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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 탈레스의 일식 예언

천문·논증수학 개척한 현자





기원전 585년 5월 28일, 할리스 강변(오늘날 터키 중동부 지역). 아나톨리아(소아시아)의 패권을 놓고 6년째 전쟁을 치르는 리디아와 메디아 군이 갑자기 싸움을 멈췄다. 대낮이 어둠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해가 사라지자 짐승들은 이리저리 뛰며 울부짖고 공포에 질린 병사들은 무기를 던졌다. 두 나라는 달이 태양을 가리는 일식(Eclipse) 현상을 신의 경고로 받아들였다. 평화 협정을 체결한 뒤 자식들을 결혼시켜 혈연까지 맺었다. 종전과 함께 한 사람이 신에 버금가는 ‘능력자’로 떠올랐다. 주인공은 밀레토스의 탈레스(Thales of Miletus).

‘만물의 근원은 물(水)’이라고 주장하며 그리스 자연주의 철학의 첫 주자로도 평가받는 탈레스는 어떻게 일식을 예견했을까. 아무도 모른다. 전쟁과 일식, 탈레스의 예언을 기록한 고대 그리스의 헤로도토스가 ‘역사(Historiai)’에서 자세한 설명을 생략한 탓이다. 오늘날 일부 과학자들은 탈레스의 일식 예언 자체를 불신한다. 당시 계산 능력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헤로도토스의 ‘역사’에도 탈레스가 일식이 발생할 연도를 예측했다고 적혀 있을 뿐이다. 진실은 불명확하지만 분명한 사실이 하나 있다. 생전의 그는 각국에서 현자로 대우 받았다.



이집트 왕의 부탁으로 피라미드 높이를 측정한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자신의 키와 시간대별 그림자를 비교하며 피라미드의 높이를 정확하게 측정해냈다. ‘교차하는 두 직선의 맞꼭지각은 동일하다’, ‘이등변 삼각형의 두 밑변의 각도는 같다’, ‘지름은 원을 양분한다’ 등 수많은 수학 원리도 찾아냈다. 천문학과 철학, 논증수학의 개척자이지만 이름이 알려지기 전에는 대수롭지 않게 보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밤 하늘을 관측하다 개천에 빠지자 한 노파가 ‘제 발 밑도 모르는 주제에 하늘을 알려 든다’고 핀잔했던 일화가 플라톤의 대화편 ‘테아이테토스’에 전해져 내려온다.

돈을 벌지 못하면 철학도 무슨 소용이냐는 힐난에 콜옵션 기법을 선보인 적도 있다. 올리브 농사 대풍을 내다본 그는 올리브유 압착기 사용권을 싹쓸이해 큰 돈을 벌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쓴 정치학 제 1권 말미 ‘독점의 발생’을 설명하는 대목에 탈레스의 투자 얘기가 나온다. 탈레스는 지혜가 있으면 언제든지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그런 투자를 했다고 전해진다. 다작 SF 작가로 유명한 아이작 아시모프에 따르면 탈레스가 무너뜨린 것은 따로 있다. 신화적 사고방식이 탈레스 이후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사유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권홍우선임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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