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총선에서 그린 뉴딜을 공약으로 내건 여당의 압도적인 승리로 청와대와 정부가 이를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린 뉴딜은 우리가 가야 할 길임이 분명하다”며 “국제사회·시민사회의 요구를 감안해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린 뉴딜이 뭘까. 사전을 찾아보니 환경과 사람이 중심이 되는 지속 가능한 성장정책을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부연해 기후변화에 대응해 기존 경제·산업 시스템을 저탄소 경제구조로 전환하는 일이라는 설명도 있다.
이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지구촌이 지향해야 할 방향임은 분명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08년 선거공약으로 그린 뉴딜을 제시하고 이를 임기 중 꾸준히 추진해 성과를 거뒀으며 유엔과 유럽 여러 국가도 진작부터 이를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요즘 그린 뉴딜이 화두’라고 한 문 대통령의 12일 국무회의 지시에 따라 4개 부처가 며칠 만에 부랴부랴 서면 보고자료를 만들고, 미래학자인 제러미 리프킨의 ‘글로벌 그린 뉴딜’이라는 책을 정부와 여당 내에서 돌아가며 읽는 건 기이하게 느껴진다.
아마도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급격히 위축된 경제를 살리는 방안의 하나로 그린 뉴딜 사업을 생각하고 그래서 한국판 뉴딜에도 포함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는 산업단지를 청정시설로 바꾸고 공공기관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려는 그린 뉴딜 사업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사실 우리나라는 이명박 정부 때 녹색성장이라는 이름으로 같은 정책을 시행했으며 당시 50조원을 투자해 98만개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계획도 제시됐다. 물론 그중 18조원이 4대강 사업이라는 비판도 있었으나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 에너지 효율화와 구조개편 사업 비중도 작지 않았다. 따라서 그린 뉴딜이 녹색성장과 어떻게 차별되는지, 아니 이번에는 어떻게 실행해 성과를 낼 수 있는지에 대한 면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녹색성장이든 뉴딜이든 우리 계획이 국제사회의 호응을 얻지 못한 것은 ‘성장’만을 강조하고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의무를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선진국 대부분이 온실가스 절대 수준을 줄이는 계획을 제시한 데 반해 우리는 중국과 마찬가지로 추세전망 수준과 비교해 줄이겠다는 방안으로 실제적인 감소 효과가 미미하다. 이는 우리 제조업이 에너지 소모가 많은 중후장대(重厚長大)형으로 감축이 힘든 특성이 있기도 하지만 에너지 절약형 산업구조로의 개편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못 이룬 탓이 크다.
이와 관련해 탈원전 문제가 있다. 석탄·석유 등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연료 사용을 줄이는 현실적인 방법은 청정에너지인 원자력 발전을 병행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토의 특성에 비춰 신재생에너지인 태양광 같은 사업을 대규모로 벌이는 건 오히려 환경파괴의 위험을 높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정책 목표의 상충 문제를 풀어야 한다. 코로나19로 큰 충격을 받은 우리 기업과 경제는 살아남기 위해 당장 한 푼의 돈이 아쉬운 지경이다. 전기차·태양광 등 장래 가능성을 내다보는 저탄소 사업에 보조금을 줘 가며 생산을 독려하는 게 지금 시점에서 맞는지 고민이 필요하다.
한국판 뉴딜의 한 축은 디지털기술의 활용인데 이를 위해서는 원격의료·빅데이터 등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반면 다른 한 축인 그린 뉴딜은 온실가스 감축 및 에너지 등급제 등 규제를 강화하는 정책인데 공공시설 스마트화처럼 두 목표를 같이 달성하는 사업을 발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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