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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론직설] "코로나, 4차혁명 발전 계기...원격의료 외면 땐 외국에 시장 뺏겨"

<윤성로 대통령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장>

클라우드·스마트시티 속도내는 기회로 만들어야

G2 패권경쟁 가열...美시장내 中 공백 적극 활용을

빅데이터3법 시행령에 IT-금융 등 요구 대폭 반영

논문 위주 교수 평가- R&D 위한 R&D 탈피해야

4차위 '혁신성장 활주로'..."소신껏 의견 개진할것"

윤성로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5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를 4차 산업혁명 발전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4차위는 청와대·정부와 잘 조율해 소신껏 의견을 개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오승현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직전인 2017년 2월 4차산업혁명위원회 설치를 공약으로 내세우며 ‘혁신성장의 활주로’를 놓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총리급을 수장으로 하기로 했던 4차산업혁명위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부처와의 조율이 순조롭지 않아 정권 출범 5개월이 지난 10월에야 장관급이 위원장을 맡는 기구로 늑장 출범했다. 윤성로(47·사진)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장은 지난 5일 광화문 KT빌딩 내 위원회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원격의료·디지털헬스케어·클라우드·스마트시티 등을 추진하며 4차 산업혁명을 발전시키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4차위는 민관 소통 채널로 청와대·정부와 잘 조율해 소신껏 의견을 개진하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실리콘밸리에서 10년 정도 연구한 경험이 있는데 요즘 가열되는 미중 패권 전쟁을 어떻게 보는가.

△미국이 올 초 (중국 정부의 지원을 숨긴) 하버드대 교수를 체포하는 등 중국과의 공동연구에 대해 국가안보를 이유로 많이 견제한다. 유학 시절에 보니 국방연구 과제를 교수가 수주하면 결국 중국 학생들이 수령하는 셈이었다. 연구실에 중국·인도 학생이 많은데 중국인들은 모국으로 많이 돌아갔다.

-이미 2018년 상반기에 미국 교수한테 들으니 국립과학재단(NSF)에서 각 대학에 중국과 공동으로 연구하거나 지원받는 현황을 보고하라고 지시했는데.

△그만큼 미국이 중국의 첨단기술 습득과 인재 유치를 노골적으로 경계하는 것 아니겠는가.



-미국에서 중국이 퇴조하는 공간을 한국이 차지하기 위한 스마트 전략이 필요한데.

△미국에서 중국의 공백을 활용하는 것은 좋다. 다만 인력 등 규모에 차이가 있어 그대로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 중국은 내수 규모도 크고 인공지능(AI)도 발전했고 데이터 양도 많다. 미국이 심하게 견제해도 자체 시장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 그럼에도 많은 핵심기술이 미국의 영향력 아래 있는데 화웨이에 대해 미국 기술로 만든 반도체를 쓰지 못하도록 했다. 한국 기업은 자유롭다고 보는데 경쟁력도 있고 투명해 5G 등에서 화웨이의 공간을 차지할 수도 있다.

-우리도 중국이 했던 것처럼 미국 핵심벤처에 투자하고 인재를 유치하는 기회로 삼으면 좋을 것 같다.

△그렇다. 우리나라가 미중 사이에 끼여 줄타기를 하는데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AI 등 핵심기술에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

-정부 산하기관인 ‘한국벤처투자’의 모태펀드가 일부를 해외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핵심기술 습득을 모색해야 하는 것 아닌가.

△중국은 미국의 기술을 빼가려다 스파이라고 공격받았다. 우리는 미국과 상생할 수 있다. 유대계 인맥이 탄탄한 이스라엘에 비해 우리 벤처기업들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비율이 훨씬 낮은데 앞으로는 해외 인재를 유치하면서 세계화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해외 투자에 실패할 경우 부처 및 감사원 감사, 국회 국정감사 등으로 쉽지 않은 측면도 있는데.

△세계화에 제동이 걸리는 부분은 과감히 바꿔나가야 한다.

-미국에서 인도나 중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H1 취업비자 비중이 미미한 것도 문제 아닌가.

△2000년대 초중반 유학할 때 보니 싱가포르가 미국 취업비자에서 특별정원을 갖고 있어 엔지니어에게는 큰 기회였다. 지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반적으로 취업비자를 줄이고 있으나 우리도 실리콘밸리에서 경험을 최대한 쌓도록 취업비자를 확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코로나 온택트(온라인 연결) 시대는 위기이자 기회인데.

△코로나19는 개인·사회·국가에 불행이지만 AI 등의 기술을 활용하거나 발전 필요성을 알리는 데는 큰 기회다.

-코로나19로 원격의료의 효용성이 나타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의사와 약사의 반발이 크다.

△미국과 유럽에서 병상과 의료진 부족 등 공공의료가 거의 붕괴하는 현상이 나타나며 원격의료도 부상했다. 우리나라는 의료 시스템의 우수성을 입증하고 선진화된 모습을 보여줬는데 화룡점정이 되려면 비대면 진료가 이뤄져야 한다. 의사협회에서도 반대 목소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로 동네의원의 수입이 급감했는데 적절한 계기와 명분·인센티브가 갖춰지면 의료 쪽도 한 걸음 발전하고 더 많은 기회를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다.



-미국·중국·일본·동남아·유럽에서 확산되는 원격의료를 외면한다면 의료 시장을 외국에 많이 넘겨줄 수도 있지 않나.

