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23일(현지시간)부터 사흘간 메모리얼데이(현충일) 연휴 시즌에 들어가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연휴를 맞아 해변과 공원이 잇따라 문을 열면서 수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봉쇄 장기화에 따른 경기둔화 우려에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었다며 미국 전역이 경제를 재가동하는 가운데 이번 연휴가 코로나19 대응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CNN방송 등에 따르면 뉴욕·뉴저지·코네티컷·델라웨어 등 4개 주는 현충일 주말부터 해변을 열었다. 플로리다주는 마이애미데이드카운티 등을 제외하고 이달 초부터 해변 대부분을 재개장했고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카운티·오렌지카운티·벤투라카운티의 유명 해변들도 다시 문을 열었다. 미국 국립공원도 관광객을 받기 시작했다. 그랜드캐니언을 비롯해 옐로스톤·브라이스캐니언·조슈아트리·에버글레이즈 등 유명 국립공원들이 단계적 개방에 들어갔다.
AP통신은 수백만명의 미국인들이 해변·야외에서 현충일 연휴를 즐길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현충일 연휴 첫날인 23일 골프장을 찾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골프장 방문은 지난 3월8일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소재 트럼프인터내셔널 골프클럽에 간 뒤 76일 만에 처음으로 알려졌다.
전염병 전문가인 밴더빌트대 의료센터의 윌리엄 샤프너 박사는 AP통신에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을 잊고 사회적 거리두기에도 열중하지 않는다”며 “연휴 기간 코로나19 방역이 느슨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미국에서는 20일 경제재개 이후 일부 주에서 확진자가 다시 증가하는 등 봉쇄완화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미국 24개 주에서 봉쇄완화 이후 감염이 확대됐다. 특히 8일부터 완화에 들어간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당일 신규 감염자 수가 인구 10만명당 4.2명에서 20일 4.8명으로 증가했다. 반면 봉쇄완화를 상대적으로 늦춘 뉴욕주는 하루 사망자가 100명 밑으로 떨어졌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23일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일일 사망자가 하루 새 84명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는 3월24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전체 확진자 수는 여전히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23일 국제 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의 집계에 따르면 미국의 코로나 전체 확진자 수는 166만6,828명, 사망자 수는 9만8,683명을 기록했다. 하루 확진자 수가 가장 많았던 4월24일(3만8,958명)과 비교하면 최근 확진자는 2만명대로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지만 봉쇄조치를 완화한 20일 이후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여전히 2만명대에서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스페인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서 단계적 봉쇄완화 조치를 넘어 관광재개를 서두르는 가운데 코로나19 재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유럽에서도 나오고 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7월부터 외국인 관광객의 스페인 입국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스페인 정부는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라리가) 등 주요 스포츠 이벤트도 다음달 8일부터 재개를 허가하기로 했다. 산업에서 관광이 차지하는 비중이 12%에 이르는 스페인은 봉쇄 장기화에 따른 경제 타격이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큰 만큼 이번 조치는 경기부양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경제재개 움직임 속 완화지침 위반 사례가 나오면서 보건당국과 전문가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고 가족과만 함께 하자는 조건을 붙여 야외활동을 허용한 영국에서는 보리스 존슨 총리의 최측근이 봉쇄완화 지침을 어긴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도미닉 커밍스 영국 총리 수석보좌관은 3월 말 코로나19에 감염된 징후를 보였지만 더럼에 있는 자신의 부모 집을 방문했다. 커밍스는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발령한 봉쇄령에 따라 런던 자택에서 자가격리를 해야 했지만 런던에서 400㎞ 떨어진 더럼까지 이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