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풀썩 주저앉았던 편의점과 학원·식당·카페 등 일부 자영업종 매출이 전년 동기 수준을 넘었거나 거의 회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따른 반짝 효과인지, 소비가 추세적으로 살아나고 있는지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지만 수치만 놓고 보면 일단 소비가 살아나고 있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18일 자영업자 매출분석 업체인 한국신용데이터가 전국 카드가맹 자영업자 55만곳을 대상으로 전년 대비 매출 변동을 조사한 결과 5월 첫째 주 학원 매출은 전년 대비 101%로 지난해 매출 수준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3월까지만 해도 주요 자영업 중 학원이 매출 낙폭이 가장 컸던 업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실제 2월 마지막 주(2월24~3월1일) 전국 주요 학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9%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코로나19로 정부가 학원에 휴원을 권고하자 매출이 제로(0)가 된 학원들은 월세나 소속 강사 월급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국 초중고교의 등교개학이 늦어지면서 학생들이 학원으로 몰리자 매출이 급격히 반등했다. 강남의 한 학원 관계자는 “개학이 미뤄지면서 학원 수강을 문의하는 수요가 급증했고, 온라인 강의의 한계를 느낀 학생들이 다시 학원으로 돌아오면서 학원 매출이 빠르게 정상 수준으로 회복한 것 같다”고 말했다.
4월 첫째 주부터 이달 첫째 주(5월4~10일)까지 전국 학원의 카드 매출은 6주 연속 전년 대비 10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이달 첫째 주에는 전년 대비 101% 수준을 기록했다. 강남 지역의 일부 학원들은 같은 기간 110%에 육박하는 매출 수준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평구에 있는 A학원은 최근 보조강사를 확충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학원이 문을 닫으면서 매출이 없었지만 개학연기로 학생들이 학원으로 몰리면서 급하게 보조강사를 충원한 것이다. 등교개학이 늦어지면서 학원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난 셈이다.
학원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초중교 개학이 늦어지면서 오히려 학원으로 학생들이 몰려 학원 매출이 빠르게 늘어났다”며 “코로나19가 본격화된 3월만 해도 학원 매출이 전국 주요 자영업 중 가장 낙폭이 컸지만 반등도 가파르다”고 전했다. 다만 학원 매출의 증가세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예정대로 개학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고 이태원발 코로나19 재확산 우려 때문에 학원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서다. 3월 수준으로 최악의 상황을 맞지는 않겠지만 매출 회복세는 한풀 꺾일 수 있다는 전망이다.
편의점도 3월 둘째 주 매출은 전년 대비 96%에 그쳤지만 5월 첫째 주에는 101%로 전년을 뛰어넘었다.
주요 자영업인 전국 음식점들은 4월까지 매출이 느리게 회복하고 있었는데 전국 각 지역에 재난지원금이 지급되기 시작하면서 매출이 큰 폭으로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신용데이터 관계자는 “재난지원금 지급이 시작되면서 전국 자영업자들의 매출 회복도 데이터상 확연하게 눈에 띄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3월 내내 전년 대비 70% 안팎에 그치던 전국 주요 음식점들의 매출은 재난지원금이 본격적으로 지급되던 4월 둘째 주 이후 80~90% 수준까지 올라왔다. 한식의 경우 4월 둘째 주(4월6~12일) 매출이 전년 대비 76%에 그쳤는데 그 다음주에는 81%로 5%포인트가량 올랐다. 같은 기간 중식·양식 자영업자들의 매출도 각각 11%포인트, 10%포인트 늘었다. 이후에도 꾸준히 매출이 증가하다가 5월 첫째 주에는 한식(93%), 중식(94%), 양식(96%) 자영업자 모두 전년 대비 90% 이상 매출을 회복하며 재난지원금의 영향을 톡톡히 봤다는 분석이다. 다만 커피숍은 상대적으로 빠른 매출 반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5월 첫째 주 전국 주요 커피숍의 매출은 전년 대비 88% 수준에 머물며 느린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전체 지역별로 봐도 재난지원금이 본격 지급되던 4월 중순 이후 자영업자들의 매출 상승세가 두드러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달 첫째 주 경기도 전체 자영업자의 매출은 전년 대비 105% 수준으로 뛰었다. 이 밖에 광주(101%), 경남(100%)이 전년 수준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대구와 경북은 각각 95%, 88% 수준까지 올라왔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으로 여행 수요가 급감한 제주도 지역 자영업자는 전국에서 가장 회복세가 느린 86%를 기록했다.
수치만 보면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미국이나 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도 드물게 한국의 소비가 늘고 있다. 일부에서는 학원이나 식당·카페 등에 국한돼 소비가 살아나고 있지만 가을에 코로나19가 재유행될 경우 다시 꺼질 수 있어 내수시장을 더 건강하게 키워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 대표는 “지난주 전국 주요 자영업자들의 매출이 회복됐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에 따라 매출은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호현기자 green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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