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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기간산업 주식 의결권 행사 금지해야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금산분리 위배 의식 '꼼수' 시행령

정부 입맛대로 의결권 행사 가능

기업 경영권마저 좌지우지할 판





정부는 제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국민 경제에 영향이 큰 기간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한국산업은행법 일부 개정법률이 지난달 29일 국회를 통과했다. 기금 운용 기간은 오는 2025년 말까지다.

개정 산은법은 기금의 용도 중에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등 주식 관련 사채 인수를 포함해 ‘출자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출자용도란 지분(주식)을 취득한다는 뜻이다.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에 참여한다는 것으로 금산분리 원칙에 어긋난다.

금산분리 원칙 위반을 의식해 법률은 ‘한국산업은행과 회사 등은 … 자금지원으로 인하여 보유하는 주식(출자지분 포함)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했다. 다만 이 법에 따른 자금지원의 조건을 현저하게 위반해 자금회수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정했다.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것은 예외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뜻이다.

문제는 대통령령, 즉 시행령이다. 시행령(안)이 현재 입법예고 중이다. 먼저 지원 대상으로 항공·해운·조선·자동차·선박·전기·통신 등 주요 기간산업을 포함했다.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서는 ‘자본 감소, 주식의 액면미달발행 등 주식(출자지분 포함)의 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초래할 수 있는 사항에 관한 결의 등’의 경우에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의결권 행사 여부는 신설될 ‘기간산업안정기금운용심의회’의 결의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시행령에 따르면 이 위원회는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가 추천하는 2인, 기획재정부 장관·산업부 장관·고용부 장관·금융위원장·산업은행회장이 각각 추천하는 1인씩 총 7인으로 구성된다. 국회 상임위 야당 몫 1인 외에는 전부 정부·여당 및 공기업 추천 인사로 구성된다. 요컨대 금융위가 방향을 정하면 일사불란하게 의결되는 구조다. 금융위는 40년간 기업을 키워 국내 1위·세계 7위 컨테이너 선사로 우뚝 섰던 한진해운에 기껏 수천억원의 지원을 거절했고 이 무지막지(無知莫知)한 결정으로 지난 2016년 한진해운은 결국 파산했다. 덕분에 글로벌 가치 네트워크 4조원이 물거품처럼 날아갔다.

의결권 행사 사유의 하나인 자본감소(減資)를 보자. 과거 구조조정을 위한 감자의 경우 차등감자가 성행했다. 차등감자는 감자비율에 있어 대주주는 높게, 소액주주는 낮게 하는 방식이다. 2013년 STX조선해양은 주채권자인 산은 주도로 대주주는 100대1, 소액주주는 3대1로 무상감자를 실시했다. 대주주는 100주를 없애 1주를 받고 일반주주는 3주를 없애 1주를 받았다. 2016년에는 동부그룹이 회장 등 대주주 지분은 100대1로, 일반주주는 4대1의 비율로 무상감자를 실시했다. 차등감자는 대주주가 제안하는 일은 없고 재무개선을 이유로 금융위 산하 산은 등 채권자가 강압적으로 추진한다. 차등감자로 대주주의 지분은 크게 축소되는 상황에서 채권자가 의결권을 행사하면 대주주를 쫓아낼 수도 있게 된다. 경영진이나 대주주의 잘못도 아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날벼락을 맞은 기업의 경영권이 박탈될 수도 있다. 나쁜 시나리오를 상정한 것이기는 해도 전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기업회생 등과 기업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감자 혹은 대주주 차등감자 결의를 위한 주주총회에서는 산은의 의결권 행사는 금지돼야 한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법률이 예상한 수위를 넘는 시행령이 바로 악마인 디테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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