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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최후의 금리카드' 꺼냈지만...자산거품만 키울수도

[기준금리 0.25%P 인하]

돈 풀어도 소비·투자 연결 안돼...실물경제 여전히 불안

대외경제 리스크 취약성은 오히려 커져 자충수 우려

한경연 "성장률 1%P 떨어지면 일자리 45만개 증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은은 이날 올해 성장률을 -0.2%로 전망하며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렸다. /사진제공=한은




한국은행이 28일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리며 최후의 금리 카드를 꺼냈지만 침체된 실물경제를 되살릴 수 있을지 시장의 의문이 적지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경제위기를 부르자 두 달 전 한은이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을 단행했지만 생산·소비·투자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반면 과잉 유동성이 증시와 부동산으로 흐르며 자산 거품만 키우고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아울러 대외경제 리스크에 대한 취약성은 커져 외환위기의 유령이 금융시장을 압박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은도 22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률을 예고했지만 코로나19가 악화하면 이번 금리 인하에도 성장률은 -1.8%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돈 풀어도 생산·소비·투자 연결 안 돼…“자산 거품만 조장”=이날 한은의 금융통화위원회 개최에 앞서 시장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낮게 봤다. 두 달 전 한은이 기준금리를 0.75%로 내려 이번에 또 인하하면 ‘현실적인 최저 금리(실효하한)’에 도달해 다음 통화정책회의부터는 ‘팥소 빠진 찐빵’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금리 인하로 물가상승률(0.3~0.6%)을 고려한 금리는 완전히 제로가 됐다. 한은이 사실상 금리정책에서 최후의 카드를 쓴 것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이날 “금리가 실효하한에 가까워졌다”고 인정하며 경제가 더 나빠질 경우 “금리 이외의 수단으로 적극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지만 위기대응 여력이 현저히 감소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특히 금리 인하 후 두 달간 유동성이 크게 늘고 정부가 245조원 규모의 재정과 금융지원을 쏟아부었지만 실물경제 침체는 지속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2일 경제동향 5월호에서 “코로나19로 두 달 연속 경기위축이 심화되고 있다”며 “생산과 소비 위축이 빠르다”고 평가했다.



반면 풀린 돈은 증시와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 쏠려 코스피지수는 전날 2,000을 81일 만에 회복했으며 서울 강남 등에서는 신고가 거래가 재연되고 있다. 올 1·4분기 기준 가계부채는 1,522조원으로 또다시 사상 최대치를 경신한 상황이어서 유동성 과잉이 자산 거품을 키우다 터질 경우 한국 경제에 ‘대공황’이 올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는 경제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

아울러 코로나19 사태로 4월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이달에도 적자 가능성이 적잖아 대외신인도가 흔들릴 가능성이 커지는데 ‘제로금리’로 외국인 자본 유출 가능성은 높아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변동성을 키우면서 이날 장중 1,240원대를 돌파하는 등 원화 가치 하락이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22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 예고… 최악일 땐 -1.8%까지 추락=한은은 이에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0.2%로 전망하며 3개월 만에 무려 2.3%포인트나 끌어내렸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으로 1998년 이후 22년 만에 한국 경제가 역성장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한은은 이날 경제 전망을 통해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올해 -0.2%, 내년 3.1%를 기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월 전망치 2.1%에서 2.3%포인트나 대폭 낮춰 잡은 것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2월 제시했던 1.0%에서 0.3%로 하향 조정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실물 경제지표 타격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은이 GDP 통계를 편제한 1953년 이후 한국 경제가 역성장한 것은 2차 석유파동이 있었던 1980년(-1.6%)과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8년(-5.1%) 등 두 번뿐이다. 한은이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한 것도 2009년 7월(-1.6%) 이후 11년 만이다. 2009년 성장률은 0.8%로 한은의 전망이 빗나갔다. 이날 이 총재는 “세계 경제와 마찬가지로 국내 실물경제도 성장세가 둔화됐고 소비가 부진한 가운데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해 설비투자 회복 등도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코로나19의 불확실성을 감안해 처음으로 시나리오별 성장률을 발표했다. 봉쇄조치 완화 속도에 따라 기준 시나리오보다 빠르게 완화될 경우 올해 0.5%, 내년 3.8%를 예상했다. 반면 봉쇄조치가 길어지는 비관적 시나리오일 때는 올해 -1.8%, 내년 1.6%로 봤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은이 한 번에 큰 폭으로 성장률을 조정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그만큼 현 경제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필요하다면 모든 정책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시장에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성장률이 하락할수록 취업자 수가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취업자 수가 45만1,000명 감소한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손철·조지원·박효정기자 j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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