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긴급재난지원금이 본격 사용되면서 대형마트 업계가 공포에 빠졌다.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이 안 되는 데 따른 단기적 매출 하락도 문제지만 이번 일로 ‘집 나간’ 고객이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다. 대형마트는 각종 규제가 집중된 유통채널인 만큼 한 번 이탈한 고객을 다시 불러들일 수단도 마땅치 않은 게 현실이다.
20일 이마트에 따르면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이 본격 시작된 지난 13~17일 돼지고기 매출이 1.4% 감소했다. 통조림은 4.2%, 조미료는 4.7% 각각 줄었다. 대형마트 업계는 신선식품과 일반 식품, 각종 공산품과 소형 가전제품까지 마트가 취급하는 거의 모든 품목에서 단기적인 매출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장보기가 가능한 유통채널 중 긴급재난지원금을 쓸 수 있는 곳은 식자재마트를 비롯해 전국 2,500개 안팎의 하나로클럽과 하나로마트, 동네 슈퍼, 편의점, 균일가숍 다이소 등이다. 특히 식자재마트는 대형마트 못지않은 규모와 상품 수, 낮은 가격을 자랑하는 곳이어서 마트 업계의 경계 대상 1호다. 골목마다 있는 편의점도 마트 고객을 잠식해 온지 오래다. 편의점 업계는 장보기 카테고리를 강화해 마트 고객을 본격 유혹하고 있고 납품 업체들도 과거 마트에서 했던 행사를 요즘은 편의점에서 하는 경우가 많다. 가격 면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다이소는 놀랍도록 싼 가격의 상품을 매달 대거 기획해 내면서 마트와 슈퍼 뿐만 아니라 문구점과 편의점 손님까지 유혹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형마트 업계의 우려는 단순히 긴급재난지원금 때문에 발생하는 단기적 매출 하락이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고객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번 지원금이 고객 이탈을 급가속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그러나 대형마트는 경쟁 채널들의 고객 빼앗기에 대응할 수단이 사실상 없는 상태다. 영업시간 제한과 휴일 의무휴업 등 규제가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 납품 업체 중 70% 이상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라면서 “경기진작과 고용유지, 소비자 편의 등을 감안할 때 대형마트에 대한 집중적인 규제는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햇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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