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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休-무녀도] 옥빛물결 무대 '무녀의 춤사위' 뭍으로 오르다

   무녀가 춤추는 모양에 이름 붙여진 섬

   연륙교 개통되며 차로 진입 가능해져

    자전거로 한시간이면 섬 한바퀴 돌아

   바로 옆 '쥐똥섬'은 썰물 때만 길 열려

   노을 배경 삼으면 '인생샷' 건질수도

전북 군산 고군산군도 무녀도를 하늘에서 바라본 모습.




인적이 드물고 조용한 곳을 찾아 여행을 떠나려 한다면 아마도 섬이 가장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육지와 단절된 섬을 잘못 찾았다가 낭패를 겪을 수 있다는 점이지만 다리로 육지와 연결된 섬 그것도 일반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섬이라면 요즘 같은 시기에 여행을 떠나기는 최적의 장소일 것이다.

전북 군산은 새만금방조제 사업으로 육지가 넓어진 곳이다. 그 덕을 톡톡히 보는 곳이 바로 고군산군도다. 고군산군도는 57개 섬으로 이뤄진 섬의 군락이다. 지난 2018년 이곳에 연륙교가 놓이면서 신시도와 무녀도·장자도·대장도·선유도가 육지와 연결됐다. 이전 같으면 하루 한 차례만 운행되는 페리호를 타고 족히 2~3시간은 걸렸을 만한 곳들을 이제는 차로 30분이면 갈 수 있게 됐다. 군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 나름의 청정지역으로 알려진 곳이다. 특히 서해 섬마을에서는 단 한 명의 확진자도 나오지 않았다고 하니 코로나19 사태 이후 첫 원거리 여행지로 고군산군도의 작은 섬 무녀도를 조심스럽게 추천해본다.

하늘에서 바라본 무녀도는 여러 개의 작은 섬이 하나로 연결된 모습이다. 사진 윗쪽 붉은색 다리를 넘어가면 선유도다.


고군산군도 중에 가장 유명한 곳은 선유도다. 일찍부터 해수욕장과 갯벌체험장 등 관광상품을 개발하면서 여름 성수기 인파를 피해 배를 타고 찾아가던 곳이다. 연륙교 건립이 마치 선유도를 가기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무녀도는 배로 가든 차로 가든 선유도를 가기 전에 반드시 들러야 할 경유지다. 일자로 쭉 뻗는 새만금방조제를 따라 달리다 보면 마치 육지인 것처럼 도로 끝에 연결된 곳이 신시도이고 여기서 고군산대교를 건너면 드디어 무녀도에 도착한다. 무녀도는 면적 1.75㎢ 크기의 작은 섬이다. 섬 주민이 500명 남짓, 가구 수로는 150가구에 불과하다. 무녀도라는 이름의 유래에는 여러 설(說)이 있지만 길에서 마주친 동네 어르신은 하늘에서 보면 조각조각 난 섬들이 나란히 무리 지어 연결된 모습이 마치 무녀가 춤을 추는 것 같다고 해서 무녀도(巫女島)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설명했다. 흔히 김동리 작가의 단편소설 ‘무녀도’를 떠올리기 쉽지만 소설 속 배경이 된 곳은 이곳이 아니라 경주 금장대다.

군산 무녀도로 들어오면 노란색 버스카페가 여행객을 가장 먼저 반긴다.


무녀도는 행정구역상 크게 1구와 2구로 나뉘는데 섬 주민들 사이에서는 서드이(1구)·모개미(2구)로 불린다. 섬 자체가 워낙 작아 의미는 없지만 거주지를 중심으로 좌우로 절반씩 나눠놓았다고 보면 된다. 육지에서 섬으로 들어서면 처음 만나는 곳이 무녀2구다. 고군산대교를 건너자마자 좌측 내리막길을 따라가면 곧바로 항구다. 항구 초입에는 노란색 버스가 맨 처음 방문객을 반긴다. 요즘 무녀도의 랜드마크로 떠오른 이 버스는 지역 주민이 운영하는 카페로 드넓은 바다를 배경 삼아 커피와 햄버거를 맛볼 수 있다.

무녀2구 전망대에서 바라 본 쥐똥섬. 썰물 때 길이 열리면 걸어서 들어갈 수 있다.


