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충격이 고스란히 기업들의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 소비 위축으로 서비스업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으며 정유·화학·철강·자동차 등 전통적인 주력산업들이 맥을 추지 못하면서 적자기업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은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1·4분기 성적표를 받았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을 온전히 받을 2·4분기도 실적 감소를 피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올해 순이익 50조원 달성도 불투명해졌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592개사의 올해 1·4분기 순이익은 총 11조33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1조1,368억원)보다 47.8% 급감했다. 영업이익도 총 19조4,772억원으로 20조원에 미치지 못하면서 전년 동기보다 31.2% 줄었다. 특히 순이익은 1·4분기 기준 지난 2009년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4분기 순이익은 1조6,017억원을 기록했으나 2010년 13조3,728억원으로 급격하게 회복된 후 2018년에는 35조2,114억원으로 정점을 찍었지만 지난해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되면서 22조원대까지 하락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충격 속에서도 음식료품(156.33%), 의약품(110.13%), 종이·목재(52.14%), 의료정밀(5.36%) 등 순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한 업종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업종이 악영향을 받았다. 서비스업(-75.70%), 철강금속(-57.97%), 유통업(-39.08%), 운수장비(-34.00%), 통신업(-11.03%), 건설업(-5.20%), 전기·전자(-2.85%) 등 7개 업종이 흑자가 감소했고 섬유·의복, 기계, 비금속광물, 화학업종은 적자 전환했다.
적자기업도 증가했다. 올해 1·4분기 적자가 지속되거나 흑자에서 적자로 바뀐 기업은 총 181개로 조사 대상의 30.57%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43곳보다 26.5% 늘었다. 반면 흑자기업은 411곳으로 19곳이 줄었다. 흑자전환에 성공한 기업은 SK가스(018670)와 LG이노텍(011070)·한국전력(015760)·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등 61개사였으며 적자로 전환한 곳은 SK이노베이션(096770)·S-OIL을 비롯해 98개에 달했다.
이익이 줄자 기업 재무상황도 악화되는 모습이다. 자산과 부채는 늘었지만 자본은 소폭 줄었다. 영업활동을 통해 자산을 늘린 것이 아니라 유동성 위기를 우려한 기업들이 현금 확보에 나서면서 덩치가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112.96%에서 올해 1·4분기 말 117.54%로 4.58%포인트 높아졌다.
1·4분기 순이익이 11조원에 머무르면서 올해 전체 순이익이 지난해에 미치지 못한 채 50조원을 밑돌 가능성마저 커졌다. 특히 증권가에서는 올해 2·4분기에도 기업 실적이 전년 대비 20~30%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2·4분기 순이익이 16조5,000억원 정도임을 고려하면 상반기 누적 순이익은 25조원이 채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현 시점에서는 대체로 3·4분기 이후 실적 회복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여전히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있는데다 미국 대통령선거 전까지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돼 예상과 달리 경기 회복이 어려워질 경우 올해 연간 이익 변동성 역시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로나19 영향은 1·4분기보다 2·4분기에 더 나타날 것”이라며 “미국과 유럽이 3월 말부터 5월까지 ‘록 다운’에 들어갔지만 이 부분은 1·4분기 실적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박성호·심우일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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