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금융사 주식취득 한도 제한, 주식처분 명령 등 일부 규제가 제외되기는 했지만 금융그룹 통합감독법이 통과되면 금산결합 금융그룹은 이중규제를 받게 되는 거죠. 금산분리 제한 없이 금융업에 진출하는 외국 금융사와의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야당의 반대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금융그룹 통합감독법 제정이 21대 국회 개원과 함께 재추진되자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우려를 토로했다. 이미 업권별로 엄격한 규제를 받는 상황에서 금융그룹 통합감독법까지 마련되는 것은 이중규제라는 얘기다. 특히 범여권 의석수가 180석을 넘는다는 점에서 제정안이 이번에는 국회를 무난하게 통과할 것으로 예상되며 업계의 불안감은 증폭되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국제 기준에 맞춰 금융그룹 통합감독에 대한 규제를 대대적으로 손질했다지만 이 제정안은 한 계열사의 부실로 그룹 전체가 부실해지는 사태를 막자는 등 금산분리 원칙이 골간이다. 여·수신과 금융투자·보험 중 2개 이상 업종의 금융사를 운영하는 자산 5조원 이상 금융그룹의 위험을 감독하겠다는 것인데 삼성·현대차·한화·미래에셋·교보·DB 등 6개 복합 금융그룹이 대상이다. 지배구조와 내부거래를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대기업 흔들기라는 지적도 많다.
특히 금산결합 금융 관계사가 많은 보험업계에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분위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리스크가 커진데다 지급여력(RBC) 비율, 신지급여력제도(K-ICKS) 이행, 책임준비금 적정성 평가(LAT) 등 자본확충 부담과 업권 규제로 버티기가 힘든 마당에 또 다른 규제까지 옥죄는 것이다.
미국이나 중국·싱가포르 등 주요 국가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금산분리에 대한 제한 없이 금융업에 진출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반면 우리는 금융혁신과 글로벌 역량을 주문하면서도 금산분리를 강화하고 있다. 규제를 풀어줘도 모자랄 판에 갈수록 강력한 규제가 더해지는 한국 금융권에서 ‘한국판 골드만삭스’는 헛된 꿈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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