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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休]열목어 노니는 청정계곡...이몽룡 흔적 깃든 고택

[자연이 숨쉬는 곳 '봉화']

사람 손 덜탄 지자체중 하나로

국도 달리다 농로로 들어서면

짙은 숲이 햇볕 가리고 객맞아

의성김씨 집성촌인 바래미마을

춘향전 실존인물 살았던 계서당

읍내 관통하는 내성천도 가볼만

봉화 읍내를 관통해 흐르는 내성천은 해마다 은어축제가 벌어지는 곳이다.




봉화군은 기자가 즐겨 찾는 지역 중 한 곳이다. 이유는 우리나라 250여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사람 손을 덜 탄 곳이기 때문이다. 날 것 그대로의 자연이 숨 쉬고 있는 곳이 바로 봉화다. 관광으로 조금 알려진 지자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집라인과 케이블카·레일바이크로 산하를 까뒤집어 자연풍광을 훼손하고는 하지만 봉화는 그 정도가 덜한 편이다. 도로를 달리다 핸들을 틀어서 농로로 들어서면 이내 검푸른 숲이 햇볕을 가리고 객을 맞는 곳, 봉화가 바로 그런 곳이다.

오후 늦게 봉화에 도착해 여장을 풀고 밖으로 나가 은어축제장을 지나쳐 바래미전통마을로 향했다. 동행한 채경자 문화관광해설사는 “바래미전통마을이라는 이름은 ‘마을이 바다 밑에 있었다’는 의미로 지역에서는 ‘바래미’ 혹은 ‘해저’라 불리고 있다”며 “이 같은 이름이 붙은 이유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마을의 논과 웅덩이에서 조개들이 나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슬슬 산책이나 하면서 봉화 읍내를 둘러볼 생각으로 차를 두고 나온 탓에 바래미마을까지 걸어가는데 생각보다 멀어서 가는 도중에 어둠이 뒤덮였다. 어두워서 보이지는 않았지만 “마을 가운데는 실학을 가르치던 학록서당과 큰 샘이 있고 서쪽에는 학이 날아와 놀았다는 학정봉이, 감태봉 아래에는 독립운동가 김뢰식 선생이 살던 남호구택과 영규헌, 김씨종택이 자리잡고 있다”는 채 해설사의 설명이 따랐다. 동편에는 3·1운동 직후 김창숙 선생을 중심으로 독립청원서를 작성했던 만회고택과 명월루 등이 있는 의성김씨 집성촌이 자리를 잡고 있다.

영주·봉화 지역에서 국가지정문화재1호로 지정된 만회고택.


마을에서는 특히 만회고택이 유명하다. 이 집은 조선 말기 문신 만회 김건수가 살던 집으로 안채는 1960년께 지어졌다. 여러 고택 중 만회고택을 골라 찾은 것은 영주·봉화 지역에서 국가지정문화재 1호로 지정된 곳이기 때문이다. 늦은 밤 불청객을 맞은 의성 김씨 종손 시원씨는 명월루에 차려진 찻상에서 기자에게 “명월루는 서당 역할을 하기도 하고 시를 짓고 세태를 논하는 등 선비문화가 꽃피던 자리”라고 전했다. 그는 “원래 봉화는 급제자·선비들이 가장 많았던 곳”이라며 “마을은 의성 김씨 집성촌으로 구한말 독립운동가 심산 김창숙 선생의 아버지 김호림도 이 마을에서 살았으나 성주군의 큰집으로 양자를 갔기 때문에 심산의 종가는 봉화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봉화는 춘향전에 나오는 이몽룡의 실존 인물이 살던 곳이기도 하다.

봉화군 물야면 가평리에 있는 고택 계서당(溪西堂)은 중요민속자료 제171호로 봉화읍에서 부석사로 가는 915번 국도변에 있다. 이 집에서 살던 계서(溪西) 성이성(1595~1664)의 아버지인 성안의가 남원부사로 있을 때 성이성은 아버지를 따라 남원에서 공부를 했고 이후 과거에 급제한 뒤 암행어사로 네 번이나 출두하며 암행어사의 표본이 됐다는 것이다.



설성경 연세대 명예교수는 ‘춘향전의 비밀’이라는 책에서 ‘성이성의 현손인 성섭의 교와문고에 춘향전의 어사출도 장면과 같은 내용이 기술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리 고조가 어사로 호남지방을 암행하여 한 곳에 이르니 호남 12읍 수령들이 잔치를 베풀어 술판이 낭자하고 기생의 노래가 한창이었다. 어사가 걸인 행색으로 들어가 지필을 달라 하여 ‘동이의 술은 1000사람의 피요./소반의 안주는 만백성의 기름이라./촛불의 눈물 떨어질 때 백성의 눈물 떨어지고./노래소리 높은 곳에 원성의 소리 높더라.’는 시를 쓰고 난 후 서리의 어사출도가 외쳐졌다.”

이 집을 지키고 있는 종손 성기호씨는 기자에게 “집 뒤에 있는 소나무에서 기를 받아 가면 시험에 합격하거나 승진을 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천연기념물 74호로 지정된 백천계곡은 행정구역상 봉화군이지만 태백산국립공원 관내에 있다. 열목어 서식지의 남방한계선이다.


하지만 봉화에서 가장 큰 이야깃거리는 열목어가 서식하는 백천계곡이다. 태백산과 청옥산에서 발원해 31번·35번 국도를 따라 흐르다 석포면 육송정에서 태백 황지못에서 발원하는 낙동강 지류와 합류하는 소하천을 대현천이라고 하는데 대현천의 상류가 바로 그 유명한 열목어 서식지의 남방 한계선인 백천계곡이다. 백천이라는 이름 중 백자는 잣백(栢)자로 계곡 인근에 잣나무들이 군락을 이루는 데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고 한다.

팔뚝만 한 열목어들이 백천계곡에 지천이다. 열목어는 20도 이상의 물에서는 살지 않은 냉수성 어종이다.


열목어는 20도 이상의 수온에서 살지 못하는 냉수성 어종으로 남한에서 볼 수 있는 곳은 봉화군과 진안군 두 곳뿐이다. 사람들은 보통 열목어를 천연기념물인 것으로 잘못 알고 있지만 천연기념물은 열목어가 아니라 백천계곡이다. 2016년 8월 천연기념물 74호로 지정된 백천계곡은 행정구역상 봉화군이지만 태백산국립공원 관내로 기자가 찾았던 5월 말에는 마침 산란철을 맞은 팔뚝만 한 열목어들이 물결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다. /글·사진(봉화)=우현석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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