적극 필요하다”고 밝히자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엄청난 분노를 느낀다”며 “정부가 원격의료를 강행하면 극단적 투쟁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한시적 허용했더니 대형병원 쏠림 없었다

원격의료는 의료계의 반대로 20년 가까이 시범사업에 그쳤다. 현행 의료법은 환자와 의사가 직접 만나지 않고 진료상담·처방하는 원격의료를 금지하고 있어 법 개정이 필수적이나 국회 문턱을 번번이 넘지 못했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위해 한시적으로 원격의료를 허용했는데 비대면 진료의 효용이 크고 당초 우려한 대형 병원 쏠림현상도 나타나지 않은 것이 청와대가 본격 도입의 운을 뗀 배경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종별 전화상담·진찰료 청구 현황’에 따르면 지난 2월24일 이후 이달 10일까지 진행한 전화상담 횟수는 의원급이 10만6,215건으로 상급종합병원(4만892건)·종합병원(7만6,101건)보다 많았다. 진료금액 역시 의원급이 12억9,467만원으로 상급종합병원(6억2,164만원)의 두 배에 달했다.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은 “원격의료를 도입하면 소규모 병원은 어려워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으나 그런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비대면 의료 서비스 확대’ 의지 역시 확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인 만큼 공공보건·의료 서비스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이날 “코로나19 사태로 원격진료의 효용성을 많은 국민과 지역이 느꼈다”면서 “반대 측에서 우려하는 부작용을 최소화해 원격의료가 보다 활발히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의 김태년 원내대표와 조정식 정책위의장이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발 양보 없이 ‘투쟁’ 꺼낸 의협...복지부는 요지부동





반면 복지부는 의료계를 의식해 의료법 개정에 부정적인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감염병 외 질병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거나 넓은 범위의 원격의료는 검토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현재 한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감염병에 대한 비대면 서비스’ 상시화에만 초점을 맞춘다는 뜻이다.

최 회장은 이날 서울경제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의사협회와의 논의 없는 원격의료 도입을 강행한다면 집회를 열고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의료계 내부에서도 원격의료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지만 협회는 기존 입장에서 한발도 양보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최 회장은 “코로나19에 집중하지 못하고 의사들이 또 투쟁으로 간다고 하면 결국 원격의료로 국민들도 피해를 보고 의료체계가 붕괴된다”면서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4년 영리 의료법인을 쟁점으로 터진 의사단체들의 파업까지 언급했다.

비대면 의료로 용어 순화하자고 발 뺀 與



의료계의 즉각적인 반발이 나오자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김 수석의 발언은) 원격의료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것과는 별도의 이야기”라고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 “원격의료보다는 비대면 의료라는 용어를 쓰는 게 맞다”고 말했다. 통상 이해관계자들이 극도로 민감해할 때 단어 자체를 순화시켜 설득하는 관례와 같이 ‘원격의료’라는 표현을 일단 지운 것이다. 선거가 끝났더라도 총선에서 지지하고 도움을 준 의료계와 대척점에 서기는 부담스럽다는 게 여당의 속내다. 윤관석 정책위 수석부의장도 “구체적인 정책으로 추진하거나 (당정이) 협의한 적이 전혀 없다”고 했다.

이에 따라 원격의료가 질서 있게 허용돼 바이오 산업 발전에 징검다리가 되려면 청와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격적인 비대면 의료가 시행되려면 결국 국회에서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정광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이해관계자와 밀접하게 붙어 있으니 새로운 개혁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며 “이해관계자와 떨어진 기재부나 청와대가 적극적으로 주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의료계에서 우려하는 책임 소재 문제나 보험 수가, 양극화 등에 대한 보완적인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진작 의료기기에 의료진 전송 기능을 탑재했다면 코로나19 환자가 병원에 가보지도 못하고 사망하는 사례는 막을 수 있었다”며 “정부가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황정원·김우보기자 우영탁·윤홍우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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