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마켓에서 사용된 긴급재난지원금이 쌀에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소고기나 삼겹살을 사먹는 사람이 늘었다는 소식이 화제가 됐지만 정작 가장 많이 판매가 늘어난 품목은 쌀이었다.
27일 GS리테일에 따르면 이 회사가 운영하는 슈퍼마켓 GS더프레시에서는 긴급재난지원금이 본격 사용된 이달 13~24일 양곡 판매가 5월1일부터 12일 대비 56% 증가했다. 이어 채소 판매가 같은 기간 20.6% 늘었고 축산은 5.4%, 조리식품은 5.1% 각각 증가했다. GS더프레시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기업형슈퍼마켓(SSM)인 롯데슈퍼, 이마트에브리데이,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등 가운데 유일하게 전 점포에서 긴급재난지원금을 쓸 수 있는 곳이다.
GS더프레시는 긴급재난지원금이 풀린 이후 양곡 매출이 가장 크게 증가한 이유를 △식재료 중 저장성이 가장 뛰어나고 △비교적 고단가이며 △주방에 꼭 필요한 식재료인만큼 우선 사놓자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긴급재난지원금은 3개월이 지나면 없어지는 것이어서 빨리 쓸수록 좋은데, 쌀이야 말로 한번 사놓으면 오래 먹을 수 있고 단가도 다른 식품에 비해 높은 편이라 재난지원금 쇼핑 목록 1위에 올랐다는 것이다.
쌀 중에서도 고중량 상품 판매가 특히 많이 늘었다. 이 역시 사놓고 보자는 심리 때문이다. 20㎏ 이상 대포장 쌀의 판매 비중은 5월1일부터 12일 전체의 83.2%이었는데 긴급재난지원금이 풀린 이후 비중이 87.1%로 3.9%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10㎏ 미만 소포장 상품 비중은 7.8%에서 3.7%로 낮아지며 판매 비중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긴급재난지원금이 풀린 이후 서민의 별식인 소고기 판매도 늘었지만 쌀 판매가 늘어난 것은 시사점이 크다”면서 “즐겁게 한 끼 먹을 식재료보다는 장기간 저장이 가능한 식료품 판매가 더 크게 늘어난 것은 긴급재난지원금이 풀린 이후에도 소비자의 ‘알뜰 소비 심리’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해석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없이 살던 시절 쌀은 곧 돈이나 마찬가지로 인식할만큼 소중한 식재료 아니었냐”면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이후 한국인의 주식인 쌀 판매가 늘어난 것에 대응해 더욱 우수하고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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