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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24시] ‘포스트 팬데믹’ 세계와 한국의 선택

■김홍균 동아대 계약교수·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G2, 코로나 기원 두고 충돌 예고속

반글로벌화·자유무역 쇠퇴 가능성

수출 주도 韓경제에 큰 위협으로

文정부 대응력 본격 시험대 올라

김홍균




전 세계적인 코로나 재앙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지만 전염병이 종식되고 난 후 ‘포스트 팬데믹’ 세계가 과연 어떤 모습일지에 대한 논의는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코로나 이후의 세계는 지금과 같을 수 없다”고 경고했으며 커트 캠벨 전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도 “코로나가 세계 질서의 재편을 가져올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반면에 리처드 하스 미국 외교협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 회장은 “코로나 이후의 세계가 근본적으로 달라지기보다는 기존 질서의 특징을 더욱 가속화시키는 정도”라며 지나친 전망을 경계하고 있다.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초유의 사태인 만큼 어느 것이 정답인지 알 수 없지만 우리도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가장 많이 나오는 얘기는 초기 코로나 대응에 실패하고 여전히 고전하고 있는 미국의 리더십은 쇠퇴하고 코로나의 발원지로 팬데믹을 초래한 원죄가 있지만 이제는 전 세계적인 방역 성공 모범국가로 자처하고 나선 중국의 위상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금 시점에서 보면 크게 틀린 얘기가 아닐 수 있다. 마스크·인공호흡기 같은 의료 장비도 부족해 다른 국가를 도와주기는커녕 주정부끼리도 쟁탈전을 벌인 미국은 코로나 대응을 위한 국제적인 협력을 주도할 생각은 아예 없어 보인다. 이에 비해 중국은 일대일로 사업에 ‘유럽 국가 최초로 참여한 죄’로 중국발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게 된 이탈리아를 포함해 거의 120개국에 의료장비를 지원하면서 질병 전파자가 아닌 ‘의료 실크로드’ 선도국가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미국이 이대로 쇠퇴의 길로 접어들지 아니면 다시 살아날지 여부는 미국이 얼마나 빨리 국내적 혼란을 수습하고 코로나 백신·치료제 개발과 세계 경제 회복을 위한 국제적 협력을 이끄는 리더십을 보여줄지에 달려 있다. 중국은 물품 지원을 통해 잠시 ‘신분세탁’에 성공하는 듯 보였지만 각국에서 중국 책임론과 배상소송이 이어지면서 비난의 목소리가 오히려 커지고 있다. 1·4분기 경제성장률 -6.8%라는 전대미문의 경제 침체 위기를 과연 극복해낼지 여부도 앞으로 중국의 역할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바이러스의 기원을 두고 지난해 세계군인체육대회에 미군이 들여왔다는 중국의 음모론과 박쥐 코로나바이러스를 연구하던 중국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의도치 않게 퍼져 나갔다는 미국발 주장이 다가올 충돌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 항생제의 95% 이상이 중국산이고 마스크 등 개인보호장비조차 중국에 의존해야 하는 현실을 목도한 미국으로서는 5G에서 의료기기·의약품에 이르기까지 중국으로부터 탈피하려는 탈동조화(decoupling) 경향이 더욱 강해질 수 있다. 전염병 대응과 경제 회복을 위한 미중 간 협력 요구가 커지는 시점에 오히려 경쟁이 악화될 소지가 농후한 것이다.

정부는 중국과는 다른 방식의 코로나 방역에 성공을 거둔 우리나라가 ‘개방성’ ‘투명성’ ‘연대와 협력’의 힘으로 코로나 이후 상황을 극복해 다시 한 번 세계의 모범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 기대와 달리 상황이 흘러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자국 중심주의와 전략적 국내 산업화로 촉발되는 반글로벌화와 자유무역 쇠퇴가 우리 수출주도 경제를 위협하고, 동맹국 미국과 최대 무역상대국 중국 사이에서 우리가 피할 수 없는 선택을 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유고설로 온갖 추측을 불러일으킨 북한이 코로나 봉쇄에 따른 최악의 경제난과 미국 대선 국면에서 어떤 행동을 할지도 우리의 대응 전략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다.

‘포스트 팬데믹’ 세계는 대한민국의 운명을 결정할 도전을 잉태한 채 다가오고 있다. 정부의 실력이 곧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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