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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당신이라고 안될 이유는 없다

고태용 비욘드클로젯 대표





몇 년 전 아침이었다.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사무실에 출근해 메일함을 확인하던 중 한 통의 해외 메일이 눈을 사로잡았다. 평소라면 광고라고 생각해 지웠을 메일은 패션지 보그 이탈리아의 부편집장 사라 마이노가 보낸 것이었다. 전 세계 패션도시에서 젊은 브랜드들을 찾아 두바이에서 콘테스트를 열고 우승자는 이듬해 밀란 컬렉션을 지원한다는 패션 스카우트에 한국 대표로 필자의 브랜드를 초청한다는 내용이었다.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일에 놀란 것도 잠시, 몇 개월 후 필자는 두바이로 떠나 전 세계 유망 디자이너들과 경쟁을 펼쳤다.

가능성 있는 디자이너를 발굴하는 이 같은 프로젝트는 지금도 전 세계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아무도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생각해도 꾸준히 결과물을 내고 있다면 기회는 반드시 온다. 앞서 이 기회를 잡았던 선배로서 이제 막 브랜드를 시작한 디자이너들에게 전하고 싶은 몇 가지 내용을 정리해본다.

첫째, 다른 브랜드와 본인이 만든 브랜드를 비교하지 말라. ‘우리 브랜드는 저 브랜드보다 직원 수도 적고 사무실도 작아’ 같은 비교는 스스로에게 독이 될 뿐이다. 필자는 1인 기업으로 브랜드를 시작했다. 당시 같이 데뷔했던 디자이너들은 해외 유학파 출신이나 패션 명문가 자제들로 출발선부터 달랐다. 하지만 현재 시장에 살아남은 디자이너는 필자뿐이다. 누군가와 비교할 시간에 자기 계발에 힘쓰자. 본인 브랜드만의 색과 스토리로 대중과 소통하면 결국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돈이 아니라 준비가 충분히 됐을 때 시작하라. 충분한 경험이나 시장에 대한 분석 없이 단순히 돈을 어느 정도 모았을 때를 브랜드 론칭 시점으로 생각한다면 한두 시즌 값비싼 취미생활로 끝나버릴 수 있다. 빨리 끓는 물은 빨리 식는 법이다. 기존 브랜드와 차별점은 무엇인지,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포인트가 있는지, 적어도 3년은 유지할 방법이 있는지를 스스로 물어보고 시작해야 한다.

마지막은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되 본인의 것은 지켜야 한다. 브랜드 초반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백화점 몇 개 매장에 입점해 있느냐”였다. 아직도 이 잣대로 브랜드의 가치를 평가하는 사람이 있다면 소위 시대에 뒤처진 사람이 아닐까 싶다. 오프라인 매장 하나 없이도 온라인에서 대박 아이템을 만들어 웬만한 기업 이상의 매출을 내는 브랜드들이 시장의 판도를 바꾼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오프라인 매장이 없던 시절부터 20개 남짓의 백화점 매장을 해본 경험상 그 변화에 동감하고 수긍한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를 무조건 받아들이고 따라갈 필요는 없다. 브랜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체성이다. 조언과 충고는 귀담아듣되 때로는 나를 믿고 밀어붙일 때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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