방파제를 따라 섬의 한쪽 끝에는 전망대가 있고 반대편으로는 마을이 있다. 전망대로 올라서면 쥐똥섬이라고 불리는 작은 섬이 보인다. 마치 이곳 무녀도를 축소해놓은 모양새에 해풍과 파도를 견디며 바위틈으로 뿌리 내린 소나무가 장관이다. 바로 코앞이지만 썰물 때만 길이 열리면서 걸어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요즘에는 오후3시면 물이 차기 시작한다. 노을이 질 때쯤 가면 인생 샷을 건질 수도 있다. 방파제를 따라 반대편 끝까지 가면 무녀2구 주민들의 거주지가 나온다. 바닷바람을 피해 작은 동산 아래 50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아직까지 무녀도 주민 100%가 어업으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는 점만 봐도 관광지로 개발되지 않은 천연 섬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무녀2구를 하늘에서 바라본 모습. 무녀2구에는 총 50가구가 어업에 종사하며 살고 있다.




마을 길을 따라가다 보면 다시 바다를 만난다. 차를 타고 달려왔지만 이곳이 섬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외길을 따라 끝까지 가면 해안 절벽 끝에 이 섬에서 유일한 펜션이 나온다. 걸어서 10분도 안 되는 거리다. 펜션 앞으로는 해안 산책로가 설치돼 가까이에서 바다를 보면서 잠시 쉬어갈 수 있게 했다. 산책로 앞에 보이는 작은 섬은 그 이름이 똥섬이라고 한다. 먼저 본 쥐똥섬보다 더 작고 절벽 아래에 있어 접근은 불가능하다.

무녀도에 외지인들이 머물다 갈 수 있도록 마련된 오토캠핑장. 무녀1구 어촌마을 앞에 자리 잡고 있다.


무녀1구는 조금 더 육지의 동네 느낌이다. 가구 수도 100가구로 2구보다 배나 많다. 섬 자체가 안쪽으로 갈수록 넓어지는 지형인데다 무녀봉이 해풍을 막아주고 있어 제법 규모를 갖췄다. 버스카페 같은 편의시설은 없지만 최근 오토캠핑장이 들어섰고 그 앞으로 학교부터 민박·수퍼마켓 등 모든 생활시설이 모여 있다. 캠핑장 바로 옆은 무녀도에서 유일한 학교인 무녀초등학교다. 학생이 있을까 싶지만 학년당 1~2명씩 총 11명이 재학 중이라고 한다.

인구 500명 남짓한 섬마을 무녀도에 유일한 학교인 무녀초등학교. 현재 11명이 재학 중이다.


무녀1구는 바다를 등지고 형성됐다. 마을 길을 따라 5분 정도 걸어가면 동네 뒤로 바다가 나오는데 물이 빠지면 갯벌체험장으로 운영된다. 무녀도 바지락을 맛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이곳에서 나는 바지락은 일본으로 전량 수출될 만큼 맛과 품질이 뛰어나다고 한다. 갯벌체험장 진입로에는 ‘엄바위’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다. 둑길을 따라 작은 항구를 지나 걸어가다 보면 마을 끝에 모습을 드러내는 거대한 기암괴석이다. 수천년간 해풍과 파도에 깎인 바위가 장관을 이룬다. 주민들에게는 ‘엄마밑’이라고도 불리는 엄바위는 한여름에도 깊숙이 파인 바위 아래로 서늘한 기운이 전해진다고 한다. 사진작가들이 일출을 찍기 위해 찾는 숨겨진 명소다.

무녀1구에 있는 ‘엄바위’는 해풍과 파도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기암괴석이다.


다리가 놓이면서 섬을 관통하는 도로가 뚫려 차로는 20분이면 섬을 한 바퀴 둘러볼 수 있다. 하지만 섬의 매력을 제대로 느끼려면 하루 정도 머물며 도보로 해안도로를 둘러보거나 마을에서 자전거나 스쿠터를 빌려 타고 천천히 둘러보기를 권한다. 무녀도의 해안선 길이는 11.6㎞로 도보로는 3시간, 자전거로는 1시간이면 둘러볼 수 있다.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 벌구미해변·무녀봉·무녀수원지 등 곳곳에 숨겨진 명소가 많다. 다리 건너 신시도와 선유도·장자도·대장도까지 고군산군도를 둘러보는 코스도 인기다. 단 섬인 만큼 예약은 필수다.
/군산=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사진=성형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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