△원격의료는 바이러스에서 의료진 보호, 환자 수 급감에 대한 의료기관 보호, 국민 편리 등 여러 장점을 가졌다. 1차 동네병원을 대상으로 할 것인데 진찰과 판독을 어떻게 하는지 걱정할 수 있다. 집에서 혈액검사를 하기도 어렵고 의사가 환자를 눈으로 보고 만져보는 것도 불가능하다. 만성질환이나 통상적 질병 등에 대해 제한적으로 적용하는 것을 논의해야 한다. 지금도 중요한 수술에서 외국 의사에게 원격으로 보내 의견을 구하는 곳도 있는데 자칫 외국에 우리 시장을 빼앗길 수 있다.

-AI 인력 양성이 충분치 않은데.

△정부가 AI 소프트웨어 10만명 양성 계획도 발표했는데 정예 연구자를 키우는 게 더 중요하다. 기업 등 곳곳에 퍼져나가 AI나 빅데이터에 적용할 텐데 지속적인 원격교육 등도 필요하다.

-AI의 인프라 격인 ‘빅데이터 3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 등 3법이 올 초 국회를 통과해 오는 8월5일부터 시행된다. 방향은 잘 잡았지만 현실에서 간극이 있으므로 민간의 의견을 수렴해 새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4차위 내 데이터 옴부즈만을 운영해 금융·정보통신업계 간담회에 이어 의료·물류 쪽 간담회도 열려고 한다. 구체적인 시행방안이 정해지지 않아 업계가 매우 혼란스러워한다.

-정부의 ‘디지털 뉴딜’을 어떻게 뒷받침하고 새로운 어젠다를 던질 계획인가.

△디지털 전환에서 AI 기술은 일부이다. 중요한 것은 클라우드와 통신인프라·5G인데 반도체와 통신망 등 하드웨어에서는 잘하지만 소프트웨어(SW)는 좀 약하다. 매년 중국 알리바바의 쇼핑 이벤트인 광군제를 보면 하루에 수억개의 트랜스액션(신호처리)이 일어나는데 우리는 이번에 EBS 등으로 원격교육을 하면서 문제 되는 경우가 있었다. 미국과 중국의 규모를 따라갈 정도로 클라우드를 발전시켜야 한다.



-클라우드 육성이 매우 중요한데.

△클라우드는 언택트(비대면) 경제의 핵심 인프라다. 소득신고나 출입국증명서 발급 업무 등이 여러 기관으로 흩어져 있는데 클라우드로 합쳐 쓰면 편리하다. 학생 온라인 교육에서도 접속자가 많아 잘 안 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기기에 따라 호환성 문제 등도 있는데 클라우드로 제공하면 효과적이다. 모든 정보를 한곳에 모아놓기 때문에 개인정보 노출 우려도 나오지만 개인정보는 반드시 보호하되 편의성을 키워야 한다. AI와 빅데이터 연구자, 산업계에서 클라우드를 쓰고 싶어하는데 편리한 아마존·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은 너무 비싸고 네이버는 점유율이 낮다. 국산 클라우드가 발전해야 한다. 교수들 중 상당수가 클라우드를 쓰지 못하고 따로 컴퓨터 서버를 사는데 설치할 곳도 마땅치 않고 전기도 많이 소비한다.

-대학에서 ‘논문을 위한 논문’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데.

△교수 평가 기준은 주로 논문이다. 승진할 때마다 몇십 편씩 논문을 써야 하는데 몇 개 대학을 제외하고 연구인력 확보도 여의치 않아 논문의 질이 떨어진다. 그 틈을 엉터리 해적저널이 파고든다. 논문을 위한 논문, 엉터리 논문을 내는 데 예산을 낭비한다. 논문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산학협력이나 특허이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교육이다. 다행히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해외 대학평가기관에서 점수를 잘 받으려고 총장이 가서 로비하고 광고하는 것도 바꿔야 한다.



-‘연구개발(R&D)을 위한 R&D’에서 벗어나려면.

△얼마 전까지 국가 R&D 성공률은 거의 100%였다. 열심히 해도 잘되지 않을 수 있는데도 연구비 환수나 감사 등 곤경에 처하게 되니 그렇게 된 것이다. 다행히 ‘성실 실패’를 인정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성공률이 90%까지 내려갔는데 더 내려가야 한다. 물론 연구자가 불성실하게 실패하면 죄악이지만 세상을 바꿀 연구는 실패 확률이 높다. 평가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캐나다 연구자들이 AI 기술로 각광받는 ‘딥러닝’을 탄생시켰는데 계속 실패하고 무시당하면서도 20~30년간 정부에서 엄청난 지원을 받아 가능했다. 한우물을 팔 수 있게 해야 한다. 불필요한 규제도 있다. 가령 ‘3책5공(연간 연구책임자로 3개, 참여연구원으로 5개까지 제한)’의 경우 연구실마다 규모가 다른데 그것에 비례해 제한을 둬야 한다.

-4차위의 활동을 돌아보면서 역점을 둬 추진할 게 있다면.

△올 초 데이터 3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고 지난해 말 AI 국가전략 수립에 기여했다. 디지털헬스케어와 스마트시티는 마무리하지 못해 계승해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언택트 산업 중 비대면 진료 의견 수렴 등 민관 소통 채널로서 정책을 심의·조정하려 한다. 전임자(1·2기 위원장인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가 임기를 끝내며 정책 권고를 했는데 3기 체제에서는 임기(내년 2월, 연임 가능) 내에 나눠 발표하려고 한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공대를 졸업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심장인 스탠퍼드대에서 국비유학생으로 ‘빅데이터 분석을 위한 비지도학습 기술’을 전공해 석사·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인텔 본사에서 선임연구원으로 기계학습 기반 시스템 설계 업무를 맡았다. 이어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를 거쳐 2012년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로 옮겼다. 올해 2월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장으로 위촉돼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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